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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이야기

첫출산을 앞둔 며느리에게(2005. 11)

 

이제 '새아기'라는 호칭으로 너를 부르는 것이 이번이 끝이 되겠구나. 

곧 다른 호칭으로 불러야 할 터이니. 

 

그간 사람이 하는 일 중 가장 크고 성스러운 일인 새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제 예정된 날이 되어 출산을 기다리며 여러가지로 설레임과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이 창조된 이래 우리 조상들이 수없이 반복하여 온 일을 창조의 섭리에 따라 이제 네가 감당하게 되었구나.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는 것이 있는 데 그중 가장 큰 의례 하나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아기를 순산할 것을 믿는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출산에 임하리라 믿는다. 

우리 식구들 모두 새 식구를 맞이할 마음으로 설레고 있다.

 

오늘 김장을 하였다. 

너의 외가댁과 어울려 하느라 배추를 조금 샀지만 우리가 가꾼 배추와 무를 가지고 김장을 했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거리인데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장감을 수확하고 운반하고 다듬고 버무리는 일을 조금 도우면서 김장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식구들이 덕분에 좋은 음식을 몇달동안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든 것도 감내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채소를 심어 가꾸려고 한다.

앞으로 너의 동생들이 출가를 하면 내가 가꾼 채소로 모두 모여서 김치를 담그어 나누어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태어날 손자와 손녀들에게 가장 신선하고 깨끗한 먹을 것을 제공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순산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것을 위해 기도하기 바란다.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2005년 11월 12일 父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