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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이야기

둘째 손녀 래은이의 가출 소동

 

둘째 손녀 래은이는 '07년 9월생이다. 우리 나이로 여섯살이다.

래은이는 두살 위의 언니와 터울로는 두살이지만 19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연년생이나 마찬가지인 동생이 있다.

래은이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 끼어 있어 샌드위치와 같은 존재다.

 

셋째 손녀는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세상 구경을 빨리 하고 싶다고 서둘러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며느리가 아산

병원에 두달이나 입원해 있어 우리집에 와서 몇달을 있었다.

돌지난지 반년도 채안되어 엄마를 떨어져서 있으니 마음에 받은 충격이 컸을 것이다.

할머니와 고모들이 아무리 잘해 주어도  엄마만은 못한 것이다.

우리집에 와있을 때 낮에는 잘놀지만 밤에는 울고 보챘다.

할머니의 빈젖을 빨며 잠이 들곤 했다.

 

엄마가 산후 회복을 한 후 서울 집으로 갔지만 이미 동생이 있어서 엄마는 동생 차지였을 것이다.

둘째 손녀가 겪었을 심리적 상실감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연년생이나 마찬가지인 세딸을 키우는 엄마라 둘째에게 가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빠는 일이 바쁘니 얼굴 보기도 힘들고....

이웃에 가까운 친척이 있어 돌보아 주는 것은 아니고.

아마 큰 욕구 불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냈을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식구나 외가집 식구들이 다녀 가면 며느리는 둘째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다니러 온 식구들이 공주 대접을 해주었는 데 떠나고 나면 그렇지 못하니 떼를 쓰고 보채어 그 후유증이 며칠씩

간다고 했다.

명절때 우리집과 외가집을 다녀 가도 후유증은 며칠씩 간다고 했다.

이런 증상은 크면서 사라졌다.

 

래은이는 요조숙녀같은 언니나 여우같은 동생과는 다른 성격을 가졌다.

운동신경이 발달되어 있어 그네도 잘타고, 미끄럼틀도 잘탄다.

신발을 왼발과 오른발을 바꾸어 신거나 옷을 둘러 입던 언니와는 달리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정확히 완발과 오른발을

구별하여 신을 신고, 옷도 똑바로 입었다.

어렸을 때 실내에서 말을 탈 때는 광야를 질주하는 것처럼 말을 탄다.

한마디로 남자아이와 같이 활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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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아들이 직장 관계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거리가 멀리 떨어지다 보니 명절때나 집으로 다니러 오고, 우리도 1년에 두번 정도 아들 집에 다녀 올 뿐이다.

자식은 일단 출가하면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자식 집에는 가능한 가지 않으려 한다.

큰딸이 시집을 가서 소양강 건너에 살고 있지만 살림 들어 갈 때 한번 가보고 1년에 한두번 정도만 딸의 집을 방문한다.

나는 이런 아내를 보고 친정 엄마가 맞느냐고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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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의 일이다.

며느리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래은이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 데 허리를 꺾고 웃었다.

동생이 태어날 때보다 많이 컸지만 아직 어린이다. 그러니 엄마의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둘째라는 위치에는 변함이 없으니 내심 불만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고 관심을 끄는 행동을 자주하는 것이 중간 서열 아이들의 특징이다.

하루는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자 래은이는 엄마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고 한다.

"나 집나가 버릴 거야" 그리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고 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 갔다고 한다.

마침 아들이 집에 돌아오고 있어 연락을 했고, 둘째는 아파트 앞에서 아빠를 만났다고 한다.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아빠는 모르는 척하고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데리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둘째 손녀의  첫번째 가출소동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정말 우스운 일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얼마가 지나서 래은이가 다시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을 했다고 한다.

며느리는 둘째에게 "아빠가 서울에 가고 없는 데.." 라고 하자

래은이는 "그럼 아빠가 오면 나갈꺼야"라고 대답을 하고 주저 앉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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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늙어 가지만 애들은 자란다.

가끔 애들이 하는 행동과 말이 기발난 적이 있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큰 손녀가 네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데 할머니가 "나는 나이를 먹어서 이런저런 것을 할 수가 없다"고 하자

큰 손녀는 혼잣말로 "뱉어 버리면 되는 데..."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먹은 나이를 뱉어 버리면 젊어져서 자기가 요구한 것을 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생각을 한다.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낙이기는 하지만 핵가족화가 되어 자식들이 독립하여 살고 있고

그들의 세계에 부모들이 끼는 것을 좋와하지 않는 세대가 되었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다.

일년에 몇차례 가끔씩 볼 수밖에 없지만 몸과 지혜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이것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가며

느끼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셨듯이 우리도 이제 자식들이 잘되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간다.

우리가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미흡했듯이

제 자식들이 우리 기대에 못미칠 때도 있지만 나는 내 인생을, 자식은 자식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때로는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을 스스로 달래본다.

 

가덕도에서 왼편부터 하은, 래은, 호은 

 

 

 

2012.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