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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이야기

아기의 눈으로 보는 세계

지난해 11월 15일에 손녀인 하은(賀恩)이가 태어났다.

손자대로 내려가니 자식이 태어났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갖게 된다.

흔히들 자식보다 손주가 더 귀엽다고 하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은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조금 더 지나서 지난 3월 1일에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다고 한다.

3월 4일에 집에를 왔는 데 눕혀 놓으면 몸을 뒤집어서 손으로 땅을 짚고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가 힘이 들면 끙끙댄다.

 

전에 자식들이 이런 과정을 겪을 때는 발달단계에 따라 당연히 일어나는 행동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하은이가 뒤집기를 할 때 처음으로 하은이가 보는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하여 보았다.

 

100일이 넘도록 하은이는 누워서 지냈다.

수유를 하기 위해 안아 주거나, 찡얼대서 안아 줄 때를 빼고는 항상 누워 있었다.

이 때 하은이의 눈에 들어 오는 세계는 천정과 천정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모빌과

엄마나 다른 식구가 내려다 볼 때 얼굴의 모습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팔과 몸에 힘이 생기자 몸을 뒤집었다.

몸을 뒤집어서 엎으려 보는 세계는 누웠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천정대신 벽이 보일 것이고, 방바닥에 있는 물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하은이의 눈에는 그야말로 처음 보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하은이는 이런 세계를 보기 위해 재차 뒤집기를 시도하였을 것이다.

엎드리는 방향에 따라 새로운 모습이 보이니 아기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음 배밀이를 하려고 할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처음 이동을 하는 것이다.

장소를 바꿀 때 아기의 눈에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보아가며 아기는 자라난다.

 

전에는 당연히 생각하는 일들을 조금만 방향을 돌려서 생각하면 경이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006. 3. 16

 

 

                                 2006년 11월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