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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이야기

동생들에게

    

어머니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천하신 지 벌써 반달이 되었구나.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이 모든 것이 우리 집에서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하여 된 것 같은 자책감을 면할 수 없구나.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고생만 하시다가 아무 말씀도 남기시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 가셨다.

 

어머니의 생전에 너희들이 어려운 생활 중에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여러모로 섬기느라 애쓴 것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머니도 그런 마음을 아셨으리라 생각한다.

맏이로써 어머니에 대한 집안에 대한 동기간에 대한 책임을 잘 감당하지 못했던 것 어 머니께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시고 나니

더 절실하게 자책이 된다.

내가 평소 동기간들에게 잘하지 못하고 미흡한 것이 있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용서를 바란다.

어머니께서 입원해 계실 때, 그리고 장례를 거행할 때 너희들이 보여 준 헌신은 비록 그것이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절차 중에서 혹 마음에 서운한 것이 있었을 줄 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맏이인 나의 不德함에서 온 것이니 널리 혜량하기 바란다.

 

어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후 어머니가 차지하셨던 비중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가 우리 동기간들을 묶는 끈의 역할을 하셨던 것도 절실하게 느낀다.

나의 부족한 능력으로는 어머니가 차지하셨던 자리를 도저히 메우지 못할 것이다.

비록 어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 동기간들의 우애는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실 때 이상으로 돈독해지기를 바란다.

이것이 어머니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비록 맏이인 내가 부족하여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하였지만 부족한 나를 보지 말고 어머니를 보아서 어머니의 생전에 못지 않은 우의가 있기를 바란다.

이 편지와 동봉하여 방명록을 보낸다. 한 부에는 해당하는 관계를 적어서 보내주기를 바란다.

답례의 서신이 필요한 곳에는 표를 해주기 바란다. 학기 말 일로 바빠서 좀 늦었지만 답신을 보내려 한다.

이 편지를 쓰며 눈물이 나는 것을 금할 수 없다. 방명록을 타이프하면서 어머니께서 왜 일찍 세상을 떠나셔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무더운 여름이다. 아이들과 함께 식구들 모두가 평강하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1994. 7. 26 맏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