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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퇴직후 전업 농민(?)이 된 나는 아내와 같이 매일 밭에 가서 살다시피 한다.

이곳 저곳에 남의 땅을 얻어 놓은 것이 있는 데 예정에 없던 300평 정도의 농지를 더 구입하게 되어

졸지에 내 땅 남의 땅을 합하여 다섯개의 농장(?)을 가진 지주가 되어 버렸다.

천평 가까운 밭을 그것도 다섯군데로 분산되어 있는 것을 가꾸자니 정신이 없다.

비가 오는 날이면 노는 날이고, 해나는 날이면 정신이 없이 바쁜 날이다.

6월 말부터 한달동안 비오는 날이 해나는 날보다 몇배가 많았다. 

비오는 날이면 방안에 들이박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굴리는 것이 일이고

(아내는 시력에 나쁘니 운운하면서 잔소리를 한다)

해만 나면 둘이서 이곳저곳을 다녀야 한다.

제초제를 쓰지 않다 보니 밭고랑에는 풀이 무성하고, 풀을 베거나 뽑아 주지만 1주일 후에 가보면 또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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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 지나면 들깨 모종을 해야 한다.

들깨는 비교적 가꾸기가 쉽고 노동력이 적게 들어 초보 농사꾼들이 선호하는 작물이다. 

초복과 중복 사이에 모종을 하려고 모판을 만들었다.

그런데 들깨씨가 발아할 무렵 무척 가물었다.

싹이 나야 할 때 싹이 나지를 않았다. 늦게 드문드문 싹이 났지만 발아율이 영 신통치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가뭄 때문에 드물게 싹이 텄던 들깨들이 모두 싹이 났다.

그런데 비가 계속 오니 싹이 잘 자라지를 않아 초복이 되어도 모종을 낼 수 없었다.

중복이 되어서야 남에게서 모종을 얻어 보태어 겨우 모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것도 비가 오는 날이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연속되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침에 모종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한낮에는 뜨거워 쉬어야 하니 오후에 모종을 하게 되어

일의 진척이 무척 느렸다.

오늘에서야 수동리 농장(?)의 옥수수 사이에 심을 것을 조금 남기고 거의 모종이 끝났다.

적기에 모종을 한 사람들의 깻모는 꽤 컸는 데 우리가 심은 것은 모종을 한 몸살을 앓고 있거나 이제 활착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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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도 들깨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가꾸기가 쉽고 손이 적게 가며 쓸모가 많은 농작물이라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작물이다.

콩은 밭에 직파를 하면 좋은 데 요즈음에는 비둘기들이 싹트는 콩의 떡잎을 잘라먹어 버리기 때문에 들깨와 마찬가지로

모판을 만들고 망을 씌워서 싹을 틔운다.

비둘기는 망 속에서 싹트는 콩을 보고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어쩌다 몇개를 먹으면 같이 나누어 먹는다 생각을 하지만 콩밭을 결단을 내니 모판을 만들어 길러 모종을 할 수밖에 없다.

제 4농장(?)에 심을 콩은 적기에 모판을 만들어 싹을 틔워 모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 구입한 학곡리 제 5농장의 경우는 땅을 계약한 시기가 6월 중순이어서 모판을 만드는 시기가 늦었다.

싹은 났지만 장마로 비가 계속 내렸고, 비가 그칠 때는 고추밭에 탄저병과 역병 약을 쳐야 하고, 가까운 밭을 손보아야

하기 때문에 콩모종을 할 시간이 없었다.

비가 삐즘했던 7월 8일에야 모종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콩이 웃자라 심으면 휘어져서 서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들깨처럼 콩을 구부려서 심었지만 그래도 모종이 너무 커서 쓰러지는 모가 많았다.

 

제때 심은 콩은 열흘 전 순을 주었다.

오늘 밭에를 가보니 콩은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꽃이 피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늦게 모종을 한 밭의 콩은 아직도 제몸 가누기에 바쁘다.

외줄기로 구불구불 자라 끝자락에 겨우 잎을 달고 있을 뿐이다.

활착은 했지만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순을 주려 해도 밑부분에 잎이 없어 순을 줄 수도 없다.

 

 

농사는 씨앗을 뿌릴 때부터 시기가 있다.

씨를 뿌리는 시기, 모종을 하는 시기, 비료를 주는 시기, 김을 매주는 시기, 거두는 시기 등등.

이 때를 잘 맞추어 주어야 풍작을 거둘 수 있다.

때를 맞추지 못하면 원하는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거나, 재배를 해도 수확을 제대로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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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각 연령대마다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 일들을 잘해나갈 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어느 한단계가 부실하면 다음 단계에서 고생을 하게 된다.

 

그것을 아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공부를 해라 무엇을 해라 하고 닥달을 한다.

그렇지만 애들은 그저 당장 편하고 노는 것이 좋와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놀려고만 한다.

공부를 하라고 다그치는 부모와 안하려는 자식들간에는 팽팽한 긴장이 계속된다.

그 자식이 커서 가정을 이루면 부모가 했던 것처럼 그 자식을 공부하라고 닥달을 한다.

이것이 예전에는 일을 배우는 것이 지금은 공부를 하는 것으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 계속 순환하며 이어지는 인생의 모습이다.

 

어떤 선생들은 아이들의 의사와 인격을 존중하고 인권을 우선하여 행복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애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때로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야 하고 심리적 물리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와 교사가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아주 소수의 부모와 교사가 즐겁게 공부하도록 애들에게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가르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율배반적인 것은 인격을 존중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공부하도록 해야 하며 물리적 심적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자식은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를 다니게 하고,

모두가 행복한 평등교육을 주장하면서 자기 자식은 특목고를 보내 차별화된 교육을 시키는 모순을 보이는 교육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농사에는 각 단계별로 때가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때가 있다.

이제 모두가 환갑을 지난 우리들의 인생은 어느 때일까?

지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거나 새로운 것을 배운다거나, 새로운 직업에 뛰어들어 도전을 하고 모험을 한다는 것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소수를 제외하고는 힘든 일이다.

 

지금 우리의 인생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여유와 넉넉한 마응을 갖는 것이다.

욕심과 어떤 일을 반드시 성취하여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피하고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나이에 맞는 일이고, 우리가 현명하게 사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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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농장(?)의 여러 모습들이다.

 

1. 고구마꽃 : 고구마를 20년 가까이 심었었지만 처음으로 우리 밭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

 

 

 

2. 아래는 열흘 전에 촬영한 콩밭. 콩을 제때 심어 잘자라고 있다.

 

 

3. 열흘 전에 찍은 고구마 밭의 모습.

 

 

 

4. 감자 수확

 

 

                    2011년 7월 31일에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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