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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들

막국수 향수(주영실)

고교시절 여름방학때면 기다렸다는듯이 아버지는 나를 부른다
언제 방학 해 집에 들어올 수 있겠냐고...
비득재고개 화전 밭뙈기 억새풀 뿌리를 제거하며 메밀을 심기위해서다
메밀을 심노라면 땀도 체 나기전에 언제나 다 심나 싶다
그 메밀이 꽃을피워 10월 연휴 막판쯤 가면 아버지는 예외없이 추수날을 잡는다

도리깨질을 하다 보면 성애차지 않으신다는 꾸지람.
요령핀다는(꾀) 욕성을 듣으며 주눅이 들대로 들어서야 끝이나는 그 메밀타작이다
겨울방학이 되자 어머니는 마당 한켠에 멍석을 깔고 멧돌망을 편다
메밀껍질을 타기위함이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어머님의 힘겨운 모습에 팔을걷고 덤벼든다
이렇게 멧쌀은 만들어진다.


그리도 마음 고생하고 팔 다리 고생덕으로 정월 어느날 우리가정은 일찌감치 소여물 죽을 끌여주고 그옆 솥단지 따끈한 물에다
메밀가루를 반죽하는 가족일련의 대사가 치루워진다
부엉이가 방귀를 꾸어서 만들어 낸 광솔 소나무 붕테기를 확으로 만든 순수 재래 나무분틀에다 막국수를 눌으는일이 내 몫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역활로서 힘에 안배가 일정하지 않으면 눌리여 내려오는 국수가닥이 끊어지기 마련이다
잘못 힘이 가해지면 국수가닥은 조밥이 된다
그때마다 역정을 내시는 아버지께 눈 한번 위로 못뜨며 만든 막국수...

찬 동치미에 어름을 띄워서 한그릇 말아 뚝딱.. 뒤로 물러앉는다
오늘은 그래도 영실이가 잘 눌렸어!
하시며 아버지도 뒤로 물러 앉으시면
어머니는 얼른 부엌에서 펄펄 끌어대던 국수물을 떠 오시며 그래도 영실이가 없었다면 먹지도 못했을 막 국 수
나도 잘 먹었다 하신다

이런 고향에 향수가 까마득한 옛일인양 정월달이 되면
마냥 향수에 젖게 만드는 막국수...아닌가
난 그 막국수 분틀을 수소문해서 어머니가 파신값에 두배 2000냥을 드리고 되사왔다.

그분께 너무 고마워 전자제품도 선물하고 지금까지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
그 나무분틀은 지금 내 작은방에 두고 가끔씩은 회상에 젖곤하는데 최상이다.
추억이 배고플때면 나는 막국수집을 찾는다
그런 추억을 찾아주는 집이 서울에 교대역에 생겼다.
올겨울은 동창회 친구모임 회사회식 가족식솔 맛배기등 신이나게 들락거리는 샘밭막국수집이 있다
부디 번창하시고 발전하시여 춘천 샘밭집 뿐만아니라 서울 이자리에서도 연연히 대를 잇는 영업에 묘미를
더 해 주시기 바란다!!

이번 토요일날 점심먹으러 가야지...
저녁은 웨딩의 전당에서 6시에 먹어야 하니깐 ~~

- - - 이는 영실이의 생각 입니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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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위의 글은 필자의 중고교 동창인 주영실군이 막국수에 대한 추억을 쓴 글이다.

필자도 어려서 메밀가루를 틀에 눌러 막국수를 만드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60년대 초 유난히 추운 양구의 긴 겨울 동안 마을 청년들은 나이롱뻥(화투 놀음)으로 겨울의 농한기를 보냈다.

긴 겨울밤을 화투를 하다 보면 출출해 지기 마련.

마을에는 겨울 동안 막국수 집이 생기고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국수틀로 뽑아내어 이것을 삶아서 막국수를 만들었다.

부엌에서는 솥에서 김이 피어 오르고 막국수를 고봉으로 담은 그릇들이 상위에 올라 화투꾼들이 모여 노는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날에 막국수 집 앞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나는 막국수를 먹은 기억이 없다.

지나면서 국수 상을 차리는 구경을 한 기억밖에는.

이렇게 춘천을 중심으로 한 양구, 인제, 화천 등에서 먹던 막국수가 춘천 막국수로 웰빙식품이 되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향수 때문인지 여름에는 막국수를 자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