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는 필자의 오랜 친구인 주진복 장로(농촌 진흥청 연구관 퇴임)가 고3 때인 1967년 춘천고등학교 교지인 '소양강 17호'에 실은 '祈禱'라는 시다.
당시 주장로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었는 데 이미 신앙심이 그의 마음 속에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나중에 장로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주진복군이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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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메일은 '춘고40회'카페 회원 '경동현'님이 '주진복'님에게 보내신 메일입니다.
주장로 잘지내는지?
퇴임을 한달여 앞두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네.
묵은 교지 소양강 17호(1967년)를 보다가 주장로가 기고한 글이 있기에 보내네.
혹 교지가 분실되어 글을 읽지 못했다면 40년도 더 된 자신의 글을 보며 감회가 새로울 것이네.
그러고 보니 자네가 장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
祈禱 - 朱鎭福
은행나무 가지에 머문 달빛처럼이나 슬픔이 가라앉아 평화론 微笑되게 하소서.
연못에 비친 연지빛 노을의
그와 같은 그리움일지라도
오히려 너와 나의 말없는 사랑이게 하소서.
본디 가난과 슬픔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짙푸른 수심일수록 더욱 戀戀이 붉은 산호의 마음을
꽃밭처럼 가꾸게 하소서.
볕 그림자도 없는 어두운 밤이라서
한결 잿빝에 아득히 눈부시는
눈물과 말을 가져
내마음을 너에게 알리려던 때는
아직도 그리움이 덜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바위와 같은 침묵만이
나의 전부이오니
잊음과 단잠 속에 홀로 감미로운
묘지의 큰 나무를 닮아
앞으론 黙禱와 祝願에 여러
깊이 속으로만 넘쳐 나게 하소서.
춘고40회 http://cafe.daum.net/chungo40/7azp/416
이상의 메일과 시는 우리 40회 동기동창인 경동현 선생이 37년 교직생활을 마치면서...
발견한 1967년 춘고3학년을 졸업하며 펴낸 소양강17호라는 교지에 실렸다는 나의 졸시입니다.
나는 그간 기억조차 없었는데...지금 다시 읽어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진학진로를 생각하며
춘천시 교동 14번지 강원고등학교 앞 이선길 연못가 단칸 자취셋방에서 살면서 쓴 것으로...
당시 가난과 어려운 상황을 혜쳐나가기 위한 고뇌에 찬 몸부림 같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간 44년의 세월속에서 변한 것은 지금은 흔적도 없는 춘천 이선길 연못이 석촌호숫가로...
후평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집앞 은행나무가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의 은행나무를 보는 것으로...
공동묘지 아래 맹인촌에서 살던 까까머리 고교생이 60대 초반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ㅎ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고향이라는 강원도를 그리워 하면서...
그것을 잊지않으려고 닉네임이라도 "소양강"으로 이렇게 카페활동과 동문회 등으로 변치않고
생활하며 나의 앞길을 열어주신 주님과 동문 친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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