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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미국 선녀벌레의 창궐

미국 선녀벌레, 선녀벌레라는 이름이 우아하고 앞에 미국이라는 나라 이름이 붙었으니 흥미가 가는 벌레 이름이다.
나도 작년까지는 미국 선녀벌레를 본적도 없고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작년에 생전에 본 적이 없는 흰색의 진딧물 같은 것이 주변 식물에 끼기 시작했다.
이녀석들은 자라면서 모양을 바꾸어 처음에는 진딧물 같기도 한데 멸구 같아 보이는 시기도 있고 부채를 편 선녀의 모습같기도 한 적이 있다.
톡톡 튀면서 이동을 하는가 하면 날아서 이동을 하기도 한다.
바람이 불 때 공중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날개옷을 입은 선녀가 춤을 추며 내려오는 모습같다.
그래서 미국 선녀벌레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이름은 우아하지만 정말 골치가 아프다.
보통의 해충은 가해하는 식물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자생 식물의 경우 특정 식물에 국한되어 나타남으로 특정식물이 밀집한 경우가 아니면 광범위한 확산을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 선녀벌레는 먹이감으로 삼는 식물의 종류가 무한하다.

봄부터 밭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멀칭을 하고, 마늘 양파 등 월동작물을 관리하고 감자를 심고. 옥수수 고추 호박 오이 상추 고구마 등 채소의 모종을 심고, 땅콩과 참깨를 파종하고 가꾸는 등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양파와 마늘을 수확하고 이어서 감자를 캐고 복분자를 수확하고 콩과 들깨 모종을 심다보니 초복이 지났다.
너무 정신이 없어 밭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다가 들깨 모종이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밭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에 있는 뚱딴지와 두룹나무와 잡초인 쑥 단풍잎 돼지풀 등 잡초가 하얀 진딧물이 낀 것처럼 하얗게 되었다.
미국 선녀벌레가 대발생을 한 것이다.  
밭 가장자리에 있는 농작물도 미국 선녀벌레를 피해가지 못했다.
가지와 야콘은 어린 줄기와 잎을 뒤덮었다.
심지어는 가장자리에 있는 옥수수와 땅콩 콩까지도 선녀벌레가 하얗게 달라붙어 있다
어쩔 수 없이 농약 살포용 분무기를 메었다.
선녀벌레 퇴치 약을 타서 분무를 하였다.
농사를 시작한지 25년에 두룹나무 뚱딴지 쑥 등과 잡초가 자라는 밭 주변에 농약을 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골치 아픈 미국 선녀벌레가 예전에 대발생을 해서 큰 피해를 주었던 흰불나방(가로수 등 활엽수에 발생)   중국 꽃매미(포도나무 등에 큰 피해를 줌) 등과 같이 어느 시기를 지나면 대발생이 억제되는 과정을 거치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 선녀벌레만이 문제가 아니다.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하우스 안에 심은 고추에는 진딧물과 총채벌레가 발생을 하여 감염된 잎이 새카맣게 되고 칼라병에 걸린 고추가 생기는 등 피해가 발생하였다.
1주일 전에 방제를 했는 데 또 병충해가 발생한 것이다.
부득이 1주일만에 하우스 안에 농약을 살포했는 데 예년에 없던 기록이다.
노지 고추는 수확기까지 보통 4회 정도, 하우스에는 8회 정도 방제를 했는 데 하우스의 경우 올해는 그 횟수가 증가할 것 같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줄이고 싶지만 당장 병충해로 피해가 생기는 농작물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농약통을 메는 나는 아직 마음 수양이 덜되었고 친환경 농업의 기술을 적용할 줄 모르는 만년 초보농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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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팬텀이라는 미국 선녀벌레에 효과가 있다는 살충제를 살포하였다. 2회를 살포하고서야 가지와 야콘 등 농작물에 감염된 선녀벌레는 퇴치되었다. 콩, 땅콩 들깨 등을 감염시킨 선녀벌레는 1회 살포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으나 더 이상의 확산이 멎었기에 1회만 살포하였다. 쑥, 두룹나무, 단풍잎 돼지풀, 돼지감자 등 밭주변의 잡초나 반야생 상태로 재배하는 농작물이 감염된 것은 밭에 아주 가까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손이 부족하여 살충제를 살포하지 못하였다.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