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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쥐하고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다.

쥐는 인류의 역사 이래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는 동물이다.

이웃해서 살다보니 인간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갈등은 인간이 먹는 것과 쥐가 먹는 먹거리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 모두를 쥐가 먹을 수가 있다.

쥐는 개체의 크기가 작지만 개체수가 많다보니 이들이 먹어치우는 양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쥐는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기도 하고, 농경지에서 살기도 한다.

또,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 장에서도 살며, 사람이 살지 않는 황무지에서 살기도 한다.

쥐는 적응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경이 변해도 여기에 적응하여 번성하고 있는 종(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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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농사를 짓지 않던 시기에는 집에서 서식하는 쥐와 마주치는 것이 쥐와의 만남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쥐는 빠르게 도망을 가서 숨기 때문에 쥐를 잡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쥐약을 놓아 잡거나 쥐틀 등 도구를 사용하여 잡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쥐는 그들을 원하지 않는 인간들과

같은 공간에서 적대적 공존을 하여 왔다..


그때 쥐와 얽힌 일화를 쓴 것이 쥐소동이라는 글이다.

 http://blog.daum.net/gdhyn05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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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쥐와의 만남은 숙명적이 되었다.

농사를 짓는 밭에 쥐가 서식하였다.

이들은 콩 팥 옥수수 땅콩 등을 허가도 없이 먹었다.

쥐들은 식량을 저장하는 습관이 있어 밭 어디엔가 농작물을 저장하거나 알맹이나 알곡은 먹어치우고 껍질만을 남겨놓아

포식의 증거를 알려주었다.

쥐약을 놓기도 하고 가끔 방문하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였지만 쥐를 퇴치하지는 못하였다.

쥐의 종류에 따라 집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지만 풀대궁이나 농작물 포기에 지어놓은 둥지에서 새끼쥐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작년에는 땅콩을 캘 때 땅콩밭 고랑의 땅속에 집을 짓고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기르고 있는 것이 은닉한 다량의 땅콩과 함께 발견되기도 하였다.


금년 가을에는 콩농사가 아주 잘되었다.

콩농사를 지은지 20년 이래 최대의 풍작이었다.

가을에 비가 알맞게 내렸고 해충인 노린재 방제를 적기에 해준 덕분에 빈 쭉정이가 없이 다닥다닥 열린 콩이 아주 잘 여물었다.

서리가 내리기 직전 흰콩을, 서리가 내리고 한참이 지난 후 서리태 콩을 뽑았다.

뽑은 콩은 비가 오기 때문에 농사가 끝난 비닐하우스 안에다 말렸다.

김장을 거두고 마를 캐는 등 일이 바빠 늦게 콩타작을 했다.

특히 서리태는 12월이 되어서야 타작을 끝냈다.

그런데 예상보다 콩 수확이 적었다.

아내의 말이 콩대와 잎만 있고 콩깍지가 적게 달려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농작물을 두는 일이 대강 끝나자 밭에 깔은 부직포와 멀칭을 걷는 등 밭정리를 하는 일을 했다.

바깥 일이 끝나자 하우스 안을 정리했다.

고추를 널어 말렸던 널빤지 밑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고추를 널을 때 널빤지를 덮었던 고추망을 걷어내고 널빤지를 들어내었다.

커다란 쥐 한마리가 도망을 갔다.

널빤지를 들어내니 쥐들이 건설한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밑에 쥐들이 모아다 쌓아놓은 커다란 식량창고가 발견되었다.

널빤지 밑에 공기가 잘 통하라고 깔았던 파이프를 들어내고 나니 온전한 지하 통로가 드러나며 식량 창고가 발견되었다.

습기가 있어 콩깍지는 대부분 젖어있었지만 몇개를 까보니 콩은 상하지 않았다.

바닥에 쌓여있던 콩을 다시 줏어담았다.

더 구석으로 가보니 굴이 뜷려 있었다. 그런데 굴 속에도 콩이 저장되어 있었다.

아마 쥐들이 처음에는 굴 속에 콩을 저장하다가 나중에는 널빤지 밑에 콩깍지를 물어다가 저장한 것 같았다.

땅을 더 파니 비닐조각과 풀잎 등을 물어다가 지은 둥지가 나온다.

새끼를 낳아 기른 것이다.


쥐에게서 탈환(?)한 콩깍지를 다른 곳에 옮겨 지가 못들어 가게 망을 깔고 콩깍지를 널고 다시 망으로 덮어주었다.

습기에 젖어 상한 콩깍지와 깍지밖으로 나온 콩은 당분간 쥐의 식량으로 삼으라고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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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보니 농사를 지으면서 동물과 끊임없이 먹거리를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작은 진딧물이나 노린재, 배추나방, 담배나방, 총채벌레 등과 같은 해충과 싸웠고

멧돼지, 고라니, 쥐, 새 등과도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쥐에게서 콩이나 땅콩 등을 회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판정패였다.

먹자고 덤비는 녀석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먹을 것을 놓고 동물들과 싸우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나도 그들과 같은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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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피해를 막으려고 망을 씌우고 있다. 그러나 새들은 밑으로 날아들어 와서 조름 먹어치웠다.



망을 씌우지 못한 수수를 새가 먹어서 껍질만 남았다.



쥐 둥지, 어떤 것은 새끼쥐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널빤지 밑에 쥐가 콩을 물어다가 저장한 식량창고



파이프를 걷어내고 본 쥐의 지하통로와 창고



쥐굴을 파내어 보니 땅속에도 콩깍지를 물어다가 저장하였다.




쥐에게서 되찾은 콩을 다시 말리려고 널어놓은 모습.



아래의 글은 작년에 겪은 쥐에 얽힌 에피소드

어미쥐 모성애 http://blog.daum.net/gdhyn0517/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