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은 맛이 고소하고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먹거리다.
필자의 농장에서도 해마다 땅콩을 재배한다.
많은 면적을 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먹고 자식과 형제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줄만큼은 생산한다.
땅콩이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다보니 객꾼들이 많이 달려든다.
까치는 땅콩을 캐어먹는다.
땅콩은 땅속에서 성숙하지만 지표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까치가 흙을 파헤치고 땅콩을 캐어먹는다.
까치의 공습을 받은 땅콩은 아주 깊이 박힌 것 몇개를 수확할 뿐 주인이 거둘 것이 별로 없다.
울타리와 같은 방어시설이 없는 산기슭 가까이 있는 밭의 경우는 입체적으로 공격을 받는다.
하늘에서는 까치가 땅콩을 노리고 내려와서 캐먹는다.
고라니는 잎을 뜯어먹는다.
멧돼지가 한번 다녀가면 주인이 캘 땅콩은 전무하다.
망을 덮어 놓아도 너구리는 망을 걷어내며 땅콩을 캐먹는다.
쥐는 굴을 뚫고서 땅콩을 캐먹는다. 캐먹는 데 그치지 않고 땅콩을 굴 속에 저장까지 한다.
몇년전 수동리 산기슭 밭에 심었던 땅콩은 까치, 고라니, 쥐, 너구리의 입체적 공격을 받아서 거의 수확을 못했다.
그런 까닭에 땅콩은 철망울타리가 쳐져 있는 학곡리 밭에 심는다.
철망 울타리가 멧돼지와 고라니 너구리는 막지만 까치와 쥐까지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학곡리 농장에서 땅콩을 주인보다 먼저 먹는 객꾼은 쥐와 까치다.
올해는 학곡리 밭에 길고양이들이 방문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하우스에 심은 참외를 쥐들이 파먹은 흔적이 있었는 데 고양이가 다니는 올해는 쥐가 파먹은 참외가 없었다.
고양이의 덕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생선대가리 등을 가져다가 밭에 놓아주는 등 고양이에게 정성을 쏟았다.
또 농협에서 사온 쥐약을 놓았는 데 쥐약을 먹은 흔적이 있었다.
가끔 땅콩밭을 순찰하여 보아도 까치가 파먹은 흔적은 있지만 쥐가 땅콩을 먹은 흔적은 많지 않았다.
고양이와 쥐약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올해는 객꾼이 입을 덜 대었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금요일(9월 28일) 땅콩을 캐었다.
그런데 필자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쥐들이 굴을 파고 땅콩을 캐먹은 것이다.
땅콩포기의 30%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쥐굴이 나있는 땅콩포기에서는 그렇지 않은 땅콩의 절반도 수확을 할 수가 없었다.
땅콩을 캐며 쥐가 땅콩을 저장한 저장창고 두곳을 발견하였다.
땅콩 포기 옆에 굴을 파고 땅콩을 저장했는 데 반되 정도의 땅콩이 발견되었다.
두번째 저장창고를 발견했을 때였다.
저장되어 있는 땅콩을 회수하는 데 쥐새끼 한마리가 보였다.
꺼내어 보니 털도 나지 않은 쥐새끼가 꼼지락 거린다.
땅을 더 파보니 새끼가 계속 발견된다. 모두 꺼내 보니 무려 11마리가 되었다.
어미 쥐가 땅콩을 먹고 영양상태가 좋와 새끼를 많이 낳은 모양이다.
11마리의 새끼가 꼼지락 거리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죽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풀줄기로 건드리면 몸을 꿈틀댔다.
저 쥐새끼들을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이 되었다.
쥐에게 당한 피해를 생각하면 당장 즉결 처분을 하고 싶었지만 산 생명이니 망서려졌다.
새끼들을 한 곳에 모아 땅콩 포기로 덮어놓았다.
춘천에 거주하는 중학교 동기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일을 중단하고 시내에 가서 점심을 먹고 왔다.
다시 밭에 와서 쥐를 덮었던 땅콩 포기를 들추어 보니 쥐새끼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미쥐가 새끼를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이다.
살생은 면했지만 11마리의 쥐가 모두 크는 경우를 생각하니 밭에 쥐가 우글거릴 것이 염려되었다.
어미쥐는 먹을 것이 풍성한 땅콩밭을 발견하고 땅콩을 실컷 먹었을 것이다.
겨울을 나고도 남을만큼 충분한 먹이를 저장하고 영양상태가 좋은 상황에서 새끼를 가져서 평균 출산수보다 훨씬 많은
11마리의 새끼를 낳았을 것이다.
그런데 졸지에 지하 주거지와 창고가 습격을 당하여(?) 먹이를 탈취당하고(?) 새끼마저 납치당하는 비극을 겪게 되었다.
불시에 습격을(?) 당해 새끼를 그대로 두고 몸을 피했던 어미쥐는 상황이 종료되자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집은 파괴되고 새끼들은 보이지 않는 데 가까운 곳에서 새끼들의 냄새가 났다.
어미쥐가 달려가 보니 새끼들이 모두 살아있었다.
어미는 새끼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한마리씩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놀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안심시켰을 것이다.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끼들을 구출한 어미쥐의 모성애가 마음 속에 강하게 느껴졌다.
쥐가 먹고 껍질만 남은 땅콩
까치가 파먹은 땅콩, 땅콩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땅콩 수확 - 피해를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결실한 땅콩
쥐의 땅콩 저장고 입구
회수한 땅콩
쥐의 굴 속에서 발견한 새끼 쥐
쥐의 식량저장고 겸 육아방에서 발견한 새끼 쥐들 - 모두 11마리인데 어미가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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