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오줌을 싸야 농사가 잘된다.”
예전에 어른들이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즈음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파종이 빠른 씨앗을 심고 있다.
작년에 캐지 않은 뚱딴지가 있어 캐는 데 뚱딴지를 거의 캘 수가 없었다.
작년 가을 가뭄 등으로 뚱딴지가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포기를 캐도 콩알만 한 것이나 밤톨만한 것이 더러 보일 뿐 캘만한 것은 가뭄에 콩 나오듯 드물게 보일 뿐이었다.
수동리 밭 주변에 몇 년전 뚱딴지를 심은 것이 해마다 싹이 나서 크고 가을에 이것을 캤는 데 멧돼지와 경쟁을 하며 캤다.
그런데 작년에는 뚱딴지 밭에 멧돼지가 오지 않아 기특한 멧돼지라고 하였는 데
막상 캐보니 거의 수확된 것이 없었다.
전해까지는 미처 캐지 못한 뚱딴지를 멧돼지들이 와서 경운기보다 더 밭을 잘 갈며 캐먹었는 데 멧돼지들은 뚱딴지가 달리지 않은 것을 미리 알고 헛힘을 쓰지 않은 것이다.
이번 봄에 학곡리 밭에서도 뚱딴지는 거의 수확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밭에 버린 돌무더기가 있는 곳을 파게 되었는 데
작은 감자만 한 것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10%도 안되는 면적에서 80%가 넘는 수확이 나왔다.
처음에는 왜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만 뚱딴지가 많이 나왔을까 생각을 하다가
돌이 오줌을 싼다는 생각이 났다.
작년 가을은 가물었다.
그런데 돌이 있는 곳에서는 수증기가 응결하여 물방울이 되어 수분을 공급하여
가뭄을 덜타게 한 것이다.
돌무더기에 뚱딴지가 정상적으로 달린 것은 돌이 오줌을 싸서 수분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2003년 여름 춘천지역의 대홍수때 물이 넘쳐 밭으로 흘러들었으나
고랑에 잡초가 우거진 덕분에 밭고랑이 파여나가는 침식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올해는 버려진 돌무더기가 뚱딴지를 수확하게 했다.
철망 울타리밖 돌무더기에 뚱딴지가 저절로 나서 자란 것이 있었는 데
멧돼지가 돌을 떠들고 뚱딴지를 캐먹어 울타리가 훼손될 뻔 하였다.
돌더미 위에 파이프를 박고 철망 울타리를 했기 때문에 멧돼지가 울타리를 듫지 못했지만
하마터면 울타리가 뚫릴 뻔한 것이다.
여기도 돌이 오줌을 쌌기에 뚱딴지가 달렸고 배고픈 멧돼지가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생태계에는 버릴 것이 없다.
옥토인 흙뿐 아니라 발에 차이는 돌도 잡초도 모두가 생태계 안에서 그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띄는대로 골라 버리는 돌멩이까지도 그것이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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