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해도 물건을 살 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일반적인 풍조였다.
그만큼 가짜 물건들이 넘쳐났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부터 애용하던 볼펜이 모나미 153(monami 153)이었다.
정품 모나미 볼펜은 볼펜이 다 닳을 때까지 글씨를 쓸 수 있었다.
물론 글자의 획이 굴러진다거나 잉크의 찌꺼기가 묻어나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런데 가짜 모나미 볼펜은 조금 사용하면 글씨를 쓸 수 없었다.
그러나 가짜 모나미 볼펜은 쉽게 구별을 할 수 있었다.
글자 표기가 mon으로 시작되지 않고 mor 등 상품명의 글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아마 상품명을 똑같이 적었을 때 받을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을 것이다.
가짜 볼펜은 한 예일 뿐이고 의류, 화장품, 시계, 기계 부품, 약품 등 모든 상품에 가짜가 넘쳐났다.
최근에도 위조된 상표를 사용하거나 명품을 모방하고 그 브랜드 명칭을 사용하는 짝퉁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필자가 네이버 자회사에서 게시중단 업무를 수행할 때 짝퉁판매에 대하여 제조사나 위탁판매사에서
짝퉁 광고의 게시중단 요청을 받아 처리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있었다.
때로는 짝퉁인 줄 알면서도 명품을 갖고 있음을 뽐내기 위해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몇년전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부품에도 정품이 아닌 부품이 사용되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짝퉁인 비규격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짜를 사용하는 것은 진짜보다 싼 원가에 제품을 제조하거나, 이미 공인을 받은 제품을 사칭하여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러한 짝퉁(가짜)의 사용은 사용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불신풍조를 조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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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품(물건)에만 가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짜 교사 자격증으로 교단에 선 가짜교사 파동이 '80년대 초에 일어난 일도 있었다.
또 예체능계 학원에서 유행했던 유령협회의 가짜 콩쿠루에서 입상자나
입상작을 남발하였던 경우도 가짜의 한 예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10여년전엔가 동구권에서 온 가짜 악단이 전국 순회공연을 하며 권위있는 음악교수들의 호평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기꾼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자가 동구권에서 2,3류 악사들을 모아 가짜 악단을 조직하여 국내에서 공연을 했는 데
음악 수준이 높은 곳에서 온 악사들이라 가짜 악단이지만 연주수준이 높았던 모양이다.
전문가들에게까지 호평을 받고 돌아갔는 웃지 못할 사건도 가짜의 한 예이다..
최근에는 결혼식에 가짜 하객까지 동원되는 사례와 가짜 부모와 가족 가짜 친구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작년 대통령 탄핵이후 정파간의 대립이 진영대립으로 가며 수많은 가짜 뉴스가 양산되어 유포되고 있다.
가짜는 영역의 제한이 없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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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박사학위는 교수보다 더 권위가 있었다.
필자가 대학에 재학하던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필자가 재학하던 학교에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수는 소수였다.
그런데 어느 교수님이 독일에서는 박사학위보다 교수가 더 권위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 데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이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은 '90년대가 되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교수 임용이 되지 않고
초중등학교 교사들 중에도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8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에는 정규학력 인정을 받은 신학교육 기관이 많지 않았다.
대학 증원을 억제하던 정책을 시행하였기 때문에 일정한 여건을 갖추지 않으면 신학교육 기관이 정규대학으로 인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70년대부터 한국 개신교회는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많은 교회가 설립되고 목회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런데 학력이 인정되는 신학대는 몇개 되지 않았고 모집인원도 많지 않았다.
당연히 학력인정이 되는 신학대에서 배출되는 교역자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각 교단에서는 편법으로 문교부의 학력 인정을 받지 않고 교단에서만 인정하는 교역자 양성제도를 운영하게 되었다.
'80년대가 되면서부터 규모를 갖춘 교회에서 목회자를 청빙하는 데 학력을 따지게 되었다.
정규교육 과정을 이수한 목회자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수의 교역자는 이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편법이 동원되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박사학위가 있으면 교인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정규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목회자들이 국내에서 인정받는 학위를 취득할 수가 없었다.
이 틈을 타고서 외국의 가짜 학위가 넘쳐나게 되었다.
학위 필요자에게는 외국의 학위를 받으니 더 권위가 있어 보이고 국내에서 취득할 수 없는 학위를 취득하니 안성맞춤이었다.
가짜 학위 취득은 아주 간단하였다.
브로커의 소개로 일정 금액을 납부한 후 가짜 학위과정에 등록을 하고 미국 등 현지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일정기간 참석한 후
형식적인 논문(표절하거나 짜집기한 엉성한 논문, 때로는 대필을 시키거나 논문제출도 없는)을 제출하고 학위를 수여받았다.
문제는 이 가까학위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교계 신문에 크게 광고를 내고 학위취득 축하예배를 드리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 예배 까운에 학위표시를 하고 강대상에 서서 권위를(?) 자랑하였다.
그런데 이 가짜 박사학위가 교계이만 한정되지 않았다.
각 분야에 퍼져나갔다.
심지어는 이 가짜 학위를 근거로 대학교수로 임용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부터 이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었다.
이런 가짜 학위가 성행하게 된 대는 미국의 학위취득 시스템이 한몫을 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누구나 쉽게 학위과정을 설립할 수 있고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제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학위수여 기관이 결성한 협의체라고 한다.
이 협의체에 가입되어 있는 학교가 수여한 학위가 공인된 학위라는 것이다.
나중에는 비슷한 명칭을 가진 짝퉁 협의체를 내세워 학위의 근거를 호도하며 가짜 학위과정 등록자를 모집하였다.
그럴듯해 보이는 가짜상품을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가짜 학위가 수여되는 과정이 밝혀졌고 검증이 강화되며 가짜학위 파동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흥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전에는 한번 전입강사나 조교수로 임용되면 평생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교수 임용은 물론 임용후에도 연구실적을 강조하게 되며 연구하지 않고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교수승진에는 논문발표 실적이 필수적으로 반영되게 된다.
교내 학술지나 국내 학술지보다 수준이 있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편수나 인용지수로 실적을 평가하게 되었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실적은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교수의 승진이나 새로운 계약에 논문실적이 꼴 필요하니 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교수들의 스트레스도 클 것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이러한 답답한 대학교수들이 처한 현실을 틈타서 가짜 학술단체와 학술지가 나타났다고 한다.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다.
또한 검증이 엄격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지 못하면 게재를 할 수가 없다.
이런 어려움을 노려 검증이 느슨하고 게재가 용이한 가짜 학술지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들 역시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위장술을 사용하는 것은 명약관화
아마 여기에 속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인 '90년대 초의 일이다.
필자가 제출한 과학작품이 도대회에서 입선한 적이 있었다.
전국대회에도 못나가고 도대회에서 중간등급으로 입상한 정도였다.
그런데 벨기에에 주소를 둔 어느 단체에서 영어로 된 우편물이 왔다.
"귀하의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인정하여 국제 과학자 인명록에 수록을 할 것이니 300불을 내라는 것이었다"
내가 발표한 것은 수업을 하는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교과와 관련된 실험을 하여 교과서애 나온 데이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과헉적 업적이라고 거론할 정도가 못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한계를 잘 아는 필자가 할 수있는 것은 무응답이었다.
교수들이 거창한 학술단체명과 학술지 형식을 갖춘 학술지에 속아서 논문을 투고하거나
아니면 실적이 필요하나 시간에 쫒기는 경우 짝퉁인 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마침내는 가짜 학술단체나 학회 학술지에 속지 않는 방법을 한국연구재단에서 알리기에 이르렀다.
가짜 물건에서 가짜 자격증, 가짜뉴스, 가짜학위, 가짜 학술지 등 가짜의 영역은 무한하다.
한 분야에서 가짜의 수법이 드러나면 다른 분야에서 기발난 짝퉁이 나타난다.
아마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가짜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이를 감별하는 방법도 나타날 것이다.
또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하는 개인이나 세력도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가짜와의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인류가 겪어야 할 전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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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문법, 뻔뻔한 판촉...‘이런 게 가짜 학술단체’
한국연구재단이 가짜 학술대회나 학술지를 발간하는 가짜 학술단체를 선별하기 위한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 예방 가이드’ 책자를 만들고 관련 문서를 7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해당 가이드를 전국 대학 및 전문대학에 공문과 함께 발송했다.
이 책자는 사라 이튼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가 집필한 ‘약탈적 학술지와 문제적 학술대회 피하기’라는 책을 번역한 것으로,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짜 학술단체의 폐해를 줄일 수 있도록 약탈적 학술단체를 구분하는 법을 담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가짜 학술단체의 학회와 학술단체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먼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므로 엄격한 동료평가(peer review) 과정이 빠져 있다. 두 번째는 예비 저자나 참여자에게 스팸메일을 보내는 등 뻔뻔스러운 판촉에 치중한다. 문법이나 철자가 틀린 엉성한 판촉물을 배포하고 학회의 권위에 대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곳도 가짜 학술단체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책자는 이런 가짜 학술단체의 활동에 연구자들이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짜 학술단체 기여자를 ‘순진한 기여자’, ‘인식하는 기여자’, ‘가짜 과학자’로 구분하고 있다. 가짜인 줄 모르고 등록해 평판에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가 순진한 기여자로, 잘 몰고 학회에 등록했다 낭패를 본 다수의 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해당 단체가 가짜 학술지나 학회와 관련이 있는 단체임을 알면서도 등록하는 경우는 ‘인식하는 기여자’다. 승진 등을 위해 실적을 부풀리려 의도적으로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가짜 과학자는 아예 과학 분야에서 통하지 않은 불합리한 이론을 주장하는 가짜 학자다. 가이드는 후자 두 유형의 경우 “가짜 학술단체와 공생적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가이드는 원고를 투고하기 전에 적절한 학술지를 찾는 법도 제시하고 있다. 분야에서 존경받는 연구자의 이력을 살펴 게재하고 싶은 학술지를 선정하거나, 영향력(IF)를 조사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가이드는 “‘이 학회나 학술지가 나의 시간과 돈, 평판을 들일 가치가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며 끝을 맺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외에서 부실 또는 약탈적 학술지, 학술대회가 건전한 학술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내하고 교육을 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발간 이유를 밝혔다.
출처 : 과학 동아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23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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