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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무관심의 강요와 늘어나는 고독

 

필자가 초중등 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50년대 중반 - '60년대 중반)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농촌에 거주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같은 곳에서 살았고, 혈연관계로 얽히다 보니 서로를 잘알았다.

이웃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를 알 정도로 이웃집에 대하여 잘알았고, 주로 마을 아낙들이 이용하는 우물가는

마을의 정보 교환의 이었다.

마을 사람들 가정의 大小事에 관한 정보는 공유되었고, 결혼식이나 장례는 당사자만의 일이 아닌 마을 공동의 행사였다.

한 가정의 일은 마을 전체의 관심사가 되었던 시대였다.

 

친족간에는 더 끈끈한 정이 오갔다.

명절이나 제사때 모일 때 집안 어른들은 조카나 손자 손녀에게 근황을 물었고, 필요시 조언을 해주었고

혼기에 찬 손 아래 사람에게 어른들은 결혼을 독촉하기도 하였다.

 

직장이나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힌 공동체에서도 취직이나 결혼은 당사자만이 아닌 공동체의 관심사였고

궁금한 경우 당사자나 친족에게 묻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학이나 취업 결혼 자녀의 출산 등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관심사였고

궁금한 경우 당사자나 그 측근들에게 물을 수가 있는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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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부터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급격한 변화를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도시는 농촌과는 다른 사회였다.

우선 이웃이 누구인지를 잘 알지 못하였다.

도시가 확장되며 농촌마을이 도시화가 된 경우 원주민들 간에는 예전 농촌사회에 있었던 이웃관계가 유지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웃이 누군인지를 모른 채 생할하게 되었다.

이웃이 누군인지 모르는 데 그들의 신상에 관한 일이 관심사가 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전의 이웃이나 지연 학연으로 얽힌 공동체나 친족들 간에는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중요한 신상에 관한 정보는 공유되었고, 알려고 하였다.

 

새천년이 되면서부터 취업이 점점 힘들게 되었다.

삼포세대니 오포세대니 하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취업이 어려운 세대가 되었고,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입시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친척이나 지인 이웃에 수험생이 있어도 그 결과를 물을 수가 없었다.

낙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취업을 묻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결혼에 대해 묻기가 어러운 상황이 되었다.

취직이나 결혼을 하라는 새해 덕담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10여년전 학연으로 얽힌 수십년된 친구에게 아들들의 취업을 물었다가 무척 미안한 경우가 있었다.

"너의 아들들은 무엇을 하니?"

"둘다 백수야"

순간 나는 무엇에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물어서는 안될 것을 물었구나.

이미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은 신중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친척이나 친구 또는 지인의 자식들의 취업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언젠가부터 생겼다.

취업 결혼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싫어 명절때 고향에 가지 않는다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예전에는 평범하던 일들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되었고

예전에는 일상적으로 했던 질문이나 덕담이 이제는 삼가해야 할 금기어가 되고 있다.

취업, 결혼,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물이나 공기와 같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누리던 보편적인 삶의 과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누구나 향유하기 어려운 특별한 삶의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친족이나 지인의 자식에 관한 일을 묻는 것은 삼가해야 할 금기사항이 되고 있다.

또 조카나 후배와 같이 손아래 사람에게 취업이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가까운 사이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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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보소, 간섭의 배제 등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관심에서 멀어진 개인은 점점 고립되고 필요할 때 타인의 도움이나 돌봄을 받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고독사나, 극심한 빈곤이나 위기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은 이와같이 공동체의 관심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농촌의 마을 공동체의 해체와 대가족제도의 붕괴로 인한 혈연공동체의 해체는 많은 개인들을 소속이 없는 고립된 개체가 되게 하였고 공동체라는 관심에서 소외가 되게 하였다.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가 되고, 개인정보도 보호가 되어 개인의 권리신장은 이루어진 것 같은 데

공동체에서 소외되거 고립화되는현상에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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