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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단상

연막소독차 따라다니기

필자의 어린 시절 농촌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외에는 특별한 일이 별로 없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농사짓는 어른들은 바빴겠지만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오면 또래들끼리 산과 들을 놀이터로 삼아

또래들끼리 몰려다니며 노는 일이 전부였다.

이런 단조로운 생활에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였다.

군인들이 행군하는 모습, 무장을 하고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모습, 기동훈련 모습을 호기심으로 지켜 보았다.

양구라는 전방지역이니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일상적인 삶의 모습의 일부였다.


1958년 가을 일본뇌염이 대유행을 하였다.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도 꽤 긴 기간동안(2-3주 정도?) 휴교를 하였다.

선생님은 뇌염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설명하셨다.

모기가 병균을 매개하니 뇌염을 예방하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를 하였다.

그해 양구에서 뇌염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뇌염을 예방하기 위해 연막소독을 실시하였다.

연막소독차는 마을 골목을 다니며 연기같은 소독약을 뿜어내었다.

애들은 연막소독차를 따라다녔다.

짙은 안개나 연기 속처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일상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라 호기심 많은 애들은 연막소독차가 마을을

떠나기까지 졸졸 따라다녔다.

그때는 소독약이 인체에 피해가 있는지를 알지 못했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춘천으로 이사를 왔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연막소독이 실시되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골목을 누비며 연막소독이 실시되었다.

동생 또래들이 전에 내또래들이 그랬듯이 연막소독차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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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라서 성년이 되었고, 가정을 이루어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하였다.

연막소독은 계속해서 실시되었다.

그러나 소독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은 없었다.

전염병 예방보다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또 집에서도 해충들을 소탕하기 위해 소독을 하였다.

이때는 소독약이 독성이 있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서 소독을 할 때는 애들을 모두 내보내고, 음식 용기 등을 잘 덮고 소독약을 분사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 집으로 들어왔다.

도로나 골목에서 연막소독차가 연막소독을 하였지만 더 이상 따라다니는 아이들은 없었다.

모두 소독약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연막소독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세대의 추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장면이 되었다.


사진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08081621220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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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준이 향상되며 주거환경이 위생적으로 바뀌었다.

건강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위생에 대해서도 지나치리만큼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단열이 잘되는 집에서 겨울에 난방을 하다보니 습도가 낮아져서 이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가습기는 이러한 주거환경의 변화때문에 들여놓게 된 가전제품이다.

그런데 가습기에서 뿜어나오는 수증기에 세균이 섞여서 질병을 일으킨다고 해서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게 되었다.

거리의 연막소독은 의도적으로 피하지만 방안에 연막소독을 불러들인 셈이 되었다.

문제는 가습기에 넣는 살균제가 유독성이라는 데 있었다.

이로 인한 희생자가 다수 발생되어 이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의 필터서 유독성 물질이 발생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 위생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들여온 살균제가 연막소독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병원균(박테리아, 바이러스 등)과는 역사이래 그러하듯이 앞으로도 계속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사람은 보다 효과적인 병원균 퇴치 약을 만들어 낼 것이고 병원균은 내성과 변이라는 것을 무기로 계속 변신해 가며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대를 이어 갈 것이다.


어린 시절 연막소독차를 따라다니던 일을 기억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두서없이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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