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회(早起會)의 사전적 뜻은 "한동네 사람끼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함께 운동, 청소 따위를 하기 위해 조직한 모임"이다.
요즈음은 조기 축구나 배드민턴 등 아침운동을 하는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명칭이 되어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1956-1962) 여름방학때는 마을별로 조기회가 조직되어 있어 아침 일찍 마을 공터에 모여서 출석점검을 하고 보건체조를 한후 헤어졌다.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조기회를 참석해야 했다.
선생님이 점검을 오신다고 했는 데 선생님이 오신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때 양구군 남면 적리라는 곳에서 광덕 초등학교를 다녔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매일 아침 조기회가 실시되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 6시에 모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조기회의 리더는 홍성범 형이었다.
형은 공부도 잘하고 리더쉽이 강했다.
우리가 모이면 출석을 부르고 체조를 시켰다.
그리고 무슨 책의 내용을 소개했는 데 역기를 드는 원기소 선전 광고가 나와있는 책이었다.
아침마다 책을 들고 와서 책의 내용을 소개했던 것 같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그형은 고등학교에 다녔는 데 농고에서는 드물게 대학에 진학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후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면 원당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는 데 그곳에서도 조기회는 실시되었다.
동네에서 가장 상급생이 조기회 리더를 하다가 6학년이 되며(6학년이 우리 마을에서 모두 2명이었음)
상옥이가 조기회를 이끌었다.
그런데 원당학교로 전학을 와서 조기회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때의 기억이 남는 것은 아마 성범이 형이 책을 들고 와서 무슨 이야기인가를 했기 때문이리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을 하며 자연스럽게 조기회도 졸업을 했다.
아마 중고교에서는 조기회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기회는 일제시대때부터 실시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목적은 학생들을 방학동안에도 조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이들이 방학동안에 늦잠을 자거나 게을러지지 않고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필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10년 정도는 더 지속되었으리라고 추정해 본다.
퇴직을 하고 농사일을 해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지런함의 표상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름의 한낮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다.
오전 10시를 넘으면 찌는 날씨가 된다.
밭에서 직사광선을 쬐며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후가 되어서도 더위는 계속되고 아주 더운 날은 6시가 넘어야 더위가 한풀 꺾인다.
그러니 더워지기 전 새벽에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지런함의 증거가 되었다.
조기회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하는 당시의 덕목을 실천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방학동안에도 학생들을 통제하고 조직에 묶어 두려는 의도가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어쩌면 해방후에도 남아있던 일제의 잔재일 수도 있다.
요즈음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늦게 일어난다.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하여 생활을 하다 보니 농경사회처럼 생활방식이 단순하지 않다.
야간에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가생활과 사회적 모임이 이루어지는 퇴근후 밤시간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농경사회에 비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아이들도 수업후에도 학원에를 다니고, TV를 시청하고, 게임을 하거나 SNS에 몰입하느라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늦게 일어난다.
이미 필자가 퇴직하기 전인 '90년대부터 늦잠때문에 학교를 늦거나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퇴직할 무렵인 2010년 무렵에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하는 것이 건강이나 일의 능률이나 학습에 더 좋다고 한다.
조기회는 역사 속의 흘러간 제도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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