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이 간을 내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속담에 딱 들어맞는 사건이 필자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발생하였다.
아마 중3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양구 읍내에 사진관이 여러개 있었다.
기억나는 것은 중학교 졸업 앨범을 제작하였던 서라벌사진관과 은하사진관 두곳이다.
서라벌 사진관에서는 우리 기수의 졸업앨범을 제작하였다.
10여년후 교사가 되어 부임을 하였을 때도 서라벌 사진관은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시 20년 가까이 지나서(졸업후 30년 가까이 지났을 때) 두번째 양구중 근무를 할 때도 서라벌사진관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장님과는 이런 인연으로 꽤 친했었다.
예전 남춘천역 부근에 있었던 어느 사진관에 일이 있어서 갔었는 데 사진관 주인이 서라벌 사진관에서 근무했었다고 했다.
사장님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분은 남자 중 남자"라고 예전 종업원이 말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렀는 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다.
당시 사진관에서 사진 촬영권이라는 것을 발행하였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판촉활동인데 영업사원을 시켜서
사진관 촬영권을 판매하였다. 이 촬영권을 구입하면 훨씬 싼값에 사진을 크기별로 여러장 뽑을 수 있었다.
영업사원들은 이 촬영권을 팔러 다녔다.
아마 정가의 20-30%에 판매를 하고, 이 촬영권을 구입한 고객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을 때는 반값정도에 찍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지금은 학교 지킴이가 있어 학교 출입을 통제하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교무실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삼이나 수입품 등 물품을 파는 상인들이 학교에 드나들었다.
심지어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때로는 상인들이 교실에 들어가기까지 하였다.
지금부터 반세기전인 '60년대 중반에는 더더욱 교실출입이 자유로왔다.
학생들이 등하교 시간에는 교문 앞에 물건을 진열하여 놓고 팔기도 하였지만 학교에서 이를 제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루는 멀쩡하게 잘생긴 중년 남자가 교실에 사진 촬영 할인권을 팔러 들어 왔다.
이 남자는 은하사진관에서 나왔다고 하며 유창한 언변으로 사진촬영권의 혜택을 설명하였다.
아마 파격적인 할인가격이었을 것이다. 여러 아이들이 촬영권을 구입하였다.
나도 한장 사고 싶었지만 가진 돈이 없어서 사지를 못했다.
그는 교실마다 돌면서 촬영 할인권을 판매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사진촬영 할인권을 가지고 은하사진관을 찾아간 아이들은 그 남자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관에서는 촬영권을 판적이 없다고 했다.
그 남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선생님들은 피해학생들을 조사하였다.
아마 경찰에 그 피해규모를 신고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내 경우 직접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사기를 당한 친구들은 몹시 황당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은 후 이 사건을 다시 생각하여 보았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남자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죽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푼돈을 사기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아마 여러 학교를 돌면서 사기행각을 벌리다가 꼬리를 잡혔을 것이다.
사기를 친 범인도 인간이라면 아마 그후 자신의 행동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뉘우쳤을 것이고 자식들에게는 끝까지 이를 숨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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