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두 사춘기를 겪었다.
개구리 올챙이때 생각을 못한다고 사춘기때의 호기심과 갈등을 까맣게 잊고들 살았을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性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게 마련이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사춘기가 온다고도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중학교때 사춘기를 겪었다.
그러나, 性은 사춘기의 소년들에게는 금지된 영역이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성교육도 없었고, 어른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성에 대한 호기심은 주로 선배나 친구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유언비어를 통해 충족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 어쩌다가 접하게 되는 아리랑 등의 잡지는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지금의 포로노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읽는 재미는 대단했다.
그런데, 중3때 그야말로 우리를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게 될 책들이 나왔다.
방인근씨의 소설이었다.
오래되어 제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고금소총, 벌레먹은 장미, 생의 비극, 요철인생' 등등이었던 것 같다.
이들 소설에서는 성행위에 대한 묘사를 아주 사실적으로 하였다.
오늘날과 같이 야동이나 야화(야한 그림)을 접할 수 없었던 시대에 방인근씨의 소설(오늘의 개념으로야설)은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오늘날의 포로노 이상의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방인근씨의 소설이 학교에 들어 오면 쉬는 시간마다 그 책을 가진 녀석 주변에 벌떼처럼 모여들고, 종소리가 나면 아쉬운 마음으로 제자리에 앉았지만 생각은 온통 그 책에 가있었다.
방인근씨는 일제때 문학잡지를 발행하는 등 우리나라 국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문학가인데 '60년대에는 통속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문학활동에 가산을 쏟아붓고 생활이 곤궁하여 통속소설을 썼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분의 명성을 이용한 작가들이 야설을 쓰고 이름을 참칭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당시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4km가 넘는지라 1시간 정도 걸렸는 데 한녀석이 책을 읽으며 걸어가면 귀를 쫑긋이 세우고 뒤를 따라가며 듣곤했다.
방인근씨의 소설에 빠졌던 친구들 중에는 고등학교에까지 동기가 된 최무성, 권석봉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을 누린 날은 연중 며칠이 되지 않았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방인근씨의 소설이 퇴폐풍조를 조장한다고 해서 단속 대상이 되었다.
방인근씨의 소설을 단속하던 경찰관이 방인근씨의 소설을 보고 서로 놀라 자빠지는 신문 만화의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방인근씨의 소설말고 신문의 연재소설도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용구씨가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계룡산'이라는 소설이었다.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혹세무민하는 교리를 내세워 어리석은 민중을 착취하고, 엽색행각도 벌리는 내용인데 교주와 무당, 하인 등 등장인물들의 정사 모습이 리얼하게 묘사가 되어 있었다.
아쉬었던 것은 친구네 집에서 보는 신문이라 매일 보기가 어려웠고, 한번은 하단에 연재된 소설을 읽다가 친구 형에게 들켜서 일장 훈시를 듣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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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의 호기심은 성인들에게도 강하게 남아있다.
야설은 후일에 야한 그림으로 8mm 영화로 비디오로 테잎으로, CD로 진화되어 갔다.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나보다 5년정도 위였던 기사가 하루는 천연색 화보책을 가져왔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것인데 정사장면을 칼라사진으로 정밀한 촬영을 한 것이었다.
그때의 감동이란(?)
후일에 야동도 몇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흥미보다는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서 호기심이 줄었기 때문인지, 같은 내용에 식상하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포로노물에 호기심이 많고, 컴퓨터를 통해 접할 기회도 많다.
어른들이 부주의하게 방치한 음란물을 접하게 되거나, 동영상 등을 다운받아 같이 보기도 하고, 돌려가며 보기도 한다.
학년초에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을 적어보라면 야동 안보기를 순진하게 적는 녀석들도 있다.
중학생의 대부분이 야동을 접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 이것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이고
아마 이것이 인류가 존속하게 되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2008. 4. 22. 춘천고등학교 40회 동창회 카페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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