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흉내를 내며 살다보니 땅을 파는 일을 하게 된다.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위해 땅을 판다.
물론, 트랙터가 갈아주지만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일은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또, 감자나 고구마 땅콩 등을 수확할 때는 삽이나 호미 등으로 땅을 파헤쳐야 한다.
요즈음 감자를 캐거나 들깨 모종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며칠 전 감자를 캘 때의 일이다.
감자 줄기를 걷어 내고 땅을 파헤치며 감자를 캐는 데 작은 개미집을 건드리는 때가 많다.
감자를 캐기 위해 땅을 파헤쳤는 데 하얀 개미알들이 쌀알이 쏟아진 것처럼 드러난다.
작은 개미들은 알을 물고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개미들의 처지에서는 천재지변이다.
개미는 날씨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비가 오게 되면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땅을 파헤칠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자 몇포기를 캘 때마다 개미집 하나씩은 큰 재앙을 겪게된다.
한참 감자를 캐고 궁금해서 파헤쳐진 개미집에 와보면 어느새 땅을 파고 집을 고치고 알들을 옮겨
그많던 개미알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오늘 오후에도 들깨 모종을 심으러 밭에를 갔다.
모종을 심기 위해 흙을 파헤치다가 본의 아니게 개미집을 파괴하게 된다.
한두개도 아니고 여러 개의 개미집을 파괴하였다.
그때 마다 개미 알들이 하얗게 드러나고, 개미들은 알을 물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비가 오지 않아 물을 주고 모종을 심는 경우 개미집이 겪는 재앙은 더 크다.
물이 개미집을 적시니 아마 알은 물론 개미들과 여왕개미까지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밭에는 예상외로 많은 개미집들이 있다.
대개가 아주 작은 개미들이다.
개미집 한개당 1만마리의 개미가 살고 있다고 하면 100평 정도의 밭에는 수만마리에서 많게는 수십만 마리의 개미가 살고 있게 된다.
우리가 인식하던 못하던 땅위에서, 땅속에서, 물 속에서, 공중에서 생명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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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집의 운명이 자연 재해 말고도 사람에 의한 인재를 겪고 있으며 이는 개미들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개미의 삶 역시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확률과 운에 따르게 된다.
개미집 속의 여왕개미는 알을 낳게 되는 데 대부분이 생식능력이 없는 일개미다.
여왕개미는 딸들이 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하여 시집도 가지 못하게 하고 평생을 부려먹는 것이다.
나중에 시집을 가는 공주 개미는 특별히 선택되어 언니들에게 양육을 받는다.
날씨가 좋고 바림이 적당히 부는 날 공주개미는 수캐미들과 같이 결혼비행을 하게 된다.
공중에서 수캐미를 만나 충분한 정자를 저장할 때까지 여러번 짝짓기를 하고 땅으로 내려 온다.
그런데 결혼을 한 여왕개미가 내려 오는 땅의 사정은 여러가지로 다르다.
아주 운이 나쁜 여왕개미는 결혼도 하기 전에 제비 등의 새에게 잡혀 먹히게 된다.
또, 낭군을 만나 신방을 차리고 땅으로 내려가 왕국을 건설하려는 꿈을 이루기도 전에 새의 밥이 되기도 한다.
새의 밥이 되는 비명횡사를 면하고 땅에 내려 와도 내릴 곳을 잘못 택하면 왕국을 건설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운이 좋은 여왕개미만이 땅에 내려와 날개를 떼고 땅을 파고 땅속으로 들어가 알을 낳게 된다.
처음 낳은 알들이 부화되면 자신의 근육을 분해하여 만든 양분을 먹여서 기르면 이들이 자라서 밖으로 나가 먹이를 가져 오게 된다.
다음부터 여왕개미는 계속 알을 낳는 일만 하게 된다.
여왕개미는 계속하여 알을 낳고 왕국은 점점 번창하게 된다.
그러나, 여왕개미도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는 법이고 보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되고 그가 건설한 왕국은 여왕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렇지만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개미가 밖으로 나가 다시 왕국을 건설함으로 개미의 왕국은 계속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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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것도 개미집이 겪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재앙을 당하기도 하고,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운명이 바뀌게 되기도 한다.
우리 세대가 태어나자 마자 육이오라는 민족의 수난을 겪어야 했던 것과 살만하여졌을 때
IMF를 격은 것 역시 불가항력적으로 겪은 재앙일 것이다.
갑자기 닥친 사고나 질병 역시 개미집의 개미가 겪는 것과 같은 재앙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때문에 대재앙을 겪어야 했던 개미집을 생각하며 떠오르는 단상들을 두서없이 끄적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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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자를 캐다가 파헤쳐진 개미집에서 드라난 개미알들
2. . 캐놓은 감자들... 이 감자를 캐는 동안 여러개의 개미집이 본의 아니게 파괴되어 개미들이 대재앙을 만났다.
3. 고구마 꽃의 모습. 20년을 넘게 고구마를 심었지만 우리 밭에 고구마 꽃이 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 옥수수밭 - 며칠 전에 찍은 것인데 어제 처음으로 옥수수를 수확하였다.
20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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