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나 이야기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관계 설정에 억지 짜맞추기 식의 구성도 있지만 드라마 속에는 현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연애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또래끼리나 나이가 좀 많은 연상남과 연하녀와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의 행태가 반영된 것이다.
남자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들보다 결혼이 좀 늦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통계를 보면 결혼을 하는 남자의 나이가 평균 3-4세가 위였다.
담임을 맡으면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는 데 대부분 아버지의 나이가 어머니의 나이보다 위였다.
이성교제를 하는 학생들도 동급생끼리 사귀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상급생인 남학생과 하급생인 여학생이 사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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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19새기 말 출생) 결혼할 때는 나이가 많은 신부와 나이가 어린 신랑의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꼬마신랑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온다.
그러다가 우리들 부모님 세대와 우리 또래들이 결혼할 때는 대체로 남자의 나이가 더 많은 경우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다.
'85년의 일로 기억된다. 담임반 학생들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검토하다가 부모의 출생연도를 보고 눈길이 멈추었다.
아빠보다 엄마의 나이가 다섯살이나 위였다. 이런 경우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새천년이 되면서부터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게 되고 이것이 드라마 등에도 반영되었다.
2001년 남녀공학인 춘성중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6학급에 전교생이 150명 정도였고, 6개반 수업을 다 들어가게 되니 큰 학교와 달리 애들 대부분의 이름과 얼굴을 알 수 있었다.
또 남학생과 여학생이 사귀는 것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급생인 여학생과 하급생인 남학생이 사귀는 새로운 유형의 사귐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상급생인 여학생은 수업이 먼저 끝나면 하급생인 남학생의 교실 앞에 가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가 큰 2학년 여학생이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1학년 남학생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교사가 애들이 이성교제를 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애들과 대화를 통해서나 교사들끼리 주고 받는 이야기를 통한 경우가 많다.
초임시절인 '70년대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이성교제는 대부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였다.
사귀는 커플도 누구에게 들킬새라 조심을 했고, 만약 알려지게 되어 교사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을 하였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이성교제는 더 이상 금기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70년대만 해도 누구와 누구가 사귄다고 하면 부모들도 난리가 났고, 학교에서도(특히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단속을 했지만 '80년대부터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는 더 이상 은밀하게 숨겨야 할 행위가 아닌 통상적인 행위가 되었다.
'85년 춘천여중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학년초에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신상 조사를 했는 데 친한 친구의 명단에 남학생을 적은 애들이 여럿 있었다.
개별 면담을 하며 물어 보니 스스럼없이 누구와 사귀고 있다고 대답을 했다.
'70년대와는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고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과학실을 청소하러 온 녀석들에게 물어 보면 누구와 누구가 사귄다고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사자에게 물어 보면 대부분 스스럼없이 사귀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였다.
학교가 작다 보니 교사들은 사귀고 있는 커플의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번은 어느 카플의 하급생인 남학생에게 사귀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느냐고 물어 보았다.
녀석은 더 이상 안만난다고 했다.
까닭을 물으니 00누나가 그만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그후에 근무한 학교에서도 변화된 학생들의 이성교제 유형은 일반화된 모습으로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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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은 더 이상 주목을 끄는 행태가 아닌 일반적인 유형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연애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혼 행태의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최근까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경우 남자가 생활비를 담당하고 여자가 살림과 육아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부터 맞벌이의 비중이 늘면서 부부 모두가 일을 하여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치솟는 주택값, 자가용의 운행,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비의 증가, 컴퓨터와 핸드폰의 보급으로 인한 통신비의 증가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가장 하나만의 수입으로는 증가하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여성들을 취업전선으로 나가게 하였다.
다른 원인의 하나로는 여성들의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예전에는 아들은 상급학교를 보내도 딸들은 학교를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사를 돕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또래들의 중등학교 취학율은 남학생들이 배가 높았다.
그러나 '80년대부터는 중등교육에서 '90년대부터는 대학교육에서도 남녀의 취학율이 거의 같게 되었다.
고학력의 능력을 갖춘 전문분야에서 일을 하는 알파걸들은 결혼을 이유로 일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결혼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가치관의 변화도 결혼의 행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남편이 생활비를 부담하고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한다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변화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신랑이 신부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결혼의 행태를 바꾸게 한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로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 비중이 높아지는 결혼 행태의 변화가 학생들의 이성교제의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가 학생들의 이성교제에서 상급생 여학생과 하급생 남학생이 사귀는 비율을 증가시킨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201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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