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지금 호주제는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고 얼마후 역사 속으로 살아질 운명에 처해있다.
그동안 호주제도는 반인권적인,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악법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호주제는 이미 세계에서는 실행하는 나라가 없는 일제의 잔재로 가부장제의 권위주의적인 제도며 여성을 억압하고 가정의 행복을 저해하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호주제때문에 성감별을 하여 여아 낙태가 이루어지고, 수많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양부의 성을 따르지 못해 사회활동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만큼 이런 악습은 빨라 없어져야 한다고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의 주장에도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강경한 분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남자가 우선적으로 호주를 승계하는 것을 폐지하고, 호적을 없애고 일인 일적제로 바꾸는 것일까?
호주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호주제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할 의도는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딴지일보라는 인터넷 풍자매체가 있다.
이곳에 몇년전 고은광순여사(한의사로 호주제 폐지와 양성평등운동에 앞장서는 분)의 육탄공세(六彈攻勢)를 읽어 보면 그 의도가 잘나타나 있다.
여섯회에 걸쳐 딴지일보에 글을 연재하였는 데 그 내용이 모두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기억되는 것은 이렇다.
"부모 姓 함께 쓰기"를 하면 대가 거듭될수록 姓이 길어지는 데
(예 : 필자의 어머니가 趙씨 이면 필자는 慶趙씨로, 아들은 모계쪽의 성을 받아서 慶趙鄭宋씨가 되고 앞으로 손자가 태어난다면 慶趙鄭宋金0文0이 될 터인데 대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로 姓이 길어지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의문에 이렇게 명쾌하게 답하였다.
"이름은 그 사람을 식별하는 코드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버지의 성을 쓰던, 어머니의 성을 쓰던, 아니면 제 삼의 姓을 쓰던 그것은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다.
즉, 호주제 폐지후 姓은 부계를 따르는 것이 의무가 아니고 자유롭게 편리한대로 붙여 그 사람을 구별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호주제를 폐지하자는 분들의 목소리는 이렇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은 양성평등에 저해되는 평등권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姓씨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바탕에 깔려있다.
아버지의 姓을 따르는 것을 의무화하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의 저변에는 이혼가정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요즈음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고(50%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이혼 가정의 재이혼 등을 감안할 때 30% 정도로 볼 수 있고, 그들 중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절반으로,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를 절반으로 본다면 많이 잡아서 10%정도의 가정이 새아버지의 성과 아이들의 성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 있다)
재혼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심적 갈등을 해서하기 위해서 성을 자유롭게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혼 가정이 겪는 고통은 크겠지만 이를 이유로 姓씨제도를 무력화시키고 나가서는 폐지쪽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제 폐지 주장자들의 상당수는 의도하지 않았던 아니던 간에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姓씨가 더 이상 혈통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개인 식별의 코드로 전락하게 될 때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즉, 가문도 혈통도 알지 못하는 흩어진 개인이 되고 말 것이다.
다수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호주제 폐지 주장자들이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하여도 이런 속내가 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를 파괴하기 위해 創氏改名을 강제하였다면 이제는 이혼가정 자녀들의 행복권을 보장한다는 명분하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기본이 되는 姓氏 제도를 파괴하여 가족제도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진보적인 견해를 가졌다는 것을 표명하기 위해, 여성들의 표를 의식하여 이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모순적인 것은 우리의 가족제도는 전근대적이고 양성불평등적이라고 주장하며 姓氏 제도까지 폐지하려는 의도를 가진 분들의 상당수가 애완견의 족보는 소중하게 여기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호주제의 일부 불합리한 점, 시대에 맞지 않는 점의 수정은 필요하지만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하는 호주제 자체의 폐지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의 숨은 뜻을 모르는 다수가 법안의 폐지를 찬성할 것이고 이 제도는 결국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호주제 폐지후에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우선 내집안부터 잘 다스려서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갖는 미풍양속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
일제가 創氏改名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하려고 하였지만 실패하였듯이
시대의 한 흐름에 따라 호주제도의 폐지를 통한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파괴가 일부 있겠지만 뜻있는 다수가 미풍양속의 하나인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다시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를 살려나갈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5. 8. 7 종친회 게시판에 올린 글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심 도시락에 대한 추억 (0) | 2013.09.07 |
---|---|
역사는 흘러 가는 것. 그리고 인물과 사건은 잊혀져 가는 것. (0) | 2013.09.03 |
물난리 (0) | 2013.09.02 |
살 운명과 죽을 운명 (0) | 2013.09.01 |
이이균 교장선생님의 정년 퇴임에 즈음하여 (0) | 2013.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