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이 김일성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가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또, 6.25가 무엇인지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있다고 하여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작년엔가 '박종환 축구교실'이라는 유니펌을 입은 어린이를 보고 박종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같이 있는 한 어린이는 축구를 잘했던 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세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이, 사건이 세대가 바뀌니 잊혀져 간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6.25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겪었던 역사적 대사건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서 피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6.25를 기념하는 행사가 해마다 열렸다.
반공 교육이 한창이던 '70년대와 '80년대 초에는 해마다 6월이면 북괴 공산당 규탄대회와 더불어 김일성 화형식이 있었다.
6.25 상기 행군을 하였으니 6.25, 북괴, 김일성 등은 대한민국에 사는 철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건이요 인물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가는 것.
그리고 사람은 잊혀져 가는 것.
아무리 기억을 붙잡아 두려 해도 한계가 있는 것.
6.25를 겪은 당사자들과 피해자 분들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6.25는 60년전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때 일어났던 사건일 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나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가 6.25때 돌아가셨다거나 행방불명되었다거나 납치되었다는 것은
부모 형제가 겪은 것처럼 실감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나기 4,5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 현재 일처럼 실감이 될 수 없다.
일제의 강압이 우리에게 실감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일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6.25가 일어난지 4-5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 6.25를 상기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고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고
북에는 6.25를 일으킨 늙은 세대가 실권을 잡고 있어도 가는 세월을 어쩔 수는 없다.
북한도 전후 세대에게 실감되지 않는 6.25를 실감시키느라 애쓰지만 그들도 한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제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장이 있었다.
한 세대가 지나면 김대중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 역시 그러하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의 자식과 손자대까지는 우리를 기억할 것이지만 그 후에는 우리 역시
족보에 한줄 이름만 남고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증조부모 이상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후손들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가 영면을 취하는 장소 역시 잊혀질 것이다.
누구든 영원히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인간사의 모습이며 역사인 것을 어쩌랴!
그러니 앞으로 남은 기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세상사에 아둥아둥 집착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은 삶을 살아 가리라.
2009. 8. 24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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