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00년 11월 15일 네띠앙 자유 게시판에 올라온 "교원 정년 환원 절대 안된다."라는 의견에 대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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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조님의 교원 정년 환원 절대로 안된다라는 의견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62세로 단축한 정년을 다시 65세로 환원하자는 주장에 대하여서는 저도 원칙적으로 찬성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기조님께서 전개하시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님께서는 정치인의 정년도 정하자고 하셨는 데 아마 한 직종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면 타성이 생기고, 부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세대 교체를 하고 물갈이를 하여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초등교원의 부족은 예상되었던 것입니다.
62세로 정년을 단축할 때 이 점을 인식하고 연차적으로 단축할 것을 일부에서 주장하였으나 무시하고 3년을 일률적으로 줄여서 초등교원의 부족을 심화시켰습니다.
님께서는 예비 교사를 채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는 데 교육의 전문성을 인식하고 계신지 의문입니다.
초등교사는 잘 아시겠지만 주로 교대에서(이화여대와 교원대에서도 일부 양성)양성되고 있습니다.
교대 졸업생을 모두 임용하고 결혼 등의 사유로 조기 퇴직하여 쉬고 있는 전직 교사까지 연령을 상향하여(시도마다 다르지만 40세 전후) 채용하여도 충원을 못하여서 교대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까지 단기 연수를 시켜 임용하였습니다.
금년도에 교사 채용이 서울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많이 부족된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강원도의 경우 330명을 충원하여야 하는 데 110명만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도권 지역과 복수 지원을 하고 있어 초등교사가 엄청나게 부족합니다. 예비 교사 자원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중등교사로 재직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가서 가르치라면 가르칠 수 없습니다.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연수시키는 것은 고육지책이지 올바른 교사 충원 방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학부모 중에서 임시 교사를 선발하여 수업을 담당하게 하더라도 일부 교사를 정리하여야 한다고 하셨는 데 교직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계신지요?
설마 대학 졸업자는 누구나 다 초등 교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교육계의 부조리를 말씀하셨는 데, 그리고 부조리의 당사자가 장기 근속을 한 고령 교사의 탓으로 보고 계신 데 이것 역시 올바른 견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마치 교원 정년을 단축할 때 고령 교사 = 무능 교사라는 도식으로 고령 교사를 하나를 퇴직시키면 2.5명의 신규 교사를 채용한다는 논리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년을 단축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이 무슨 큰 비리 집단이나 되는 것처럼 000 고발 센터 등을 만들고 법석을 떨며 교사들을 부패한 집단인 양 매도하여 기를 꺾었습니다. 결과 교권이 추락하여 교실 붕괴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기조님의 인식도 위에 말한 그런 인식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부패에 노출될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부정의 방법을 잘 알 수 있는 고령자가 부정에 물든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젊은 사람은 깨끗하고 유능하며 고령자는 부패에 물들고 무능하다는 인식은 타당한 견해라고 볼 수 없습니다.
5.16후 우리나라는 정치계가 대폭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당시 외국물을 먹고, 가장 선진적이고 엘리트 집단이던 군부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30대-40대 초반의 군 출신 엘리트들과 관료 출신 엘리트들이 국정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여 패기 있게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급속한 경제 개발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 왔지만 당시 젊은 그들도 부정 부패를 비껴 가지는 못하였습니다.
5.16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구악 대신 신악이라는 말이 등장하였으니까요.
부정과 비리의 척결은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도덕성의 문제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여야지 정년을 단축하여 장기 근속자들을 퇴출시킨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교육계에서 부정과 비리를 몰아 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것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진행하여야 할 일이지 전년도에 정년 단축을 실시하거나 5.16 직후 세대 교체를 할 때처럼 일률적으로 몇 세 이상은 물갈이를 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여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을 사정을 통하여 의식 수준을 바꿀 수 있다는 발상도 타당성이 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정은 돈이 관련된 문제에 대한 사정인 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공금을 만지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학부모와 촌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데 이것은 법과 제도를 통하여 위법을 처벌하는 것이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캠페인성으로 진행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교육 개혁과 교사들의 의식 구조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사항이지 초법적인 특별 조직을 가동하거나 단발성 캠페인으로 이루어질 사항은 못됩니다.
그리고, 어느 직종이든 직업에 대한 윤리와 사명감이 요구되지만 사명감만을 요구하고 합당한 경제적인 처우를 하지 않는다면 그 직종으로 우수한 인재를 유인할 수 없으며 집단 전체의 활력을 떨어 뜨리게 할 뿐입니다.
교직에 남학생들이 잘 지원하지 않는 까닭은 교직이 그들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입니까? 사명감만 강조한다고 교육대나 사범대에 남학생들의 지원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교원 조직이 적절한 성비의 남녀 교원과 젊은 교사와 장년층의 경력 교사가 조화를 이룰 때 교육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은 교직 생활을 통해 절실하게 경험하였습니다.
'80년대 초에 제가 탄광지대에서 근무할 때 80% 이상이 경력 3년 미만의 신규교사인 학교에서 근무하였었는 데 경력이 일천한 젊은 교사들이 집중되어 있어서 학교 운영과 학생 지도에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다음 번에 근무한 학교는 20대- 50대의 교사가 고루 분포하여 있고, 남녀 교사의 비율도 적절하였는 데 학교 운영과 학생 지도가 잘 이루어져 교육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아마 김기조님께서는 교사에게 피해를 당하셨고 이것이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져 온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 가해자가 고령 교사였던 것으로 생각은 듭니다.
개인이 겪었던 체험의 일반화가 김기조님의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개인의 체험의 일반화는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오류도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젊음과 패기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경륜 역시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은 집안에 어른들이 계셔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단 내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거나 하면 조직에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이것은 교육 행정 당국에서 인사 정책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입니다.
젊은 교사의 열정과 패기와, 새로운 교육 방법의 시도와 도입의 노력과 경력 교사의 경험과 경륜이 학교 현장에서 어우러질 때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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