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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장, 시평, 논문

정치적 이해 관계로 접근하는 입시 정책의 모순

우리 민족만큼 교육열이 강한 민족도 없을 것이다.
내 자식을 잘 가르치겠다는 열망은 부모로써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직업에 대해 귀천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풍토에서 한정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모들은 피말리는 노력을 한다.
아이들은 철도 들기 전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예전에는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체념하거나 아니면 내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지금은 안되면 사회구조가 어떠느니 하면서 내탓이 아닌 네탓으로 돌려 책임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세상이 되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교육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학교교육을 계급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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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들이 가장 인기를 끌 수 있는 방법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박정희대통령은 고입에서 경쟁을 없애기 위해서 평준화제도를 도입하였다.
전두환대통령은 대입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학입학 정원을 확대하였고
김영삼, 김대중대통령은 국민들의 학벌 향상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대폭 늘렸다.
이는 장기적인 국가 인력수급 계획이나 교육적인 차원에서가 아닌 정치논리로 교육문제에 접근한 결과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고입 경쟁은 대입 경쟁으로 평행이동하였고, 대학정원 확대는 경쟁을 완화시키기 커녕 더 좋은 대학과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심화시킨채(경제구조의 변화로 괜챦은 학과가 줄어 들었음) 학생미달로 인한 부실대학을 증가시켜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대학정원의 확대는 고용문제를 야기시켰고
청년 실업자를 양산한채 한편에서는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고교 평준화문제는 시행된지 30년이 넘었는 데도 아직까지 논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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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를 유지시키는 것은 계층적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진다.
겉으로 보면 아주 공정한 제도로 보인다.
원하는 대부분이 배정을 받을 수 있으니 경쟁도 없어 사교육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입시에서도 수능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내신만 가지고 전형을 하면 사교육이 사라질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된다.
돈이 없어 사교육을 시키지 못해 한이 맺힌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묘약처럼 느껴지는 것이 평준화제도고 내신제 입학제도다.

그런데 현실을 살펴보자.
평준화제도가 사교육을 위축시켰다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신제만으로는 변별력이 없고, 수능도 변별력을 없애고 본고사도 못치르게 하니 면접과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논술이 학교수업만 잘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논술은 별도의 교육이 필요함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논술을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논술을 지도할 교사조차 없는 학교가 수두룩하다.
시골 학생들은 어디서 논술을 배우란 말인가?
이런 불만을 해결하려면 국가가 논술학원까지 운영하여야 할 형편이다.
EBS서 수능강좌를 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복제품을 만들듯 대량지도가 어렵고 개별적인 첨삭지도가 필요한 논술지도를 국가가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사교육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호학과의 경쟁을 완화하고 외국의 제도와 부합시키기 위해 도입한 전문대학원제도도 문제를 갖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많은 학비가 소요된다.
또 이곳의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결국 돈이 있는 집안의 자녀만이 혜택을 받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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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로 인한 문제점이 많지만 계층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정치권, 특히 진보층에서는 이것을 신성불가침한 제도로 여기다 보니

평준화를 비껴가는 편법 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소위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다.
이 제도야말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제도다.
우선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의 입학인원이 평준화 이전의 소위 명문고의 입학정원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
결국 저소득층이나 평등주의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평등교육의 허상을 심어준 채 특목고와 자사고를 통해 평준화의 틀은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기가 있는 의대나 법대를 진학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일견 그럴듯 해보인다. 그렇지만 법대와 의대를 전문대학원으로 전환시키는 이상 어차피 일반대를 거쳐서 진학하여야 할 곳인데 결국 얼마후면 전문대학원 역시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다.

혁신도시를 만들면서 한 공약의 하나가 이 지역에 자사고를 설립하여 준다는
것이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직원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켜 주려는 배려인데 정책당국 스스로가 평준화의 틀을 깨면서 말로는 평준화의 지속을 외치고 있으니 이것 역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눈속임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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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치적 논리에서가 아닌 국가적 인력 양성과 교육적인 논리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계층적 논리로 평준화 문제에 접근하여서는 안된다.

기업에서 연구 개발이나 프로젝트 수행이 협력에 의해 수행되는 시대에 개인적인 무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내신제는 재고해야 할 것이다.
내신제는 지역에 따른 계층에 따른 차별을 해소시켜 주는 장점은 있지만 같은 급우를 경쟁의 상대로 인식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시킬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계층적인 논리에 함몰되어 학급에서 친구마저 딛고 넘어야 할 경쟁상대로 만드는 제도의 문제점을 외면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대입에서 한줄 세우기가 아닌 다양한 선발방법이 필요하다.
분할 선발이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비율을 농어촌이나 취약지역에 할당을 하고, 내신을 위주로 선발하고
일정한 비율은 변별력이 있는 수능이나 본고사로 선발을 하며
일정한 비율은 내신과 논술로 선발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소외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자유경쟁에 의한 선발도 가능하게 되어 수월성 추구도 될 것이다.
또한 평준화를 해제하더라도 내신에 의한 선발이 있는 한 특정 명문고로 몽땅 쏠림은 어느 정도 예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평준화가 교육문제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2006. 10. 20 한겨레 사회 토론방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