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는 것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홍수, 가뭄, 서리 등 자연재해를 당할 때마다 이를 실감한다.
필자는 규모는 적지만 두곳의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학곡리 밭은 수로가 지나고 있어 물을 쓸 수가 있고, 수동리 밭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물을 사용할 수 없던 곳이다.
올해는 심한 가뭄이 들었다.
춘천지방의 5월과 6월의 강우량은 20mm이내다. 6월 25일엔가 기상청 통계에는 춘천에 30mm 가까운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관측소가 있는 곳에 소나기가 내려서 잡힌 통계고 춘천 대부분의 지역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5월에 20mm정도의 적은 양의 비가 내려 절대 강수량이 부족한데 6월에도 6일에 20mm정도의 비가 내렸고
그 이후에는 소나기가 내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학곡리 밭은 가뭄 피해를 거의 겪지 않았지만 6월 초까지 물을 줄 수 없었던 수동리 밭은 가뭄피해를 겪었다.
수동리 밭은 인근 다른 밭에 비해 가뭄피해를 덜 겪는편이었다.
비닐을 씌우고 농작물을 재배하니 웬만한 가뭄에 농작물이 시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예년에도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확량의 감소는 있어도 농작물이 시드는 일은 드물었다.
두달이나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동리 밭에 가뭄 피해가 왔다.
그렇다고 가뭄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했던 것은 아니다.
마늘과 감자에는 물통에 물을 담아 차로 운반하여 물을 주었다.
6월 초부터는 이웃집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도록 배려를 하여 주어 물을 줄 수가 있었다.
감자와 마늘에는 늦었지만 옥수수와 조, 수수에는 물을 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가뭄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뭄의 피해는 종자의 발아부터 시작되었다.
수동리 밭에 심은 검정깨와 수수와 조는 드문드문 싹이 났다.
수수와 조는 드문드문 난 곳에서 뭉쳐난 것을 일일이 분리하고, 물을 주고 추가로 모종을 길러서 보식을 하였다.
아내와 같이 보식을 하는 데 일주일 가까이 걸렸다.
포기마다 물을 주고 심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행히 물을 쓸 수가 있어서 물을 충분히 주며 심었기 때문에 수수와 조는 대부분 활착에 성공하였다.
열흘 전쯤 모종을 할 들깨를 파종했는 데 아직까지 싹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마늘을, 어제 감자를 캐보니 생육상태도 좋지 않았고 수량도 전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마늘은 작년보다 파종면적을 넓혔는 데도 생산량은 작년보다 훨씬 적어 자가소비 물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3일전에 수동리 밭에 가니 옥수수 잎이 말리며 시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오늘 가보니 절반 이상의 면적에서 옥수수 잎이 말리며 시드는 현상이 보였다.
밭의 일부에서 관찰이 되었지만 지속되는 가뭄에 옥수수 전체로 가뭄 피해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옥수수에도 전혀 물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6월 들어 3-4차례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주는 기구로 포기마다 물을 주었다.
그런데 요 며칠동안 마늘과 감자를 캐느라 물을 주지 못했더니 시드는 피해가 나타난 것이다.
가뭄에 강한 뚱딴지와 초석잠에도 시들어 가고 있다.
심지어는 잡초까지 시든 것이 보인다.
6월 들어 10-=2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2-3차례 있었지만 지역에 따라 소나기만 내렸을 뿐 예보가 빗나갔다.
6월 6일 찔끔 비가 내린 후 수동리 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한달 가까이 가뭄이 계속되다 보니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이 물을 주어도 급수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한 긴 가뭄에는 그 피해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긴 가뭄을 끝내는 장마비다.
장마전선이 고기압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다가 거의 1주일이나 늦게 북상하여 내리기 시작하는 단비다.
농사는 혼자 짓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6월 2일 가뭄으로 옥수수가 시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포기마다 물을 주어
시드는 현상을 막았으나 최근 며칠간 급수를 하지 않았더니 다시 피해가 나타났다.
6월 2일. 감자도 시드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물을 주었으나 가뭄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6월 2일. 마늘은 수확기가 가까와지면 잎끝부터 마르지만 가뭄으로 일찍 잎마름 현상이 왔다.
6월 16일 학곡리 밭, 옥수수밭 이랑에 관수호스를 깔고 물을 주어 가뭄피해가 없이 정상으로 자라는 옥수수
물을 주지 못한 밭과 비교가 된다.
6월 30일 : 수동리 밭의 감자를 캐었으나 대체적으로 크기가 작고 수량도 감소하였다.
땅을 파니 먼지가 날 정도로 건조해 있었다.
6월 30일 : 밭 주변에 심은 생명력이 강한 초석잠과 뚱딴지에도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6월 30일 : 가뭄에 강하다는 고추에도 시는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6월 30일 : 조가 발아되지 않아 보식을 한 곳인데 눈에 띄지 않아 물을 주지 못한 곳의 조와 정상적인 발아가 된 곳의 생육 차이가 관찰된다.
7월 1일 : 옥수수 밭에서 피해가 심한 이랑. 잎이 말리며 시드는 현상이 관찰된다.
잡초까지 시드는 왕가뭄. 밖에는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기 시작. 이제 가뭄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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