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어느 행성이나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물의 존재 여부다.
지구 상에 있는 생물들 중 물이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물을 구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나라의 자연발생적인 마을은 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농사를 짓는 데에 없어서는 안된다.
필자의 학곡리 밭은 물을 대기가 아주 쉬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원창리에 있는 큰 저수지에서 정족리의 작은 저수지로 가는 수로가 밭에서 가까운 곳을 지나가고 있다.
수로가 위치가 밭보다 높은 산 중턱을 지나기 때문에 간단한 취수장치에 파이프만 연결하면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다.
필자와 이웃 밭의 경작자들은 이 물을 농사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사이펀 원리를 이용한 간단한 취수장치. 수로에 흐르는 물에 패트병에 호스를 연결한 취수장치에 연결된 파이프를 이용해 아래에 있는 밭으로
물을 끌어다 대고 있다.
큰 가뭄에도 물이 끊어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물걱정이 없이 농사를 지어왔다.
그런데 올해에 수로에 이상이 생겼다.
해마다 4월 20일 전후해서 물이 내려 오는 데 올해는 5월이 되어도 물이 내려오지 않았다.
이곳저곳에 알아보니 정족리의 하부 저수지에 문제가 생겨서 이를 보수하기 위해 물을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를 비롯한 이웃의 경작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노지에 심은 농작물은 자연적으로 내리는 비만 가지고도 농사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비닐하우스다.
이곳 경작자들 대부분은 관정을 파지 않고 수로의 물을 끌어다가 밭에도 내고 하우스에 급수를 하고 있다.
필자의 비닐 히우스에도 시기가 되니 참깨 강낭콩 씨앗과 고추 모종을 심었다.
전에도 물을 실어다가 주고 심었기에 올해도 물이 내려오리라는 것을 믿고 씨앗을 파종하고 모종을 심었다.
두둑을 만들고 이랑에 관수호스를 깔고 비닐을 덮어 멀칭을 하고 모종을 심는다.
그런데 5월 중순이 되어도 물이 내려오지 않는다.
올해는 봄에 비가 자주 내렸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봄가뭄이 없이 물이 풍족한 상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처음이다.
5월 17일 아파트 앞에 흐르는 공지천의 물, 100mm 이상의 봄비 치고는 많은 비가 내려 흙탕물이 내려가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해마다 가뭄은 반복되었다.
노지에 파종한 씨앗과 심은 모종은 풍족하게 내린 비 덕분에 잘 자라고 있다.
그러나 비닐 하우스 안은 사막화가 되어 먼지가 날리는 지경이 되었다.
60평이나 되는 하우스에 집에서 물을 길어다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궁즉통(窮則通),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라는 말처럼 자구책을 구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내의 머리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비닐하우스가 경사가 져 있어서 지붕에 떨어진 빗물이 여닫이 장치를 통해 내려오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5월 6일에 내리는 비에 물통을 있는대로 가져다가 놓았더니 물통마다 물이 가득찼다.
이 물을 퍼다가 포기마다 일일이 물을 주었다.
마침 친구네 집에서 얻어다 놓은 600L짜리 물통이 있었다.
두 하우스 사이에 여닫이 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멀칭용 비닐을 통해 모으는 집수장치를 만들어 큰 물통에
연결하였다.
5월 17일-18앨 이틀에 걸쳐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600L의 물통이 가득찼다.
비닐하우스 지붕에 내린 물이 개폐장치를 통해 내려온 것을 큰 물통에 받는다. 600L의 물을 받을 수 있다.
큰 물통뿐 아니라 가져다 놓은 물통, 하우스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모으는 장치를 해서 모은 집수장치에 물이 가득찼다.
이 물을 가지고 고추와 강낭콩 등에 물을 충분히 주었다.
5월 22-23일에 비예보가 있어서 큰 물통의 물로 고랑마다 물을 부어 땅을 적셨다.
비닐하우스 양편의 기둥을 이용해서 멀칭용 비닐을 설치했는 데 비닐에 물이 꽤 많이 고였다. 100L 이상의 귀중한 물을 모을 수가 있었다.
22일과 23일에 예보대로 비가 내렸으나 강우량이 예상 강우량보다 적은 14mm밖에 내리지 않았다.
강우량과 비닐하우스의 지붕에 내리는 물을 모을 수 있는 양을 계산하여 보았다.
비닐 하우스 두동의 지붕 면적이 200
㎡, 15mm의 비가 내리면 내리는 빗물의 양이 모두 3㎥ 가 된다
물론 100% 물을 모두 이용할 수는 없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모아진 물의 양을 계산하여 보았다.
14mm의 비로 큰 물통에 물이 300L 정도가 고였을 것이라고 계산이 되었다.
밭에 가서 모아진 물을 보니 큰 물통에 예상치에 가까운 350L가 고여 있었다.
엉성한 집수장치와 물통을 통해 모은 물이 200L-250정도, 모두 600L 정도의 물이 모아졌다.
3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는 데 70-80L의 물이 필요하니 기온이 상승하고 농작물이 자라서 물이 더 필요하다고
하여도 앞으로 6-7회 물을 줄 수가 있다.
20일 정도는 버틸 수가 있을 것이고 그 안에 비가 오면 또 물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물을 준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수로에 물이 내려올 때는 배관의 콕만 틀면 연결된 관수호스를 통해 물이 공급되어 농작물에 충분히 물을 줄 수가 있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한여름에는 3-4일에 한번 물을 주면 되었고, 연결 파이프의 콕을 열고 시간이 되어 잠그기만 하면 되었는 데 지금은 일일이 포기마다 물을 주어야 한다.
사용하는 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에만 의지해야 한다.
또 농작물이 자라고, 기온이 올라가면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아마 한여름이 되면 하루에 두번씩은 물을 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때에는 집수장치를 총동원하여도 빗물만 받아서 물을 주기도 어렵다.
밖에는 물이 넘쳐나는 데, 비닐하우스 안은 건조하고 메마른 물기근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밭고랑은 말라서 먼지가 푸석푸석 난다.
한마디로 사막이 된 것이다.
비가 자주 내려 가뭄을 모르는 물 풍요 속에 물이 끊긴 비닐 하우스 안은 물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관정을 파려 해도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있고, 원하는대로 지하수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수로에 물이 내려올 날만 하염없이 기다릴 뿐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
비가 자주 평년보다 많이 내려 물이 풍족한 중에 물부족을 겪으며 농사에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6월 12일 학곡리 농장 모습 (0) | 2018.07.09 |
---|---|
무시무시한(?) 멧돼지의 공격 예고 (0) | 2018.07.04 |
농사일을 하며 겪은 이야기(에피소드) =생사의 고비를 넘긴 잠꾸러기 새끼 고라니(外) (0) | 2017.07.03 |
왕가뭄 피해 (0) | 2017.07.02 |
2016년 야콘농사 이야기 (0) | 2016.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