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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군함도(한수산의 소설)를 읽고 나서


1. 주인공 지상과 우석이 관련되었던 춘천고보 상록회 사건의 개요

  상록회는 민족주의자 남궁억 선생의 감화를 받거나 민족주의 서적을 읽고 독립사상을 가진 학생들에 의해 1937년 조직된 비밀 결사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인 남궁태, 이찬우, 문세현, 백흥기 등이 상록회 창립자이며 이연호는 이 활동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2년여간을 지하에서 활동하던 상록회는 1938년 일제에 의해 탐지되어 137명이 피검되고 36명이 송청되었으며 12명이 징역 16- 2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이들 중 백흥기는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옥사를 하였다. 독서활동을 통한 항일운동은 그후에도 이어지다가 1941년 일본인 학생들과 싸운 사건을 계기로 2차 검거가 있었으며 이들 중 고웅주와 이광훈은 옥사하였다.

이광훈은 1988년 대전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장되었으나 김천 형무소에서 옥사한 고웅주는 형무소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는 것을 알 뿐 확인이 되지 않아 국가 유공자의 예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연호는 후일 목사가 되어 이촌동 교회 목사로 빈민선교를 하며 화가로 활동하였는 데 필자가 고1 때인 1965년 모교를 방문하여 특강을 할 때 뵌 적이 있다.


2. 주인공 지상과 우석이 다녔던 1938년 춘천고보의 모습

     필자는 2013년-2014년 춘천고등학교 90년사 편찬위원으로 모교 역사편찬 작업에 참여하였다.

이때 1938년 춘천고보 10회 졸업앨범을 접할 기회가 있어 앨범 자료의 일부를 게재하여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주인공 지상과 우석이 다녔던 춘천고보(1938년 춘천고보 10회 졸업앨범에서)



1930년대 중반 춘천의 번화가 모습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박충집선생으로 영어와 조선어 한문을 담당했다고 한다. 20여명의 교사 중 조선인은 3명뿐이었다

박선생님은 가장 존경받는 선생님이었다고 선배들은 증언하고 있다. 후일 서울대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군사훈련의 모습,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군국주의를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시켰다.


학생들의 등교 모습, 일제는 1938년 고등보통학교에서 중학교로 개칭하였다. 춘천공립중학교라는 현판이 보인다.



춘천고등학교 중앙현관에 걸려있던 상록회 사건으로 옥사한 백흥기 선배가 친구들과 같이 촬영한 앨범사진. "우리의 우정은 봉의성 상록같이 푸르자."라는 문구가 보인다. 상록은 상록회 결사를, 봉의산은 춘천의 상징이 되는 산이나 몽골 침략때와 임진왜란때 항쟁한 항몽, 항쟁의 역사 유적지로 이들의 항일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맨 위가 상록회 사건으로 체포되어 일제의 고문으로 옥사한 백흥기 선배


왼편 아래가 주인공 지상이 존경하였던 이찬우 선배

※위에 수록된 사진은 권리는 춘천고등학교 동창회에 있습니다.


소설에서 선배들이 창립한 상록회를 이어간 인물. 이연호는 4학년때 검거되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퇴학을 당했기 때문에 춘천고보를 졸업하지 못했다. 후일 감리교회목사가 되어 이촌동교회 목사로 재임하며 빈민선교에

전력하였고, 화가로 활동하며 기독교 그림을 그렸다.



3. 소설 군함도에 등장하는 인물들


김지상 : 소설의 주인공,부친이 정미소와 싸전에 건어물상을 하는 친일 부호였다.

주인공이 상록회에 가담은 했으나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사건이 터지자 손을 써서 지상은 검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게 되자 학교를 자퇴하고 부친의 일을 돕다가 선배의 여동생인 홍서형과 결혼을 한다.

 일제의 마수는 친일파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1943년 지상의 형에게 징용 영장이 나오게 되고, 장남을 대신하여 지상은 임신을 한 아내와 이별하여 징용을 가게 되고 군함도에 배치되어 채탄작업을 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고향 선배이자 친구인 최우석 등과 모의하여 탈출계획을 세우게 되고 마침내 탈출을 하여 나카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에 취업하여 신입 징용공들에게 일어를 가르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하였으나 공습이 심하여지면서 조선소의 잡역을 하며 지내게 된다.

194589일 나까사키에 원폭이 투하되고 지상도 피폭되어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그는 군함도에서 탈출하여 헤맬 때 자신을 구하여 주었고 사위를 통해 조선소에 취업을 알선하여 준 에가미 노인의 딸을 구조하여 병원까지 업어서 이송하여 준다. 생존 조선인들과 함께 파괴된 조선소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동료들과 함께 귀향을 하려고 항구로 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이 피폭되었고 다리에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의 앞날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최우석 : 또 한명의 주인공인 최우석은 김지상과 약간의 안면은 있었지만 교류는 없다가 징용현장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둘은 춘천고보 재학시절 상록회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최우석은 학교를 다니다가 뛰쳐나와 한때 승려생활도 하는 등 방황하기도 하였다.

우석은 죽음의 섬 군함도에서 탈출을 꿈꾸고 계획하나 결정적인 순간에 다리를 다쳐 함께 가지 못하고 다시 작업장으로 복귀한다.

우석은 군함도에 팔려와서 유곽에서 유녀생활을 하던 금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금화는 우석의 탈출을 돕기 위해 미인계를 써서 경비원에게 술을 먹여 감시를 소홀하게 해서 우석의 탈출을 도우나 정작 우석은 다리를 다쳐 탈출을 하지 못한다.

다리를 다쳐 신음하던 우석을 평소 첩자노릇을 하던 종길이 우석을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한다.

종길이 첩자노릇을 하다가 동료들에게 맞아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우석이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군함도 탄광에서 발생한 조선인 징용공들의 농성을 주도하고 군대가 진압하는 혼란의 와중에서 탈출에 성공하여 육손이의 밑에 들어가 지하공장 터널공사에 동원된다.

군수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폭파시키려고 화약기술자인 조승도를 비롯한 동료들과 모의하여 폭발시도를 하나 미수에 그친다. 원폭에 피폭되어 중상을 입고도 조선인이라고 구호에도 제외되는 등 차별을 받다가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다.

 

이명국 : 소설 군함도는 군함도에 징용으로 끌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채탄작업을 하는 광부들의 탈출모의에서 시작된다.

함께 탈출하자는 동료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명국은 탄광에 남는다.

나이가 많고 생각이 깊어 징용공들의 형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갱내 사고로 한쪽 다리가 절단되는 장애를 입게 된다.

노무계 직원인 이시까와의 배려로 징용자들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장태복 : 일찍 결혼하여 본국에 15세 정도된 길남이라는 아들을 두고 군함도로 끌려 온다.

탈출을 모의하고 감행하였으나 체포 송환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초죽음 상태에 이른다.

자신을 무자비하게 고문하던 사이또오의 목에 젓가락을 꽂아 중상을 입힌다.

나까사키 형무소로 이송되어 복역을 한다. 태복을 알고 있던 우석이 탈출하여 길남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우석을 통해 부자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원폭투하가 있던 날 노역장에 끌려나왔다가 피폭되어 죽게 된다.

 

장길남 : 태복의 아들. 일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일본말을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에 건너와서 먼저 자리잡은 육손이 밑에서 일을 한다. 탈출하여 조선소에서 일을 하게 된 우석과 친구가 된다.

우석을 통해 아버지 태복의 소식을 듣고 옥살이를 하는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나까사키에 원폭이 투하될 때 큰 상처를 입지 않았으나 조선인을 학살하는 일본군 하사관의 손에 학살된다.

 

최서형 : 김지상의 아내. 서당 훈장의 딸로 한문 교육을 받았다. 오빠인 태형이 지상의 선배였는 데 오빠의 소개로 김지상과 결혼하게 된다. 결혼후 한동안 아기를 갖지 못하다가 임신을 알게 되었는 데 그 기쁨도 잠시였고 지상이 형을 대신해 징용으로 끌려 가는 비극을 당한다.

시댁에서 아들을 낳아 기르며 지상을 기다린다. 지상을 만나러 군함도를 방문했으나 행방불명되어 만나지 못하고 항의를 하던 중 명국에게 지상이 탈출하였는 데 잡히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을 양육하며 남편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한국여인상의 여자.

 

금화 :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술주정에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다.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여 음식점과 술집 등을 전전하며 일을 하게 되나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성매매 여성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일본 군함도까지 흘러 들어와서 작부노릇을 하게 되나 우석을 알게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최우석이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미인계를 써서 경비원을 술을 먹여 탈출을 돕는다. 나중에 발각이 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바다에 투신하여 생을 마감한다.

 

야스꼬 : 금화와 같은 유곽에서 성매매를 하는 일본여성. 금화의 친구로 금화가 고문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돌보아 준다.

 

한동 ; 서형의 집에서 거두어 길렀는 데 혈연 관계는 없으나 가족과 같은 존재다. 서형의 친정집의 농사일 등 가사일을 도맡아 한다.

서형을 누님처럼 따르며 일본 순사에게 희롱을 당하자 순사를 때려눕힌다.

 

최치규 : 최태형과 최서형 남매의 아버지. 서당 훈장으로 학동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였다.

 

이시까와 : 군함도 하시마 탄광의 노무계 직원. 조선인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는 하시마 탄광에서 일하는 20년동안의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작가가 입수하였다는 군함도에서 사망한 조선인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사람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로 보인다.

 

신철 : 하시마 탄광에서 일어난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의 주동자. 쟁의는 군대가 개입하여 진압되었고 쟁의의 와중에 우석 등 징용공들이 탈출을 한다.

 

에가미 : 지상이 군함도를 탈출해서 노모반도를 헤매다가 기진했을 때 지상을 구해준 노인

딸과 사위를 통해 지상의 취업까지 알선해 주나 아들은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출전해서 전 사하고 사위는 원폭으로 사망, 딸은 원폭으로 중상을 입고 지상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

 

아끼꼬 : 에가미 노인의 딸. 지상을 불러 식사를 대접한다, 지상은 아끼꼬가 제공한 집밥에 대 한 배려에 감사하여 원폭때 자신도 다친 몸이면서 부상을 입은 아끼꼬를 업어서 병원까지 데려 간다.

나까다 : 미쓰비시 조선에서 선박설계사로 일하는 에가미 노인의 사위. 지상의 취업과 업무 배치에 도움을 준다. 원폭으로 사망.

 

육손이 : 손가락이 여섯 개라 붙은 별명. 일본에 먼저 와서 정착하여 조선인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도급맡아 일하는 청부업자로 일본여자 첩까지 둔 일본에서 성공한(?) 조선인. 도망친 조선인들도 고용하여 신변보호를 하여 주지만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조승도 : 폭약담당 기술자로 일본의 여러 곳을 다니며 조선인들의 참상을 목격하였다. 우석과 공모하여 지하 군수공장을 건설하는

터널을 폭파시키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승도는 도주하였다. 피해가 크지 않고 혼란한 상황으로 당국이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고 육손에 의해 이 사건은 수습이 되었다.

 

오까노 군조(중사) : 일본인 헌병, 원폭투하 후 살아남은 조선인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자.

길남이 오까모도의 칼에 희생되었다.

 

4. 소설 군함도 독후감


해저에서 석탄채굴을 하던 일본의 군함도라는 작은 섬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의 근대 산업화의 유산이라는 것이 보존 명목이었다.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다면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필요도 논란을 일으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까사키 앞바다에 있는 석탄을 채굴하던 군함도라는 축구장 3개 정도의 작은 섬이 관심을 끈 것은 이곳에 많은 조선인 징용자들이 강제로 끌려와서 위험한 해저 석탄채굴을 하다가 사고, 열악한 노동조건, 일인의 가혹행위로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이곳에서 죽거나 다친 조선인 징용자들의 희생에 대한 언급없이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된 해저에서 석탄을 채굴하던 이 작은 섬을 일본 산업화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보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시마(군함도)라는 이 섬의 탄광채굴 유적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이곳에서 한을 품고 스러져 간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희생에 대한 언급은 없이 일본 산업화의 상징으로 부각되게 되었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했던 한수산 작가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 군함도에서 석탄채굴을 하다가 희생된 조선인 광부들의 삶을 군함도라는 소설을 통하여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에는 군함도라는 책이 일제 강점기 징용자들의 삶을 재현한 것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의 고교 4년 선배라는 개인적 인연도 작용하였다.

한수산 작가가 주인공인 김지상과 최우석의 고향을 춘천으로 설정한 것은 춘천이 그의 고향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의 출신학교가 춘천고보인 것은 작가의 모교가 춘천고등학교이고, 일제말 춘천고등학교에서 독서회를 통한 조직적 항일활동이 있었고, 137명이 검거되어 투옥되었고 가혹한 고문과 열악한 수형환경으로 세명의 희생자가 나온 상록회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춘천고보 재학생이 300-400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절반 정도가 사건에 연루된 큰 항일활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춘천고보생들의 항일활동은 2차대전을 일으킨 일제가 극심한 탄압을 하여 국내의 항일운동이 위축되었던 시기에도 연면히 이어져 1941년에 2차 검거사건이 일어났다. 시가전 모의 훈련때 일인 학생들을 집중 구타한 데서 발단한 사건으로 28명이 연행되었으며 12명이 실형을 언도 받았고 이들 중 일제의 혹심한 고문으로 이광훈과 고웅주가 옥사하였다.

불행하게도 1차 상록회 사건과는 달리 일제가 기록을 파기하여 공판 기록을 발견하지 못하여 이분들의 항일 행적을 알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공판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수형(受刑)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 1942년 입학생인 최항규가 항일 항쟁을 위해 친구들을 포섭하다가 체포되어 퇴학을 당하고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석방되었다가 해방후 복교를 하는 사건이 있는 등 일제말에도 춘천고보생들의 항일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소설 군함도의 시대적 배경은 세계 제 2차 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3년부터 원자탄 투하로 일제의 멸망이 임박한 1945년에 이르는 시기다.

또한 작중 인물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 노력동원된 징용자들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일제는 패색이 짙어지자 동원 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자원을 동원하였다. 일본인들만으로는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내세워 조선을 일본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척하면서 조선인들도 징용과 징병으로 강제동원하였다.

소설 군함도는 이때 징용으로 강제동원된 징용공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30년 가까이 철저한 작가정신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생존자들을 인터뷰하여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당시의 생존자들이 거의 사라지고 역사적인 사건으로 묻혀져 가는 민족의 수난사를 현장감있게 재현하였다. 소설 군함도를 읽으며 마치 사건현장에서 작중인물들의 삶과 활동을 목격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작가의 철저한 준비와 고증으로 작중인물 한명 한명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군함도라 불리우는 하시마 섬의 탄광에 강제로 끌려온 징용공들의 탈출 사건에서 시작된다. 징용공인 명국, 태복, 삼식, 경학이 탈출모의를 하나 명국은 남고 태복, 삼식, 경학은 탈출한다. 그러나 삼식은 시체로, 태복은 탈출에 실패하여 체포되어 돌아온다. 삼식의 시체는 3일간이나 방치되어 남은 징용공들에게 공포의 본보기가 된다. 태복에게는 무자비한 고문이 가해지고, 태복은 젓가락으로 고문하는 키무라의 목을 찔러 중상을 입히고 나까사키의 형무소로 연행되어 간다.

장면은 주인공 지상의 고향인 춘천으로 바뀐다. 지상의 아내 서형은 기다리던 임신을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왔으나 기다리는 것은 남편의 징용소식이었다.

일제는 행정력을 동원하여 강제로 징병이나 징용자를 강제로 끌고 갔다. 도망하거나 반항하는 자들이 있어 순사를 대동하고 밤중에 집으로 가서 강제연행하기도 했다. 동원 자원이 바닥나자 일제에 협조적인 친일파의 집안도 징용에서 비껴갈 수가 없었다.

부친이 정미소와 싸전에 건어물상까지 하며 일제에 협력하던 지상의 집안에도 지상의 형에게 징용영장이 나왔다. 그러나 장남을 중시하던 조선의 전통에 따라 지상이 대신 징용을 가게 된다. 춘천역에서 징용자를 운송하는 열차를 탄 지상은 경성과 부산을 거쳐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끼 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행선지에 따라 분류되어 남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게 된다.

이 열차에서 전에 상록회에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는 우석을 만나게 된다.

열차에서 내려 트럭으로 갈아탄 일행은 군함도라 불리우는 하시마 섬의 해저 탄광으로 배치되게 된다. 이곳에서 이틀간 군사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징용공들을 길들이는 구타 등 가혹행위들이 있은 다음 탄광의 채탄장에 투입되었다. 작업장은 수직으로 700미터를 내려간 곳에 있었다. 이곳은 바다 밑이었으며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갱도를 통해 채탄된 석탄이 운송되어 수직갱을 통해 지상으로 운반되었다. 지상은 우석과 먼저 온 명국과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지상은 키무라라는 일본인 노무관리 직원에게 가혹행위를 당한다.


하시마 탄광의 작업조건은 가혹하였다.

하루 열두시간이 기본 작업시간이지만 목표량인 노루마를 달성하지 못하면 15시간까지 일을 하기도 했다.

콩가를 섞고 불은 밀이나 삶은 콩이 섞인 밥과 단무지 몇쪽과 정어리와 무를 간장에 조려낸 것 등이 반찬으로 나오는 열악한 급식이었다. 작업장에서는 젓가락을 대면 흩으러지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게지라는 승강기를 타고 수직으로 700미터를 내려간 막장에서 막장의 무더위와 싸워가며 쇄암기나 곡괭이로 탄을 캐서 탄차에 실어서 보내는 작업을 하였다.

탄광에서는 낙반사고, 가스폭발이나 유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시로 일어났고 작업자가 다치거나 죽었다. 창수라는 징용공은 갱을 떠받치고 있던 갱목이 부러지며 창수를 덮쳤고 창수는 현장에서 즉사하였다. 그의 시체를 옮기는 동료들은 혼이 지하에서 배회하지 않도록 창수야 올라가자를 반복하여 외치며 그의 시신을 운반하여 지상으로 올렸다.

창수야 올라가자”, “창수야 올라왔다를 외치던 동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필자도 이 글을 읽으며 마음속 깊이 슬픔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월급날이라고 해도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었다. 월급에서 숙식비와 작업복비 각종 공과금 강제 저축인 국민저축과 국채구입까지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또 남은 돈이 있다고 해도 원하는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다. 현금대신 지급된 전표로 직영매점에서 배급된 물건만 구입할 수 있었다.

주인공 지상은 어쩌다 오는 아내의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남녀가 만나면 사랑이라는 것이 싹튼다. 하시마 탄광에 있는 혼다야라는 유곽에서 일하는 조선여자 금화는 우연한 기회에 우석과 맞주치게 된다. 몇 번 마주친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게 된다.

 

가족을 징병이나 징용으로 타지로 보낸 남은 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작가는 이땅에 남은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과 생이별을 한 지상의 아내 서형은 뜰안의 나무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뱃속의 아이가 태동하는 것을 느끼며 남편을 그리워 한다.

서형은 해산을 하러 친정으로 가며 남편을 생각한다. 친정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베를 짜다가 말고 딸을 마지한다. 서형은 아들을 낳는다. 이름을 명조(明照)라고 짓고 아이가 잘자라 주기를 기원한다. 명조의 외조부는 손자의 이름을 지어주고 나중에 가르치라고 맹자의 진심장구를 필사한 책을 서형에게 전해 준다. 몸조리를 끝낸 서형은 아기를 업고 시가로 돌아간다.

한편 아들의 출산 소식이 전해지는 편지를 받은 지상은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동료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갹출하여 아주 조촐한 축하연을 준비한다. 술배급을 신청하러 온 명국에게 이시까와는 태복이 찌른 사이또는 살아났고 태복은 형무소에서 복역을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또 고량주 한병을 명국에게 주었다. 동료들은 마른 오징어와 구운 밀가루빵과 약간의 술로 축하파티를 연다.

일본인 상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길남은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고 일본에 먼저건너와 하청업자로 일하는 육손이를 찾아가 그 밑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길남은 일본말을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편지를 대필하여 주고 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지내다 육손이의 옆에서 양곡배당을 받고 부식을 수령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지상은 명국과 함께 높은 곳에서 섬 주위를 관찰하며 섬에서 탈출하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지상과 같은 조가 되어 채탄을 하러 들어갔던 명국은 막장에서 낙반사고가 나서 중상을 입고 구조되었으나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명국을 문병하러 간 길에 우석은 지상의 탈출계획을 눈치채고 같이 갈 것을 제안한다.

악랄한 탄광관리자들은 징용공들 사이에 첩자를 심어놓고 감시를 한다. 우석은 첩자로 혐의를 받던 종길을 잡아냈지만 우석이 종길을 살린다. 우석은 필수를 가담시킨다. 필수는 하시마에서 나가사끼 해안까지 직접가는 것이 아니고 나까노시마에서 뗏목을 만들어 건너 가자는 제안을 한다. 필수는 화장을 할 때 나까노시마에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석은 금화에게 탈출계획을 알리고 둘은 한몸이 된다. 그리고 기약없는 이별을 한다.

달이 없는 그믐날 지상, 우석, 필수는 탈출을 실행하고 금화는 술과 미인계로 경비원인 야마구찌를 붙들어 놓아 이들의 탈출을 돕는다.

그러나 탈출과정에서 우석은 다리를 다치게 되고 우석은 지상과 필수만을 보내고 자신은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 빨 리가. 너희들 죽지만 마. 살아서 만나자.”

다음날 지상과 필수의 탈출은 탄광에 알려지게 되고 그날 경비원이던 야마구찌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금화의 조력이 밝혀지게 되고 금화는 모진 고문을 받는다. 지상과 친했던 동료들도 지상의 행선지를 대라고 심한 고문을 받게 된다. 우석은 다리를 심하게 다쳤으나 그가 살려주었던 종길이 병원에를 데리고 다녀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모진 고문에서 금화를 벗어나게 해준 것은 노무계 이시까와였다. 본토공습과 일제의 패색이 짙어지는 시국에 사건을 확대시키기 보다는 이 정도의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이시까와는 생각한다.

풀려난 금화는 바다에 투신을 하고 만다. 유서는 명국에게 전달된다. 금화의 마지막을 수습한 것은 유곽동료인 야스꼬였다.

  

탈출에 성공한 지상은 하시마 건너 노모반도를 헤메다가 기진하여 쓰러졌을 때 어부인 에가미 노인에게 발견되어 구출되게 된다. 에가미 노인 부부는 지상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돌보아 주고 노인은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위에게 지상의 취업을 부탁하고 트럭에 태워 보낸다.

금화의 유골은 우석에게 전해지고 우석은 손가락뼈 하나만을 남기고 금화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준다. 하시마에 남은 동료들은 일인 감독자들의 가혹행위로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분노가 쌓여 간다. 우석을 중심으로 파업과 탈주 계획이 모의된다. 천신철을 주동인물로 파업이 일어나 회사측과 대치하게 된다. 이 와중에서 성식과 재덕을 비롯한 20여명의 인원이 집단 탈출을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탄광 측과 징용공들은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마침내 군대가 동원되어 농성은 강제 진압된다.

혼란의 와중에서 우석과 일주는 탈출을 한다.


농성이 진압된 하시마 탄광은 다시 가혹한 강제노동의 평상으로 돌아간다.

에가미 노인의 사위 나가사끼 조선소에 취업한 지상은 일본어를 모르는 신입 징용공들에게 간단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일본의 패색은 점점 짙어져서 공습이 빈번해지고 미군의 삐라가 살포되기 시작하였다.

남편을 그리워 하던 서형은 지상에게서 소식이 없자 지상을 만나러 하시마로 가기로 한다.

하시마에 도착한 서형은 지상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무계 타니무라에게 따지다가

폭언에 졸도를 한다. 병원으로 옮겨진 서형은 진정제를 맞고 정신이 든다. 서형에게 항의를 받던 노무계 이시까와는 서형에게 명국을 소개한다. 명국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설득을 당한 서형은 지상과의 추억을 회억하고 그림움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간다.

서형의 친정에는 태형의 오빠의 소식이 인편을 통해서 온다. 간도에서 교사를 하다가 상해로 갔다는 소식이다. 서당훈장은 친일파가 된 태형의 친구 경호를 통해 태영이 감시받는 인물임을 알게 된다.

하시마를 탈출한 우석은 먼 친척이 되는 육손이를 찾아간다. 우석은 육손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육손이는 우석을 거두어 주기로 한다. 육손의 집에서 우석은 길남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된다.

조선소에서는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각종 공제금이나 강제저축금으로 공제하고 지급하였다.

월급을 받은 지상은 외출을 허락받아 신세를 진 나까다의 집을 방문했으나 나까다가 아직 퇴근을 하지 않아 에가미 노인의 딸 아끼꼬에게 마른 오징어를 전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조선소에는 새로이 징용공들이 도착하고 길남은 이들을 작업장으로 인솔한다. 이들은 숙소를 배정받고 하루를 묵은 후 터널 공사장에 투입되었다.

우석은 금화를 잊으려 노력하고, 지상은 나까다에게 초대를 받아 오랜만에 가정의 밥을 먹어 본다.


패색이 짙어지는 일제는 본토결전을 준비하여 군수공장을 지하로 옮기기로 하고 터널공사에 박차를 가한다. 징용공으로 신참으로 온 변이팔은 일주와 우석과 친구가 된다. 또 터널공사장에서 화약기술자인 조승도와 군함도에서 함께 일하다 탈출한 달수를 만난다.

이들은 지하공장을 건설하는 터널을 폭파하려는 계획을 논의한다.

길남은 우석을 통해 아버지 태복의 군함도에서의 행적을 듣게 된다.

길남은 육손에게 가서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한다. 육손의 주선으로 형무소에 있는 아버지 태복을 찾은 길남은 부자간의 극적인 상봉을 한다.

미군은 오끼나와 상륙작전을 감행하고 일본군이 최후까지 단말마적인 저항을 하는 동안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다. 이때 에가미 노인의 아들이며 아끼꼬의 동생인 코이찌는 가미가제 특공대로 출격하여 전사한다. 이를 전해들은 그의 연인인 성요셉병원의 간호부 후유꼬는 울음을 터뜨린다.

일제는 1943년 대학에 재학중인 문과생들을 징집하였으며 코이찌는 이때 징집되어 일본군에 끌려간 것이다.

낙반사고로 인한 다리 부상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하시마에 남은 명국은 퇴원전 이시까와에게서 조선인 징용공의 노무관리를 제의받는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명국은 노무관리원으로 일하게 된다.

탄광에서 징용 조선인에 대한 처우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611일 미국 잠수함이 석탄운반선을 격침시키는 등 미국의 공격은 점점 심해져 갔다.

나가사끼 조선소와 공장 공사장도 미군기의 공습으로 시설이 파괴되고 인명피해가 가중되는 등 공습으로 인한 피해는 점점 증대되고 있었다. 일제는 징용자의 징용기한을 연장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전황이 더 악화되자 징용공들 중에서도 소집영장을 받고 군대로 끌려가는 자들이 나오게 된다. 우석의 동료들 중에도 소집영장을 받고 떠나는 자들이 생기게 된다. 동료들은 몇푼의 푼돈을 모아 주며 초라한 송별회를 열어줄 뿐 무기력하게 그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미쓰비시 조선소가 대규모 공습을 당하고 조선소 시설들이 거의 파괴되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된다.

지상의 감독관이던 하세도 공습에 희생이 되고 지상을 데리고 온 나까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일본의 도시들마다 공습의 피해는 커진다.

1945127일 토오꼬오 공습은 토오꼬오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고 115천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다.

집이 파괴되고 물자가 궁핍하게 된 일본국민들은 극한의 생활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폭격을 피해 시골로 소개되었으나 굶주림에 시달린다.


친정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서형은 한동을 따라 친정으로 다니러 간다. 지상의 아들 명조는 돌이 되었으나 혼란한 시국이라 돌잔치를 하지 못한다.

서형은 길에서 순사 타구찌를 만나게 되고 타구찌는 서형에게 수작을 건다. 이를 보다 못한 한동은 타구찌를 구타하고 자전거를 박살내 버리고 도주한다.

에가미 노인의 딸 아끼꼬는 궁핍한 생활을 하며 시골로 소개시킨 아이들을 그리워 한다.

일제는 궁핍한 식품을 대체할 대용품을 알리는 등 모든 국민들과 물자를 총동원에 안간힘을 쓴다.

전황이 악화되고 공습으로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우석과 승도를 비롯한 징용공들은 터널 폭파계획을 진행시킨다. 화약기술자인 조승도는 여러곳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조선인 징용자들의 참혹한 상황과 조선인 광부들의 저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거사날이 되어 거사를 했으나 터널 폭파는 실패하고 승도는 도주하고, 피해가 경미하여 육손은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고 단순한 징용공들이 지역별 패싸움으로 사건을 덮어 버린다.


이시까와는 하시마 탄광에서 20년간 노무관리 일을 하며 기록한 기록들을 정리하며 탄광에서의 일들을 회상한다. 이때 나가사끼 쪽 하늘에 거대한 버섯 구름이 솟아올는 모습을 바라본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소식은 나가사끼에도 퍼졌다. 나가사끼에는 잦은 공습이 있었고 그때마다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였다.

89일에도 징용공들은 평상시와 같이 작업에 동원되었다.

이날 원폭이 투하되며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지게 된다.

원폭은 일본인이나 조선인을 차별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됨됨이나 처한 환경, 살아온 과정 등을 묻지 않았다. 피해 범위 안에 있으면 누구나 그곳의 자연 또는 인공환경의 변수에 따라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혔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징용공들도 원폭 피해를 입었다.

주인공인 지상은 식량영단으로 식품을 수령하러 가다가 원폭 피해를 당한다. 다리에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 친절을 베풀어 준 아끼꼬를 발견하고 그녀를 병원까지 이송한다. 터널 공사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만나 자경단을 조직하여 원폭에 파괴된 조선소 잔해 속에서 구조활동을 한다.

지상은 변이팔 등 생존 징용공들과 함께 고향으로 가기 위해 항구를 향해 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우석은 운반차를 밀다가 원폭의 피해를 당한다. 심한 화상을 입고 아비규환의 처참한 현장을 통과하며 시내 쪽으로 걸어간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구조마저 거부당한다. 다리 밑에까지 온 우석은 다리밑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다. 그리고 며칠 후 쏟아진 폭우는 그의 시신을 쓸어내려 간다.

지상에게 친절을 베풀던 나까다도 원폭에 희생되었고, 아끼꼬는 지상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화상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하고 방사능 피폭으로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는 등 죽음이 예고된다. 태복과 길남 부자도 피폭에 의해 희생된다. 길남은 폭격에서는 살아남았으나 조선인을 학살하러 돌아다니던 오까노 군조의 칼에 희생된다.

우석과 길남을 포함한 피폭되어 우리말로 신음하던 수많은 조선인 징용공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구조에 제외되고나 구타 등에 의해 희생되었다.

원폭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가토릭 신부와 신도들 수십명이 즉사하게 하는 등 74천명의 나가사끼 시민들이 희생되었다.

작가는 원폭을 맞은 나가사끼의 참상을 시가지와 시설물들의 피해 상황을 배경으로 한명 한명의 작중인물을 통해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원폭으로 폐허가 된 잔해 속에서도 다시 풀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등 생명의 태동을 통해 절망의 극한 속에서도 희망의 불꽃이 살아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폐허의 나가사끼를 뒤로 하고 고향을 향해 발걸음 딛는 생존 징용공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역사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면서 원폭으로 부상을 입은 지상의 모습을 통해 귀국하는 생존자들의 앞날에 드리울 그림자가 희망과 교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우리집에 마실 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국대라고 지칭하는 징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 가서 일을 했어도 돈을 벌기 위해 전전에 자발적으로 간 분들과 전쟁이 일어나고 보국대로 강제 징용된 분들의 근로환경과 노동강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분들 한분은 히로시마 원폭 당일 다른 곳에 갔었기 때문에 참화를 면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폭격현장에 아와서 목격한 참상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

필자의 이모부는 징용되어 갔다가 가혹한 학대를 견디지 못하여 도주하여 조선인이 운영하는 하청 공사판에서 일을 하였다고 한다. 하시마 탄광에서 도주한 주인공 지상과 우석 등이 미쓰비시 조선소나 군수공장을 소개시키기 위한 터널 공사장에서 일을 했던 것과 같은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 징용되어 군함도에서 채탄작업을 하던 조선인들 중 일부가 결사적으로 탈출하여 나가사끼에서 노역을 했으나 대부분 원폭으로 희생되고 만다. 이는 국력이 약해져서 나라를 잃은 약소민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이다.

민족의 역사적 비극을 작가는 소설 속에서 등장 인물 한명 한명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역사속에서 현실로 불러내어 그들이 겪었던 비극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