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序論
필자는 本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깊은 感懷를 느낀다.
냉전시대에 고교 시절을 보낸 筆者는 越北한 뛰어난 문인들의 이름을 전혀 듣지 못하였다.
국문학사 교재에서 간혹 한00, 김00 등으로 표기된 이름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기억이 있다.
기억에 생생한 것은 40년전인 고3 때의 일인데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천재적 문학가 중에 한 분이 홍명희선생이라고 말하였다가
“선생이 아니지” 라면서 당황해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 홍명희가 임꺽정의 저자였다는 것을 안 것은 그 뒤로 20년이 더 지나 그의 소설 「임꺽정」을 읽을 때였다.
이제 북한에 거주하는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이 지은 소설 「황진이」를 읽으며 깊은 感懷를 갖는 것은
出生하자마자 6.25 戰爭을 겪어야 했고, 냉전시대에 교육을 받은 筆者가 속한 世代가 느끼는 공통적인 정서일 것이다.
소설 「황진이」와 「높새바람」은 홍석중에 의해 북한에서 창작된 역사 장편 소설로 남한의 독자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특히 소설 「황진이」는 분단후 처음으로 남한에서 합법적으로 출판된 소설이고, 저자인 홍석중이 ‘만해 문학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필자는 소설 「황진이」를 읽으면서 고유어를 살려내어 구사하고, 속담과 고사성어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문장의 감칠맛을 십분 발휘하는 작가의 뛰어난 우리말 표현 능력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뛰어난 문장력과 황진이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치밀한 성격 묘사, 흥미진진한 줄거리의 전개 등에서 오는 재미 뒤에 있는 계급간의 갈등과 부패한 시대상과 민중을 착취하는 양반 계급에 대한 비판의식의 강조 등은
1987년 김정일이 제시한 ‘역사주제 소설 창작을 주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한 기본 방침’에 따라 역사물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 왕권내부의 알력과 당파싸움을 비롯한 봉건지배 내부의 권력쟁탈전을 현대성의 견지에서 취급할 것을 주문하였는 바 소설 「황진이」는 이러한 소설 김정일의 요구에 잘 부합되는 작품으로 북한이 추구하는 이데오르기와 계급성이 작가의 뛰어나 문학성과 재미라는 糖衣로 덧입혀진 작품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기생 황진이에게 접근하는 대부분의 양반 사대부계층들이 모두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인물로 황진이를 한 인간으로서라기도 보다는 단순한 섹스 파트너로서의 의미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과 지방관장을 비롯한 양반 사대부 계층의 민중 착취와 폭압의 모습이, 위선적 행동이 더욱 강하게 부각되는 것 등에서 알 수 있다.
또한 황진이와 관련된 원묵대사의 에피소드에서 불교를 민중을 기만하고, 착취하는 위선적 종교로 묘사하고 있음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本稿에서는 홍석중의 역사장편소설인 「황진이」와 「높새바람」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두 작품에 반영된 북한 문학의 이념성과 계급성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그러나, 「높새바람」의 경우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 박태상교수의 「북한의 사적 탐구」에 소개된 논문 “북한 역사소설 「높새바람」연구”를 중심으로 리포트를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Ⅱ. 本論
1. 「높새바람」의 줄거리와 작품분석
가. 홍석중의 「높새바람」에 끼친 홍명희의 「임꺽정」의 영향
장편소설 「높새바람」은 북한에서 1983년과 1990년에 각각 1부와 2부가 발행된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은 1510년의 삼포왜란을 배경으로 하여 왜구의 침략과 노략질과 횡포 그리고 이에 맞서는 조선왕조의 일반사대부들의 근시안적인 대처와 비리 등에 대해 민중계층의 저항 모습을 상세하게 다룬 장편소설이다.
홍석중의 「높새바람」은 그의 할아버지 홍명희의 소설「임꺽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 중엽인 16세기로 일치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에서 15-16세기의 조선조의 봉건적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났으며, 작가의 민중의식과 민족의식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임꺽정」의 봉단편에서 주인공 이장곤과 봉단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묘사하였는 데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와 「높새바람」에서도 연애장면의 에로틱한 묘사가 있는 것은 「임꺽정」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홍석중이 「임꺽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분은 언어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홍석중은 「높새바람」에서 고유어를 많이 쓰고 있으며 민중들의 토박이말을 되도록이면 살려서 쓰려고 애쓰고 있는 데 이는 벽초의 「임꺽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이「임꺽정」과 「높새바람」은 ‘각지 농민들의 투쟁’과 ‘일본 및 여진의 침입을 물리친 인민들의 투쟁’이라는 상황만 다를 뿐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였고, 두 작품 모두 고유어와 민중들의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고 있는 바, 이는 홍석중이 홍명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높새바람」의 시대적 배경과 줄거리와 작품의 구조
홍석중의 「높새바람」은 가덕섬 사건이 일어난 1495년부터 삼포왜란이 발생한 151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왜구들에 의한 약탈과 조선조 양반 사대부들의 부패상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이러한 봉건왕조의 모순에 의해 질곡 속의 피폐한 삶을 살던 민중계층의 고통과 아픔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홍석중의 장편소설은 가덕섬 사건에서 왜놈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김서방의 한을 풀기 위해 그의 아들 놉이가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힘을 비축해가는 과정과 중종반정을 꾀하는 양반 사대부인 우중과의 연대성을 묘사하면서 권력장악을 위해 왜놈과의 결탁도 마다하지 않는 양반 관료의 부패상과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중심배경이 삼포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높새바람」에서 어떻게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형상화되어 묘사되는가를 가덕섬 사건부터 출발하여 본다.
「높새바람」의 시대적 배경은 1495년 가덕섬 사건에서 출발한다. 세종의 선린정책으로 일본인들이 삼포에 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1495년에는 삼천여명이 거주하는 큰 부락까지 형성되었다.
이들은 1493년 ‘동도어장 점거사건’이라고 부르는 강도행위를 하였다.
삼포왜란은 북한 역사에서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북한은 민중주의적이고 민족적인 성격의 역사를 강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조선통사」(1991년)는 삼포왜란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세종6년 대마도 왜인들에게 삼포를 개항한 이래 삼포에 거주하는 자가 늘어났으며(1만호로) 중종반정 이후 부산첨사 이우증의 무리한 정책(왜인들에게까지 무리한 토목공사 동원 및 중벌)과 1510년 대마도의 해적단이 부산포에 쳐들어와 이우증을 살해하고 조선인들을 살해하고 방화하였음.
내이포 첨사 김세균이 적의 기습에 도주하다가 포로가 되었으며, 조정에서는 병조판서 유담년과 전승지 황형과 좌의정 유순정으로 지휘부를 편성하여 정벌군을 파견하여 진압을 하였으며 왜인들의 거주지를 부산포로 한정하였으며 무역량도 축소시켯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홍석중은 민중적 시각과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허구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높새바람」에서는 이우증을 우중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중종반정의 일등공신인 유순정의 문하로 만들고 사실상 주인공인 놉쇠와 연대성을 맺는 것으로 플롯을 설정하고 있다.
역사에서는 황형을 삼포왜란의 공로자로 묘사하는 데 홍석중은 놉쇠와 화적패의 공로가 큰 것으로 허구적으로 형상화한다.
「높새바람」은 역사적 사실과는 달리 중종반정의 공신들이 왜인들과 결탁한 것으로 줄거리의 얼개를 짜면서 그 연결고리로 김해의 갑부 주룡갑을 내세운다.
그리하여 양반이나 왜적이나 모두 인민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적대세력으로 설정하여 작품에서 적대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소설 「황진이」에서 양반이 인민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것으로 묘사하여 이등리 인민들의 적대세력임을 부각시킨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홍석중의 「높새바람」은 실록에 기록된 正史의 기록과는 달리 조선왕조실록에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 이우증을 우증이라는 중종반정에 참여하여 연산군의 폐위에 적극가담하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인물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김서방의 아들 놉쇠를 민중적 영웅으로 부각시킨다.
홍석중은 하층민인 주인공 놉쇠와 한미한 시골양반의 아들 이우중이 다같이 아버지를 악랄한 왜적에게 희생당하게 설정함으로 분노에 의해 신분을 뛰어넘는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두 사람 모두 봉건왕조의 폭압에 염증을 느끼고 이러한 세상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중종반정에 앞장서는 인물로 작가에 의해 창조된다. 소위 북한식 혁명적 동지애를 가진 인물로 연대하게 스토리를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놉쇠와 이우중은 세계관의 차이로 인한 간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중종반정공신인 유순정 등의 지배관료들의 권력지향적이고 탐욕적인 모습에 높이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함으로 홍석중의 민중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낸다.
홍석중은 하층민 출신인 놉쇠가 이해타산에는 무관하게 왜적을 쳐부수고 바른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만을 가진 건강한 의식을 가진 인물로 그리지만 이우중은 세상을 바로잡은 후에 어떤 논공행상을 기대하는 인물로 그려 놉쇠와 이우중의 인물에 변별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놉쇠와 희여녀, 우중과 기생 국아의 애정관계를 설정함으로 두 인물들간의 내면세계와 심리적 묘사를 통해 민족 고유의 높은 정신적 풍모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를 홍석중의 「황진이」와 비교하여 보면 양반계급을 인민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으로 투쟁하여 타도해야 한다는 민중적 시각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놉쇠와 희여녀, 우중과 기생 국아’라는 작중 인물들의 복선적 사랑관계는 「황진이」에서 황진이와 놈이, 이금이와 괴똥이의 사랑관계가 병렬구조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설정으로 볼 수 있다.
2. 「황진이」의 줄거리와 작품분석
가. 이태준의 「황진이」와 홍석중의 「황진이」의 비교․분석
이태준이 1936년 「황진이」를 1936년 조선 중앙일보에 연재하다가 중단한 후 1938년과 1946년에 동광당 서점에서 출판되었으며 그후 「황진이」는 정한숙, 박종화, 안수길, 유주현, 정비석, 한말숙, 최인호, 김남환, 최정주, 김탁환 등 여러 작가에 의해 소설화되었다.
이태준의 황진이는 황진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이땅에서 최초로 서사적 형상화를 시도한 장편소설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태준은 이덕형의 송도기, 허균의 惺翁識小錄, 유몽인의 어유야담 등 16세기-17세기에 기록된 황진이의 고사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소설「황진이」를 창작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에피소드는 주로 야담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황진이를 짝사랑하다가 죽은 총각의 장례에 대한 에피소드도 김택영의 송도인물지에서 차용하였다.
이태준의 황진이는 내려오는 에피소드에서 차용한 것이다.
위와 같이 이태준의 「황진이」는 1930년대의 고전부흥론에 힘입어 전해오던 야담이나 설화적 에피소드에 충실하고 있다.
이태준의「황진이」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예술성은 돋보이지만 소설 이론에 제시된 하는 긴장과 갈등의 서사구조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이태준의 「황진이」는 일제말 군국주의의 물결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살려내기 위해 작가 자신이 전통주의 상고주의의 문학관을 펼치게 되며, 황진이에서도 야담에서 적극적으로 소재를 취해 오는 등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태준의 「황진이」가 홍석중의 황진이와 다른 점의 하나는 이태준은 이웃 총각이 황진이를 연모하였으나 윤판서나 김참판댁과 혼담이 오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집안과 차이를 느끼고 좌절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으나 홍석중의 황진이에서는 또복이가 황진이를 연모하는 것과 지족선사가 30년 면벽수도한 생불이 아닌 황진이를 연모하던 젊은 중이 조작된 이미지로 희생되던 중으로 묘사하고 있다.
첫순결을 바친 남자도 이태준은 김찬판댁 아들 김지학이나 홍석중의 작품에서는 놈이로 설정되어 있다.
이태준은 「황진이」에서 황진이를 수수한 의상의 여인으로 묘사하지만 홍석중은 농염하고 섹시한 모습의 황진이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이태준은 민족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고전작품의 복원과 재창조에 치중하였으며 사료에 충실한 창작을 하였다면 홍석중의 「황진이」는 야담자료를 완전히 개작하여 재창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태준은 옆집 총각이 상사병으로 죽은 것을 윤판서댁과 김참판댁에서 오가던 혼사가 깨진 것에 충격을 받아 기생이 된 것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홍석중은 놈이라는 가공인물을 설정하고 황진이를 짝사랑하던 놈이가 혼담이 오가던 윤승지댁에 황진이의 출생비밀을 알려서 혼담을 깨는 것으로 유도된다.
황진이가 기생이 되는 것이 놈이의 질투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야담의 어느 곳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는 내용이다.
나. 홍석중의 「황진이」의 줄거리
이태준과 홍석중의「황진이」는 서사구조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이태준의 황진이는 황진이의 삶을 중심으로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서구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갈등구조를 취하지 않고 있는 연쇄형 서사구조를 띄고 있으며 판소리나 탈춤의 서사구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석중의 「황진이」에서는 표제명은 황진이지만 사실상 극적인 전개를 끌어가고 있는 것은 여주인공 황진이의 하인인 놈이다. 오히려 황진이가 부차적인 인물로 느낄 정도로 놈이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의 전개가 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스토리는 제시-복잡화-클라이막스-대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시단계에서는 황진이의 모친 현금의 이야기와 놈이의 보살핌, 그리고 황진이의 출생비밀 인지 등이 설정되어 있다.
‘복잡화’ 단계에서는 황진이와 윤승지댁과의 혼담전개와 파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놈이의 질투심에 의한 투서, 황진이의 청루진출 등 긴장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급박하게 전개되어 분규를 자아내게 된다.
‘클라이막스’ 단계에서는 송유수의 비리와 상황반전을 위한 고려 보물 탈취사건, 그에 따른 놈이와 괴똥이의 억울한 범죄 조작과 투옥 등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대단원에서는 놈이와 괴똥이의 혐의를 품고 투옥된 괴똥이를 살려내기 위해 개성유수를 찾아가 성상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협상이 이루어지고 결국 황진이의 의도와는 달리 반전이 이루어져 놈이의 투옥과 교살로 사건을 종결짓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스토리 전개과정을 살펴볼 때 홍석중의 황진이는 서구적인 갈등 구조를 지녔다고 단정할 수 있다.
작가가 취하고 있는 주안점을 고찰하여 보면 이태준의 경우 작가는 여주인공 황진이의 예술가적 취향과 자유분방함에 집중하고 있다.
황진이의 특유의 애정관을 설정하여 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봉건왕조에서는 여자로서 가질 수 없었던 자유에 대한 희구를 황진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홍석중의 「황진이」에서는 황진이가 스토리를 주도한다기 보다는 놈이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시대적인 모순에 부대끼고 현실의 부조리를 개조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려고 하고 있다.
놈이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수동적으로 희생되는 것이 아니고 부하인 괴똥이를 풀어주고 희생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작가는 놈이와 황진이를 통해 위선과 진실의 대립구조를 설정하여 나름대로 시대정신을 표상하고 있다.
작가는 황진이의 몸을 노리는 징그럽고 더러우며 위선적인 양반 사대부들보다 괴똥이와 이금이의 사랑을 고상하고 아름다운 품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태준이 강조하는 황진이의 매력은 예술적인 천재성을 지닌 기예인으로서의 모습이라면 홍석중이 강조하는 황진이는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고 스스로가 결단하여 양반의 신분을 버리고, 여성의 생명인 정조를 놈이에게 바치고 기생이 되며, 위선적인 양반과 승려를 마음껏 조롱하기도 하는 등 시대의 모순과 투쟁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여 나가는 인물이다.
홍석중은 황진이의 이러한 삶을 통하여 당시 조선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양반계급에 의한 민중들의 삶의 억압과 착취, 양반과 승려들의 위선과 타락 등 당시 시대의 모순과 계급적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와같이 홍석중의 황진이 묘사는 이태준의 황진이의 삶의 편린과 관계되는 에피소드 중심의 서사구조와 달리 위선과 진실의 대립이라는 서구적 갈등구조의 서사구조를 큰 틀로 삼고 있다. 홍석중은 디테일을 중시하는 서술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문예사조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기 때문이다. 세부묘사의 치중을 통하여 조선조의 양반 중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극대화하기 위함인 것이다.
홍석중의 황진이가 남한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외설적인 성묘사와 탄력적인 언어구사와 문체미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조 상층부 사람들의 구어뿐만 아니라 하층민들이 구사하는 일상어와 전통적인 속담, 고유어를 사용하여 독자들이 작품을 읽어가는 데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3. 「황진이」와 높새 바람의 공통점과 차이점
가. 「황진이」와 「높새바람」의 공통점
「황진이」와 「높새바람」공히 15-16세기의 조선조의 봉건적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던 시기를 주목하고 있으며, 작가의 민중의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 연애장면의 에로틱한 묘사가 있는 것 역시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고유어를 많이 쓰고 있으며 민중들의 토박이말을 되도록이면 살려서 쓰려고 애쓰고 있다.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 조선조 양반 사대부들의 부패상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이러한 봉건왕조의 모순에 의해 질곡 속의 피폐한 삶을 살던 민중계층의 고통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황진이」에서는 황진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 황진이의 아버지와 오빠, 송도유수, 호방과 형방 등 송도의 관원들,
연산군과 주변의 관리들, 주지승 등 사찰의 승려 등 지배계층인 양반 사대부들의 위선과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모습을 실감있게 그리고 있다.
「높새바람」에서도 왜적들과 결탁하기까지 하며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양반 사대부들의 부패상과 위선과 민중들의 착취를 고발하고 있다.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에서 양반의 위선과 모순된 행동, 착취 등을 그리고, 놈이가 화적패의 일원으로 지배계층에 저항한 것. 중종반정의 공신들이 외세와 결탁한 반민중성과 지배계층에 저항하던 화적패가 왜란의 수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 등에서 작가는 민중이 역사의 주체이며, 양반계급을 인민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으로 투쟁하여 타도해야 한다는 민중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작가에 의한 재창작의 과정을 거친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준의 소설 「황진이」에서 황진이는 예술성이 뛰어난 기생으로 그의 재능이 강조되고 있으며 16세기 - 17세기에 나온 황진이의 기록과 야담에 충실하였다면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는 이러한 기록과 야담과는 달린 완전히 재창작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진이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여 나가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황진이가 사랑하는 남자의 놈이라던가 사랑의 병렬구조를 이루는 괴똥이와 이금이 모두 홍석중에 의해 재창작된 인물이다.
또한, 보물 발굴 사건이라던가 놈이의 화적패, 지족선사의 파계 이야기 등을 완전히 새롭게 창작하였는 바 이는 당시 봉건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민중과 양반계급간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묘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그의 소설 「높새바람」에서도 이우증을 우중이라는 인물로 재창조하여 실록과는 다른 인물로 형상화하였다. 따라서, 중종반정과 삼포왜란에서의 인물들의 역할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재창작되었다. 관군에 의한 삼포왜란의 수습이 역사적 기록이라면 「높새바람」에서는 놉이라는 인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화적패라든가 민중들에 의해 왜적을 물리치는 것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 16세기 초 봉건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계급간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표현하기 위하여 전설이나 역사적 기록과는 달리 주인공을 재창조하였으며, 화적패를 봉건사회의 모순에 저항하는 민중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 주인공 못지 않게 작중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황진이」에서는 황진이 못지 않은 역할을 놈이가 하고 있다. 「높새바람」에서도 놉이외에도 우증의 역할이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중인물의 구도가 두 작품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진이」와 「높새바람」모두 사랑의 전개가 병렬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황진이」에서는 주인공인 황진이와 놈이의 사랑과 함께 괴똥이와 이금이의 사랑이, 「높새바람」에서는 놉쇠와 희여녀, 우중과 기생 국아의 애정관계가 설정됨으로 두 인물들간의 내면세계와 심리적 묘사를 통해 민족 고유의 높은 정신적 풍모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형상화되고 있다.
「황진이」와 「높새바람」공히 주인공인 황진이와 놉이를 시대의 희생자로 그리고 있다.
「황진이」는 여종이 주인에게 겁간당하여 태어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고, 결국 출생으로 인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기생이 됨으로 시대의 희생자가 됨을, 놉이는 아버지가 왜적에게 희생되는 것으로 두 주인공 모두 모순된 시대의 희생자임을 그리고 있으며, 조선시대의 모순과 계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 「황진이」와 「높새바람」의 차이점
「황진이」와 「높새바람」의 차이를 찾는 것은 공통점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같은 작가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쓴 것이고, 같은 이념지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점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두 작품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은 차별화가 되고 있다. 「황진이」에서는 주인공인 황진이와 작중의 중요한 인물인 놈이와 괴똥이, 이금이가 신분의 차이가 없다.
비록 황진이가 한때 양반이었지만 그의 출생 역시 노비에게서 출생하였기 때문에 賤出인 것이다.
「높새바람」에서는 주인공인 놉이가 비록 낮은 신분이지만 작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증이 양반출신이라는 것이 「황진이」와 차이가 난다.
시대의 모순과 양반계급의 위선, 계급적 갈등을 드러내는 데서도「황진이」에서는 도덕적으로 부패한 양반계급의 위선적 모습을 그들의 性的 墮落을 극대화시켜 드러냄으로 그렸다면
「높새바람」에서는 외세인 왜적과 결탁하는 고위 관료들을 통해 지배계층의 부패와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황진이」에서는 불교의 타락과 반민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족선사와 황진이 사이의 에피소드를 홍석중은 완전히 개작하여 불교의 타락상을 드러내는 소재로 사용하였다.
「높새바람」에서는 줄거리의 진행상 불교의 타락상이 강조되고 있지 않다.
애정묘사에 있어서 두 작품 공히 두쌍의 작중인물의 애정을 병렬적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기생이 주인공인 황진이의 경우가 더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송도유수에게 性을 제공하는 것과 송도 관원의 기생들을 상대로 한 성적 과시,
승려인 원묵대사의 타락상 등은 높새바람에서는 볼 수 없는 性的인 스토리의 전개가 되고 있다.
또한 기생인 황진이가 양반 신분이었을 때 황진이를 짝사랑한 세명의 남자의 에피소드 역시 「높새바람」과는 다른 전개방식이다.
황진이와 놉이의 출생에 관한 내용도 두 작품에서 차이가 난다.
물론, 두 주인공 모두 양반이 아닌 賤出이지만 황진이는 양반에게 劫姦을 당한 노비의 딸로 태어나 양반으로 신분이 위장되어 성장하였고 마침내 그 어머니가 죽는 출생상의 비극을 가졌다면 놉이의 경우 아버지가 왜인에게 피살되어 고아로 성장한다.
두 작품에서 출생과 성장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공통점은 있지만 그 전개 양상에서는 차이가 있다.
「황진이」에서는 작품의 성격상 기생과 어울리는 양반들의 타락상과 위선, 민중위에 군림하는 계급적 대립이 부각되었다면 「높새바람」에서는 외세에 대한 침략, 민초들을 외면하고 개인의 영달과 부를 얻기 위해 나라까지 배반하는 양반계급의 무책임성과 타락상이 부각되고 있다.
「황진이」에서 양반의 타락의 극치는 횡령한 물품을 보충하기 위해 고려시대의 보물을 발견한 상인을 죽여 물건을 탈취하고 그 죄를 놈이의 화적패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면 「높새바람」에서는 지배층이 부를 얻기 위해 나라와 백성도 배반하고 왜적과 결탁하는 것으로 시대의 모순과 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 계급적 모순을 극대화시켜 드러내되 작품의 배경과 주인공의 성격, 이야기의 줄거리에 따라 그 표현방법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Ⅲ. 結論
40년전 고등학교 시절 국문학사라는 과목을 배울 때 월북작가들을 모두 뺀 교재로 배웠던 필자는 국문학과에 편입하여 북으로 간 작가들 - 홍명희, 임화, 김남천, 정지용, 김기림, 백석, 이용악, 한설야, 이기영, 이태준 등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이는 일제때 발표된 작품이었다.
그런데 홍석중의 「황진이」는 북한에서 창작된 문학작품으로 내가 처음으로 읽은 작품이라는 데서 마음이 설레었다.
‘80년대 말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출판한 발해사와 최근에 발간된 고조선 역사 등 북한에서 발행된 역사서적을 읽은 적은 있지만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이었다.
홍석중의 「황진이」를 읽으면서 먼저 그의 탁월한 언어구사에 매료되었다.
우리 고유어의 사용과 속담의 사용, 그리고 뛰어난 우리말 구사능력은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읽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관점과 북한의 주체문학 이론에 따른 작품의 전개를 볼 수 있었다.
황진이는 피치못할 운명에 의해 기생이 된 피동적인 존재가 아닌 양반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능동적으로 기생이 된 존재로 홍석중은 묘사하고 있다.
소설 「황진이」에서 황진이는 봉건제도에 항거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가는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놈이는 홍석중이 작품에 끌어들인 것인데 앞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황진이보다 더 주인공적인 인물이 되었다.
작가는 놈이를 통해 봉건제도의 모순과 양반들의 위선(횡령한 재물을 채우기 위해 고려 보물을 탈취하고 놈이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 등)을 드러내고 이에 항거하는 인물을 형상화하였다.
또한 황진이가 편력한 남성들을 통해(서화담 등 예외가 있었지만) 조선 양반 및 지배계층의 인민에 대한 착취와 부패상 등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계급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족선사의 에피소드도 완전히 개작하여 원묵스님이 지족선사 비슷한 인물로 설정되고 생불을 만들려는 이미지 조작의 희생자로 지족선사를 묘사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당시 불교가 억압을 받는 종교였지만 민중을 혹세무민하고 착취하는 착취계급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며 원묵스님이 망신당하는 것으로 불교의 위선과 반민중성을 드러내게 하고 있다.
또한 형방비장이라든과 호방 등의 관속들과 개성유수와 서울의 사대부들, 황진이의 출생내력을 통해서,
또한 그의 오빠의 패륜을 통해 조선 양반과 지배계층의 민중억압과 착취를 드러내 보인다.
홍석중의 「황진이」이는 아름다운 고유어의 사용, 뛰어난 문장구성, 속담과 고사, 한시 등의 적절한 인용, 북한문학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性的 표현 등의 뛰어난 문학성과 더불어 황진이와 놈이와 등장인물 등을 통하여 북한의 주체 문예이론에 따라 계급의 갈등과 봉건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홍석중의 다른 작품인 「높새바람」역시 「황진이」와 마찬가지로 봉건시대의 모순과 양반계급의 착취성과 계급적 갈등, 민중들의 건강한 의식 등을 드러내며 뛰언 우리말의 구사력이 돋보이고 있으나 작품을 구할 수 없어 간접적인 자료에만 의존하여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작품 모두 북한의 주체 문예이론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홍석중의 탁월한 문학적 능력으로 어휘의 적절한 선택과 문장의 뛰어난 표현과 묘사능력,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갈등구조의 극대화로 흥미를 더하게 하는 것이 糖衣로 포장되어 남한의 독자들이 북한의 문예이론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고, 분단의 의식을 하지 않고 재미있게 일반적인 장편 역사소설로 인식하면서 읽을 수 있게 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 방송대 리포트로 제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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