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노지(露地)의 농사는 보통의 경우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밭에는 농부가 재배하는 농작물 외에도 수많은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간다.
그 대부분은 농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종류의 토양미생물과 小動物은 논외(論外)로 하더라도 여름내내 싸워야 하는 잡초와 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벌과 나비, 밭갈이를 하며 토양의 통기성을 좋게 하는 지렁이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동물들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과 나방류의 애벌레, 고자리 파리와 같은 토양 해충들 역시 밭에서 농작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이다.
밭은 농작물과 더불어 사는 수많은 생물들이 사람의 간섭 아래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공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이 다음 해에 번식을 위해 준비하는 뿌리, 줄기, 잎, 씨앗이 사람이 거두는 땀의 결실이 된다.
밭에 더불어 살고 있는 동식물들 역시 다음 해에 대를 이어나갈 차세대를 준비한다.
밭에 사는 곤충들은 가을이 되면 바쁘다.
부지런히 먹어서 번식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성체로 월동을 하든, 아니면 알과 번데기 형태로 월동을 하여 다음 해에 성충이 되어 활동을 하든 간에 겨울이라는 시련기를 지낼 준비를 해야 한다.
알로 월동하는 곤충류는 알을 낳기 위한 준비를 한다.
곤충의 암컷들은 부지런히 먹어서 알에게 공급할 양분을 비축한다.
또한 대를 잇기 위한 짝짓기 역시 생물의 생활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필자의 밭에 농작물과 더불어 살고 있는 생물들도 이러한 삶의 순환과정에 예외일 수가 없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물들의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을 어느날 우리 밭에서 살고 있는 곤충들의 삶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하여 보았다.
여치의 모습 (9월 13일)
메뚜기의 모습(9월 12일)
먹이를 기다리는 사마귀의 모습(9월 12일)
들깨의 꽃에서 꿀을 섭취하는 벌의 모습(9월 12일)
방아깨비의 사랑싸움(9월 12일)
방아깨비의 사랑 모습(9월 25일) - 위의 다툼을 하던 개체들과는 다른 개체임.
사마귀의 목숨을 건 사랑(9월 13일)
짝짓기 도중에 숫사마귀를 잡아먹는 암사마귀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여보 미안해요. 우리 아가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용서해 주세요. 흑흑흑...."
잠자리의 모습(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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