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영조시대 조엄이라는 분이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흉작이 드는 일이 별로 없어서 구황작물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고구마는 흉년이 들었을 때 가난한 서민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던 고마운 농작물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어려웠던 시절 감자와 고구마는 가난한 민초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요즈음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가 농사를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한번도 고구마를 심는 일을 빠뜨린 적이 없었다.
작년(2015년)에도 예년처럼 고구마를 심었다.
밭이랑을 만들고 멀칭을 하고 물을 주어가며 고구마싹을 심었다.
고구마를 흙에 묻어 싹을 내어 그 싹을 잘라서 심는 데 뿌리를 내려 활착할 때까지 고구마싹은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일단 활착이 되고 나면 덩굴을 뻗어 가며 잘자란다.
늦여름에는 덩굴에서 뿌리가 내리지 않게 뒤집어 주기도 한다.
고구마는 재배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관리가 쉬운 편이기에 초보농사꾼들이 재배를 선호하는 농작물이다.
고구마를 캘 때 수확의 기쁨도 누릴 수가 있고, 맛도 좋은 편이어서 누구나 즐겨하는 식품이다.
고구마 줄기(정확히는 잎자루)도 그대로 볶아 먹거나, 삶아 말려 저장하였다가 고등어 등을 조릴 때 부재료로 넣어 먹으면 맛이 좋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이다.
5월초에 심은 고구마는 몸살을 극복하고 활착을 하여 잘 자랐다.
그런데 7월 중순부터 고라니의 방문이 시작되었다.
고라니는 콩잎과 고구마 잎을 특히 좋와한다.
주변에 풀이 우거져 먹을 것이 풍부한 데도 밭에 들어와 농작물을 가해한다.
작년 수동리 밭에 고라니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고라니는 집념이 굉장히 강한 동물이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해서 방문하는 성질이 있다.
크레졸도 울타리도 고라니를 막지 못했다.
크레졸은 며칠간 효과가 있었지만 이미 콩잎과 고구마잎을 맛본 고라니의 집념을 꺾지는 못했다.
재작년에 울타리를 치자 고라니는 울타리의 낮은 곳을 뛰어 넘어서 밭에 들어왔다.
울타리를 보강하여 뛰어넘을 수가 없게 되자 망을 뚫고 들어 왔다.
그래도 재작년에는 주인이 먹을 것은 남아있었는 데 작년에는 주인이 거둘 것이 거의 없었다.
계속되는 고리니의 포식작용으로 고구마는 생육이 부진하였고, 고라니에게 먹혀서 잎이 부족한 고구마는 광합성을 제대로 못해서
거의 달리지 않았고, 달린 것의 크기도 아주 작았다.
10월 중순 고구마를 캤을 때 수확은 아주 초라하였다.
수동리에 심은 고구마 농사는 고라니 때문에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고구마뿐 아니라 콩도 수확을 하지 못했다.
땅콩은 까치에 이은 고라니의 습격, 마지막에는 너구리의 싹쓸이로 씨앗도 건지지 못했다.
올해는 수동리 밭에 고구마, 땅콩, 콩을 심는 계획은 포기하였다.
고라니의 피해를 입지 않는 참깨와 들깨 감자 수수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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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 고구마가 완전히 활착하여 잘 자라고 있다.
6월 23일 고구마의 생육상태가 왕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18일 미처 제초작업을 하지 못했고, 고라니의 습격으로 고구마의 생육이 부진하다.
9월 26일 고라니의 포식작용으로 잎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9월 29일 고구마를 캐었다. 그러나 작은 것만 달려 있거나 전혀 달리지 않은 포기도 있었다.
9월 29일 수확한 고구마. 몇포기를 캤으나 겨우 잔챙이 몇개만을 건졌을 뿐이다. 고구마 농사 완전 실패.
아래는 2013년도의 고구마 수확 모습이다.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다.
2013년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 위에서 고라니의 피해를 입은 것과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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