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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고라니야 올해도 내가 졌다.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 밭은 2003년 퇴임후 전원주택을 짓고 터밭을 가까며 생활하려고 구입한 땅이다.

면적이 400평 정도가 되는 데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기에 적당한 넓이라고 생각하고 구입을 하였는 데 건너편에 골프장이 건설되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의 변화도 있고, 새로 집을 짓는 데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가 있어 집짓는 것을 포기하고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수동리보다 약간 적은 면적의 밭이 학곡리에 있다 보니 두곳의 밭을 오가며 농사일을 해야 하니 무척 바쁘다.

지난해 7월부터는 포털 자회사에 취업해서 오후에는 인터넷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더더욱 농사를 지을 시간이 모자라게 되었다.

제초제를 일체 살포하지 않으니 풀밭인지 농작물이 심겨진 밭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7,8월은 잡초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불청객의 방문은 농사일을 더 힘들게 하고 의욕을 떨어뜨렸다.

학곡리 밭은 비용을 투자해서 튼튼한 철망 울타리를 쳤기 때문에 멧돼지와 고라니 등 짐승 피해에서 안전하지만 수동리밭은 동물들의 방문을 피할 수가 없었다.

 

산 기슭에 우리 밭이 있고 밭의 양쪽에 농가가 몇채 있고, 뒤에는 산이고, 건너편은 골프장이다 보니 불청객은 우리밭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골프장이 생기기 전에는 고라니니 멧돼지니 하는 것들의 피해를 몰랐는 데 골프장이 건설된 후부터 이들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3년전까지 멧돼지가 밭을 습격해서 땅콩과 옥수수 고구마 등에 큰 피해를 입혔다.

작년 재작년에는 멧돼지의 방문은 없었는 데 고라니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고라니를 막기 위한 방어시설로 그물망 울타리를 쳤다.

그러나 울타리는 고라니를 막지 못했다.

1.5m 정도의 높이는 뛰어 넘어 밭으로 들어 왔다.

지줏대를 덧대고 고추끈을 둘러쳐서 울타리를 높히는 작업을 했는 데 나중에 뛰어넘을 수가 없게 되자 그물망을 뚫고 침입을 했다.

고라니에게 완패를 당한 것이다.

 

작년에는 유난히 동물피해가 심했다.

가뭄 때문에 동물 피해가 더 심했다고 하였다.

수동리 밭에 고추와 참깨 고구마 땅콩 콩 감자 들깨 옥수수 수수 등을 심었는 데,

고추와 감자 참깨 들깨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물 피해를 보았다.

고라니는 영양가가 많은 농작물만을 뜯어 먹는 미식가다.

콩과 고구마 잎을 특히 좋와하지만 땅콩과 줄콩 강낭콩 잎도 먹는다.

고구마가 활착하여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라니의 방문이 시작되었다.

콩의 경우 비둘기가 떡잎을 먹기 때문에 그물망을 씌운 모판에서 싹을 틔워 모종을 했다.

콩의 경우도 활착을 하자마자부터 고라니가 잎을 뜯어 먹었다.

크레졸이 고라니를 막는다고 해서 크레졸을 사다가 군데군데 놓아 두었지만 처음 며칠만 효과가 있었다.

크레졸 냄새도 고라니를 막지 못했다.

크레졸 액을 갈아주었지만 나중에는 소용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보니 경광등이 고라니를 막는다고 해서 실험삼아 구입을 해서 설치했지만 처음 며칠만 효과가 있었을 뿐 경광등 옆에까지

와서 고구마와 콩잎을 뜯어 먹었다. 결론적으로 경광등은 고라니를 막지 못했다.

뜯어먹을 콩잎과 고구마 잎이 없게 되자 땅콩잎까지 뜯어 먹었다.

밭에는 잡초가 우거졌지만 고라니는 잡초는 입도 대지 않고 콩잎, 고구마잎, 땅콩잎만 먹었다.

 

쥐와 까치는 옥수수에 입을 댓지만 그래도 주인이 먹을 몫은 남겨 두었다.

수수는 알갱이가 여물 무렵 새떼가 몰려 와서 알갱이를 먹었는 데 껍질만 남았다.

늦게 이삭이 올라온 포기에 양파망을 씌워주어 절반의 수확을 할 수 있었다.

땅콩잎의 경우 고라니가 전에는 먹지 않았는 데 작년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인지 땅콩잎까지 뜯어 먹었다.

땅콩이 여물기 시작할 무렵에는 까치가 날아와서 땅콩을 캐어 먹었다.

고라니와 까치를 막기 위해 망을 사다가 땅콩 위에 씌워주었다.

그런데 너구리가 와서 망을 걷어내고 땅콩을 모두 캐어 먹었다.

 

잡초에 묻힌 콩은 고라니가 잎을 뜯어 먹어 흔적도 보이지 않고 수확을 전혀 못했다.

고구마는 손가락 정도로 굵은 것을 조금 캐었다.

땅콩의 경우는 고라니가 잎을 뜯어 먹고(땅콩이 성숙되기 시작한 후였기 때문에 달린 것들은 있었음) 까치가 열매를 캐어먹었다.

망을 쳐서 이를 막자 너구리가 와서(전에는 너구리가 온 적이 없었음) 확실하게 끝내 주었기 때문에 겨우 씨앗정도를 건졌다.

배고픈 짐승에게 보시를 하려고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 데 수확을 못하자 허탈하였다.

그물망 울타리도, 크레졸도, 경광등도 고라니를 막지 못했다.

아내는 다음해에는 동물의 피해를 보지 않는 농작물을 심자고 한다.

결국 깨와 고추밖에는 심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6. 30 고라니가 닭망을 뚫고 침입하였다. 고추에 농약을 살포하고 남은 것을 놓아두었지만 계속되는 고라니의 침입을 막지 못하였다.

 

 

 

2051 7. 7  고라니에게 잎을 뜯긴 고구마. 고라니는 잡초는 입도 안대고 고구마 잎만 골라 먹음.

 

 

 

7.18. 크레졸이 고라니를 막는다고 해서 크레졸액을 담아서 군데군데 놓았지만 처음 며칠만 효과가 있고 크레졸 냄새도 고라니의 식욕을 막지 못하였다.

 

 

 

 

9.6. 고라니가 땅콩잎까지 먹어 망을 씌워 놓았다.

 

 

8. 19 수수 알갱이를 새들이 먹어 껍질만 남았음.

 

 

9. 11 나중에 올라온 수수 이삭에 그물망을 씌워 주어 새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

 

 

9. 29  잎을 뜯긴 고구마는 달리지를 않아 한 고랑에 작은 것 몇개만 수확할 수 있었다.

 

 

9.29  너구리가 망을 걷어내고 땅콩을 캐어먹었다.

 

 

9.29  땅콩을 수확했으나 가뭄피해와 까치 고라니 너구리 들쥐 등 동물피해까지 당한 땅콩은 이삭줍기 수준도 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