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하고 전업농(?)이 되다 보니 날씨에 관심이 많게 되었다.
소규모이지만 농사를 짓다보니 가물거나 홍수가 나면 걱정이 든다.
가물면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타들어가 시들고 말라죽기 때문에, 비가 너무 오면 침수로 인한 피해가 생기거나
병충해가 발생해서 걱정이다.
거의 해마다 가뭄을 겪지만 올해의 가뭄은 여느해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5월부터 비가 아주 적게 내렸다.
강원도 지방은 작년의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댐이나 저수지의 저수량도 부족하였다.
그런데 가뭄이 장기화하다 보니 댐과 저수지의 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소양댐의 저수량은 역대 최저 기록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양구군 남면 하수내리의 성황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댐의 물이 인제군을 지나 양구군까지 말라 들어온 것이다.
7월 초가 되어서야 비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데 그것도 엘리뇨 현상으로 마른 장마가 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모습을 드러낸 양구 남면 하수내리의 성황나무 - 사진 출처 양구군청 제공
내가 가꾸고 있는 밭도 비상이 걸렸다.
학곡리 밭은 원창리 저수지에서 정족리로 가는 수로가 지나고 있고, 밭이 수로보다 낮은 곳에 있어
패트병을 도랑에 꽂고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다.
덕분에 학곡리 밭은 가뭄의 피해를 극복하고 농작물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수동리 밭은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마늘이 말라들어 가게 되어 한달여전부터 물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학곡리밭에서 물을 물통에 담아 차에 싣고 수동리 밭에 가서 주는 데 5통을 가져야 겨우 겉흙만 적시게 된다.
다행히 이웃집에서 물을 가져다 쓰게 해서 외바퀴 수레에 물통을 싣고 물을 길어다가 주니 겨우 해갈이 된다.
이를 본 이웃집에서 지하수를 끌어다 쓰도록 배려를 해주어 물을 받아서 시들어 가는 고추와 옥수수 마늘밭에
물을 주었다.
아내가 파종기로 고추나 옥수수 포기 옆을 찍으면 내가 물조로의 물을 붓는 식으로 물을 주었다.
물의 낭비가 없고 깊숙히 물이 스며들어갈 수 있게 되어 효율적이지만 한참 하다보니 팔이 아프다.
지난 목요일에(11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춘천지방이 5-10mm정도의 강우가 예상된다고 해서 급한 갈증은 면하겠구나 하고 기대를 했는 데
실제로 내린 비의 양은 1mm가 되지 않았다.
수동리 밭에 가서 고랑에 있는 잡초를 뽑으려고 땅을 파보니 물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밭을 돌아보니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아마 10mm이상은 내린 것 같았다.
타들어 가던 농작물이 생기를 찾았다.
덕분에 포트를 하여 옮겨 심은 참깨와 싹이 많이 난 곳에서 싹이 나지 않은 곳으로 옮겨 심은 수수가 모두 생기를 찾았다.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옥수수와 고추는 비료를 주어야 할 시기가 지났지만 가물어서 주지 못했는 데 서둘러서 비료를 주었다.
밭에 급수 시설이 되어있지 않으면 일일이 포기마다 물을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노동력의 투입이 있어야 하는 데
내린 비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일거에 없애주었다.
다음날(토요일) 학곡리 밭에 갔더니 이곳에서 전날 해갈을 시킬 정도로 비가 내렸다.
당장 물을 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농사는 사람의 노력만으로 지을 수가 없고 자연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밭고랑의 잡초가 수분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실감하였다.
풀이 깨끗이 제거된 밭고랑은 비가 내리고 나서 햇볕이 내리쬐니 금방 마르는 데 잡초가 있는 밭고랑은
오래도록 수분 보존이 되었다.
농작물 옆에서 농작물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목요일과 금요일 비가 내릴 때 소나기가 내린 곳은 급한 해갈은 하였다.
오늘 밭에 가보니 다시 말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2-3일간 비가 없으면 다시 물을 대주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노력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가뭄이 더 심해지면 끌어올 물도 없게 되니 대책이 없게 된다.
오늘도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비가 오기를 바라며 하늘만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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