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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장, 시평, 논문

디지털 지문과 디지털 낙인

얼마 전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충격적인 폭로를 해서 인터넷을 후꾼 달구고 누리꾼들을 분노에 끓게 한 사건이 있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것이 엄마가 주도하여 조작한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파장은 잠잠해 지고 세 모자를 지지하고 공분했던 많은 네티즌들은 허탈해 했다.

이때 거짓 성폭력을 폭로한 두 아들의 할아버지인 H목사에 대한 과거의 불륜사건이 인터넷에 폭로되어 떠돌았다..

25년 가까이 된 사건인데 불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신문기사의 내용이 복사되어 퍼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어느 곳에 25년전의 사건 기사가 숨어 있다가 때를 만나 다시 빛을 보고 퍼져나간 것이다.

H목사 측은 대법원 판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악플을 삭제하는 등 적극 대처에 나섰지만 이를 아는 누리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CCTV나 첨단 과학수사 방법이 발전되기 전까지 지문은 범죄 수사를 하는 데 가장 유력한 증거였다.

범죄는 현장에 반드시 단서를 남기게 되고 이것이 증거가 되어 범인을 검거하고 재판을 통해 그 댓가를 치르게 한다.

인터넷에 올려진 보도나 기사 게시물 등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사이버 공간 속에 머물게 된다.

위의 세 모자 사건에서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되는 H목사의 거의 한세대 전의 신문 기사는 어느 네티즌에 의해 저장되었다가 빛을 보게 되고 유포되게 된 것이다.

나꼼수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김모씨는 이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제 1야당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했으나 오래 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저속한 발언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어느 이념집단에 속한 한 인사가 불륜 문제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

반대 진영에 속한 해외에 거주하는 한 누리꾼이 이 사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는 이를 게시중단시키고 있다.

이 누리꾼은 게시중단된 게시물을 다시 올리고,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는 중단을 시키고....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한 인사의 불륜 혐의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무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누리꾼은 계속 폭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누리꾼은 반대 진영의 인사의 혐의를 디지털 지문이라고 불렀다.

이 디지털 지문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이나 보도 영상자료 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자에 의해 저장된다.

과거에는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발생 당시에 화제가 되지만 곧 잊혀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자료를 찾으려 해도 도서관에 가서 묵은 신문철을 뒤지거나 방송 기록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한번 지나간 사건이

다시 드러나기는 어려웠다.

설사 지난 날의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는 유포되기가 어려웠다.

신문이나 방송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보가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쪽이 권력자라면 불리한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는 이러한 종래의 정보 유통방법에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

수없이 많은 엄청난 정보가 유통되고 있지만 모두가 좁은 공간 속에 갈무리가 가능하다.

이들 정보는 검색어를 통해 용이하게 찾아진다.

이렇게 먼지를 털고 나온 정보는 SNS망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된다.

이런 정보는 정치에 뜻을 두거나 고위 공직을 맡으려는 사람이나 연예인 등 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의 삶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이른바 여러해 전에 있었던 강사녀 파동이 그 단적인 예다.

캐나다에 유학을 하고 있을 때 포로노를 찍은 것이 유포된 적이 있었는 데 이 여자는 귀국하여 외국어 강사를 했는 데 이 영상을 본 어느 누리꾼이 이를 폭로하여 퍼져 나간 사건이 강사녀 사건이다.

한 여인에게 가혹한 사이버 테러가 가해진 것이다.

 

요즈음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카톡, 밴드, 트윗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관계망 형성과 소통이 활발하다.

이러한 매체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SNS에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나중에 자신의 발목을 찍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공사석에서 한 발언이나 SNS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면 당사자가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하여 이를 수습하고 위기상황을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은 어느곳엔가는 갈무리가 되어 잠복하고 있을 뿐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계기가 되면 숨어 있던 자료들은 먼지를 털고 화려하게 수면위로 떠올라 삽시간에 퍼져 가가 당사자에게 올무가 되게 된다.

캡쳐가 된 증거 화면이나 영상자료 녹취자료 등이 있으니 부인이나 해명을 할 수도 없이 날끝은 당사자를 겨누게 된다.

어느 특정 종교집단의 비판과 반대 활동에 앞장 섰던 한 누리꾼은 사회운동을 하려는 데 자신의 활동 기록이 올무가 되어  사회운동이 벽에 부딛힌 일도 있다.

사생활에 관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소소한 일상이라고 SNS를 통해 공개한 사생활이 어느날엔가 먼지를 털고 가공되고 각색되어 적대자의 수중에서 날선 공격의 도구가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무심코 올린 악플이 문제가 되어 조사를 받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게 된다.

젊은 시절 치기와 철 모르는 어린 마음에 올린 문제가 되는 게시물이 어느날엔가는 자신을 찌르는 날이 선 칼끝이 될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 남긴 자취는 지문이 되어 어느 곳엔가 남아있게 된다.

또한 한번 낙인을 찍히면 폭풍이 지난 후에도 잠잠해지는 것 같지만 사라지지 않고 어디엔가 잠복해 있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휴면하던 세균처럼 다시 살아나서 삽시간에 퍼져 나가 다시 낙인을 찍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SNS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당사자에게 나쁜 정보라도 그 전파되는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아무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킅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되게 되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리지게 된다.

사건 당사자가 자신과 연고가 없는 곳으로 옮겨 가서 생활을 하면 과거의 족쇄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인 현대에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지문이나 디지털 낙인은 끝까지 당사자를 옭매는 올무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