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하면 하루를 산다는 작은 날벌레를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하루는 나오고 하루는 결석을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별칭이 '하루살이'였다. 시골 농촌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우리는 대부분의 가정이 농사 일을 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6학년이 26명이던 우리는 과밀학급과는 거리가 먼 선진국(?)형의 수업을 받았다. 나와 정효섭이 김도영이가 양구 원당초등학교 동기가 된다. 효섭이는 학교에 가까운 원당리에 살고 있었고. 도영이는 후곡리 약수터 부근에서 살고 있었고, 나는 그 중간인 지석리 괸돌이라는 동리에서 살았다. 그런데 여자아이 중에 하루살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내가 5학년때 전학을 갔는 데 그때 이미 하루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름은 '명자'였는 데 이름보다는 하루살이라고 부르는 애들이 많았다. 명자는 도영이와 같은 동네인 후곡리 약수터 부근에서 살고 있었다. 명자는 하루는 학교를 나오고 하루는 나오지 않는 정확한 출석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26명이 졸업을 하여 절반 넘는 16명인가가 중학교와 고등공민학교로 진학을 했으니 당시 시골학교로는 아주 높은 진학율을 보였지만 명자는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30리쯤 떨어진 창리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서(그곳에서 권석봉, 최문성, 박승균이와 같이 중학교를 다님) 더 이상 먼저 살던 마을과는 접촉이 없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춘천으로 오게 되고, 그후 우리 또래 대부분의 삶의 모습이 그랬듯이 입시지옥에(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시달리고 , 진학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하느라 바쁜 일상을 살게 되었다. 교사로 여러 학교를 옮기며 근무하게 되었는 데 모교인 양구중학교에서 두번 근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두번째로 근무하게 된 '93년의 일이었다. 양구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영환이가 여자 동창인 춘성이가 내가 양구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만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토요일에 퇴근을 하면서 춘성이가 일하는 식당에를 들렸다. 춘성이는 식당 아줌마로 일하고 있었는 데 알고 보니 나이가 나보다 4살쯤 많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 보았는 데 초등학교때는 가장 키가 큰 여자애였는 데 만나고 보니 보통 키의 아줌마엿다. 일찍 결혼을 하여 벌써 손주와 외손주가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끝난 후 한가한 시간이라 자연히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하루살이'라는 별명을 가진 명자에 대해 소식을 물어 보았다. 명자는 동생이 다섯인 맏딸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농사일에 바빠 동생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일할 때는 학교에를 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학교에를 오고 하루는 결석을 하게 되었는 데 이것이 '하루살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동기가 되었다. 순간 명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자애들과 이야기하거나 같이 놀던 시대가 아니고 철저히 내외를(?) 하던 시대라 명자를 놀리거나 한 일은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 '하루살이'라고 멸시하였던 때도 있었으니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뒤 양구를 떠나 살다보니 그곳에 사는 동창들 외에 다른 곳에 사는 동기들의 소식은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명자를 한번도 만난 적은 없고, 지금 어디에 사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가난하던 시절 '하루살이'라는 별명을 들었던 아이는 명자말고 더 있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하루살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 강원도 양구군 원당초등학교 졸업사진( 1962년 2월, 사진의 일부가 훼손되어 모자이크 처리. 맨 우측 아래가 필자) 졸업장을 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보아 졸업식이 끝나고 촬영한 것으로 생각됨. 5.16 직후라 선생님들이 명찰을 달았음. 어린시절의 삶의 모습을 생각하여 보면 너무 많이 변한 오늘을 보게 된다. 그때 보다 풍족해지기는 했지만 사람 사이의 따뜻한 情은 많이 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옛날의 삶의 모습은 세월따라 변하고 사라져 가며 이전 세대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듯이 우리 세대의 삶의 모습 또한 다음 세대에서는 잊혀질 것이다. |
2008.11.01. 춘천고등학교 제 40회 동창회 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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