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초 며느리가 세째 아이를 조산할 위험성이 있어 몇달간 손녀딸 둘이 엄마와 아빠를 떨어져 우리 집에 와서 지낸 일이 있다.
두돌과 네돌이 조금 안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식들을 키울 때는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
손녀들은 '뽀로로'라는 프로그램을 아주 좋와한다.
둘째 손녀는 울고 떼를 쓰다가도 '뽀로로'라는 프로가 나오면 울음도 그치고 TV 앞에 와서 '뽀로로'를 시청한다.
펭귄, 여우, 공룡, 곰 등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프로는 내가 보아도 재미있다.
놀라운 것은 이 프로가 국산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상산업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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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과 같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겠지만
어린이들은 좋와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물론, 전에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실감을 하지 못했다.
필자는 광고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열심히 광고를 제작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죄송스런 말이지만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린다.
따라서, 9시 뉴스나 아주 관심이 있는 프로그램의 바로 앞의 광고가 아니면 거의 시청할 기회가 없게 된다.
TV 드라마도 사극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시청하는 드라마도 내용의 전개에 대해 관심이 있을 뿐 연기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
극중 인물을 누가 연기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채 시청을 한다.
그렇지만 손녀들을 통해 어린이 프로그램의 극중 인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한달 전쯤 큰댁 형님이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서 아내와 손녀들과 같이 형님 내외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물컵이 나왔는 데 컵 표면에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것과 다른 것이 그려져 있는 컵이 두개가 나왔다.
둘은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컵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언니와 동생이 한치 양보도 없기 컵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며 울기까지 한다.
결국 아내가 주방에 가서 같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컵을 가지고 와서 둘이 한개씩 나누어 차지하고서야 싸움이 끝났다.
어제 큰딸이 조카들을 데리고 옷을 사준다고 마트에 갔다.
두 손녀들은 예쁜 옷 한벌씩을 고모에게 얻어 입고 좋와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씀씀이가 인색한 큰딸도 조카들에게만은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외출하였던 손녀들 일행은 식구들이 같이 먹으려고 요구르트를 사왔다.
그런데 요구르트 병 겉에도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손녀들이 캐릭터가 그려진 요구르트를 골랐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들의 아빠가 된 아들이 어렸을 적에 가정 경제가 어려워 군것질을 거의 시키지 못하였다.
아들에게 과자 한번 사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하루는 큰 마음을 먹고 가게에 데리고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했더니 겨우 껌을 한통 집었다.
그런데 아이가 껌을 고르는 기준이 껌의 포장지 색깔이었다.
손녀들도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냥 컵에 물을 담아 먹으나,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컵에 물을 담아 먹으나 다를 것이 없다.
요구르트도 어느 병에 담든 맛에 차이가 없다.
병의 모양이나 색깔보다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른들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내용물의 질이나 양보다 그것을 담는 포장용기에 그려진 캐릭터가 선택의 기준이 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먹는 숟가락과 젓가락에도 뽀로로 캐릭터가 있었다.
애들은 친숙한 캐릭터인 '뽀로로'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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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일수록 내용보다는 겉모습을, 실질보다는 이미지를 중시한다.
외양을 중시하다 보니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행해지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었다.
원래 성형수술은 화상을 입거나 다쳐서 원래의 모습이 크게 변형되거나 기형인 모습 등을 교정하기 위해 행해진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교정목적보다도 용모가 더 나아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행하는 경우가 더 많게 되었다.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고 한다.
취업경쟁이 심한 이 때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용모를 가진 경우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미용성형을 한다고 한다.
심리적인 효과도 있다고 한다.
용모에 대한 열등감이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되고 자신감의 결여로 나타나는 데 성형을 통해 이러한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고 자신감을 높일 수가 있으니 성형수술이 심리적 치료효과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마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을 하며 미용목적 성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위와 같은 주장에 결부시키기도 할 것이다.
물론 성형의 순기능이 있을 것이지만 역기능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용 성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명품을 추구하는 것도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기 위한 한 방법일 것이다.
명품 옷을 입거나 물건을 소유하여 돋보임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외형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대의 모습이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함으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것도, 소위 인기가 있는 직업을 구하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어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것도,
어느 집단에서 열심히 활동해서 구성원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것도 그것이 가져다 주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이곳에 전력투구를 할 때 생활의 균형이 파괴가 되어 다른 부분에 주름살이 간다는 것이다.
시골 어느 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한 여학생이 어느 게임에서 전국 랭킹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 여학생은 별 특징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는 데 게임의 고수라는 것이 놀라왔다.
문제는 그 여학생의 학교 생활이 엉망이라는 데 있었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거의 고립되어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게임의 고수로 인정받는 데서 심리적 만족을 얻고 있겠지만 이것을 위해 너무 많은 댓가를 치르고 있었다.
인간의 욕구가 어느 범위 내에서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이지만 지나치면 일탈행위가 될 수 있고, 생활의 균형을 파괴하거나 타인과 공동체와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겉모습은 이미지는 밖으로 나타나는 속성으로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종교인 등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의 모습이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상품을 선택하는 데도 이미지와 외양이 영향을 주다 보니 기업에서는 많은 노력을 들여 상품의 이미지와 외양을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본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어 광고 이미지 때문에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가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까?
짧은 기간 동안 만나고 마는 경우라면 포장된 이미지의 모습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라면 외적인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내적 성숙과 거짓없는 진실한 모습, 어떤 상황에도 그 근본이 변하지 않는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2009년 8월 작성. 2014. 9. 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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