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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부모성 함께 쓰기에 대한 생각

부모 성 함께 쓰기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러 받았으니 공평한 것 같고

양성 평등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부계의 성을 붙이는 현 제도를 낡은 제도로 보고

가부장제 가족제도를 파괴하자는 의도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부모 양성 쓰기가 불가능한 것은 앞의 오단논법님의 글에서와 같이 간단한 계산으로도 알 수 있다.

부모는 2명

조부모 대에는 4명

증조부모 대에는 8명

고조부모 대에는 16명이 있게 된다.

 

10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2의 10승, 즉 1024명의 조상이 있게 된다.

그들의 성을 모두 쓸 수 없다.

 

명견도 족보가 있고

명마도 족보가 있고 혈통이 있다.

사람의 경우 그 뿌리를 모르면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부계와 모계 모두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법은 부계로 단일화하던지 모계로 단일화하던지 양자 택일 외에는 없다.

알렉스헤일리의 뿌리(The roots)에서 나오는 것처럼 부계와 모계를 왔다갔다

하는 식의 뿌리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나에게 유전자를 물러주신 조상 모두가 다 소중한 분이다.

어머니 쪽이라고 덜 중요하고, 아버지 쪽이라고 더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부계와 모계의 조상을 모두 추적하여 나의 뿌리를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0대 조상만 해도 1024명이 되는 데

부모부터 10대까지의 조상은 거의 그 두배인 2000명이 된다.

어떻게 일일이 밝힐 것인가?

 

그러니 부계를 중심으로 그 배우자까지 밝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컴퓨터가 발달되고

족보가 모두 입력되고 검색 기능이 갖추어진다면

모계를 통한 조상 추적도 가능할 것이지만

그많은 조상을 다 어떻게 찾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산술적으로 뿌리를 추적하는 것은 현재의 부계중심으로 하는 것밖에는 없다.

 

이것이 양성평등에 위배된다고 한다면

아예 성씨 제도를 폐지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 당당할 것이다.

부모 성 모두 쓰기 역시 성씨 제도를 무력화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은광순 여사는 전에 어느 글에선가

아버지 성을 따르던 어머니 성을 따르던 제삼의 성을 만들어 쓰던 자유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것이 그의 진심일 것이다.

 

아니면 모계 성을 쓰기로 하던지.

이혼율이 증가되고 여권이 강해진 지금

양육권을 어머니 쪽에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으니

혈통이 확실한 모계 성을 쓰자는 주장은 어쩌면 공감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 성 함께 쓰기는 얼핏 합리적인 주장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분석적으로 생각한다면 실현이 불가능한 주장이고

그 숨은 의도는 부계 중심의 가족제도를 붕괴시키자는 것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부계 중심의 가족제도에 약간의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해서

이것을 붕괴시키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점이 있다.

 

가족은 인류 사회의 최소 기본단위다.

가족이 건전해야 사회도 발전할 수 있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이것을 파괴해서 얻어질 것이 어떤 것인지?

 

호주제는 폐지되었지만 이것이 과연 인권의 승리고 양성평등의 진정한 실현인지는 곰곰이 생각할 점이 많다.

 

2005. 12. 2. 한겨레 토론방 한토마에 기고했던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