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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농사 이야기

농장을 방문하는 불청객들(1)

농작물을 재배하는 논과 밭은 하나의 작은 인공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경작지에는 우리가 재배하는 농작물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토양 속에는 수많은 토양 미생물들이 있고, 지렁이나 땅강아지 등 토양에 사는 소동물들이 있다.

농작물과 함께 수많은 잡초들이 함께 자란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이나 토양 소동물들은 농작물의 생육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유용한 미생물 외에 농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거나 결실을 방해하는 병해충들이 있다.

농작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잡초나 병충해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나 병해충을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농장을 방문하여 농작물에게 피해를 입히는 비교적 큰 동물들에 대해 쓰고자 한다.

 

병충해나 잡초 등이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피해가 짧은 시간내에 인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고라니, 멧돼지의 경우는 개체의 크기가 커서 포식량이 많기 때문에 그 피해가 즉시 눈에 띄게 된다.

까치나 비둘기 등 조류의 피해도 적지 않다.

자가 소비를 목적으로 소량 재배하는 조와 수수의 경우 조류의 피해 때문에 거의 수확을 못하게 되는 경우까지 있게 된다.

 

비둘기는 콩이 싹틀 때 떡잎을 먹어버린다. 떡잎을 뜯긴 콩은 자랄 수가 없어 결국 콩을 재파종해야 한다.

비둘기의 피해를 막기 위해 콩씨를 뿌리고 망을 씌워 싹을 틔운 후 모종을 하거나 포트에 심어 싹을 틔워 모종을 해야 한다.

까치는 옥수수 이삭 끝의 껍질을 벗기고 알갱이를 쪼아 먹어 상품성을 떨어 뜨린다.

또 땅콩 포기 주위의 흙을 파내고 땅콩을 캐먹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 수확량을 감소시킨다.

 

고라니는 콩잎이나 고구마 잎을 뜯어 먹는다.

고라니가 콩밭을 보면 매일같이 찾아와서 콩잎을 먹는다. 다른 풀이 많은 데도 콩잎만 골라먹는 데 콩잎이 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고라니에게 잎을 먹힌 고구마는 잘 달리지를 않는다.

콩의 경우도 반복적으로 먹히면 수확량이 줄게 된다.

 

가자 무서운 것은 멧돼지다.

멧돼지는 개체의 크기가 커서 포식량도 많다.

또 몇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한번 밭을 덮치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옥수수나 땅콩 고구마 밭을 습격한다.

땅콩이나 고구마의 경우 흙을 뒤집어서 땅 속에 있는 것을 캐먹는 데 얼마나 알뜰하게 먹는지 사람이 수확할 것이 없다.

옥수수의 경우 내일이나 모레쯤 수확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습격을 한다.

 

조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수수의 경우 이삭에 망을 씌워주어야 하는 데 노력이 많이 들고 알갱이가 잘 여물지 않는 문제가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를 막는 방법은 울타리를 치는 방법밖에 없다.

멧돼지를 확실히 막으려면 시멘트 콩크리트를 굳혀 만든 쇠파이프를 기둥으로 세운 철망 울타리를 해야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고라니를 막으려면 고추 지줏대를 세우고 그물망을 씌워야 하는 데 큰 비용은 들지 않지만 2-3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수동리 밭의 경우 전에는 피해가 없었는 데 골프장을 건설하면서부터 멧돼지의 피해가 있게 되었다.

2년 연속 멧돼지의 습격으로 땅콩과 고구마와 옥수수 밭이 초토화되었다.

결국 두해 동안 수동리 밭에 땅콩과 고구마를 심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학곡리 밭의 경우 밭을 구입한 다음해에 비용을 들여 철망울타리를 설치했다.

 

작년부터 수동이 밭에 멧돼지 피해가 없다고 해서 올해는 옥수수를 심었는 데 무사히 수확을 했다.

콩의 경우 고라니가 콩잎을 뜯어 먹어 피해가 컸다.

작년에 고추지줏대와 그물망으로 밭주변에 울타리를 쳤더니 고라니가 들어 오지 않았다.

이웃의 김씨의 이야기가 고라니 새끼가 밭 주변에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고라니가 울타리를 넘어 와서 콩잎을 뜯어 먹었다.

150cm 지줏대를 세우고 울타리를 한 곳의 망이 아래로 처진 곳으로 뛰어 넘어 들어온 것 같다.

고라니가 다니는 길목이나 취약한 곳의 울타리를 보강했다.

그러나 고라니는 다른 곳을 찾아서 밭으로 들어 왔다.

결국은 전체 울타리를 보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울타리를 보강하는 작업은 고역이었다.

며칠전 고라니 소리가 나서 보니 이웃 김씨네 논두럭에 고라니가 있었다.

고라니는 논뚝에 앉아 등쪽을 핥기도 하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길을 건너 골프장 쪽으로 이동했다.

작년에는 새끼라고 했는 데 올해는 성체가 되었다.

그래서 작년에 넘지 못하던 울타리를 넘은 모양이다.

밭을 뺑뺑 둘러싸는 울타리 보강작업이 끝난 후에야 고라니가 넘어오지를 않게 되었다.

 

농사를 짓지 않을 때는 까치와 비둘기 멧돼지 고라니 등이 밉지를 않았는 데 농사를 짓다보니 이들이 미워졌다.

이들은 농장을 방문하는 불청객들이다.

 

 

 

 

 고라니는 어린 본잎을 뜯어 먹는다. 결국 콩의 생육이 더디게 된다.

 

 

 

까치가 캐 먹은 땅콩. 까치는 땅을 파고 땅콩을 캐먹는다. (2013년 가을)

 

 

 

멧돼지에게 짓밟힌 옥수수 밭. 멧돼지는 떼로 몰려와 하루 밤에 한해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망쳐 놓는다.(2011년 여름)

 

 

 

멧돼지가 다녀 간 땅콩밭. 포기는 살아있으나 캘 것은 없다.(2011년 가을)

 

 

 

울타리 밖에 난 고라니 발자국. 고라니는 울타리의 얕은 곳을 뛰어 넘어 들어와서 콩잎을 뜯어 먹었다.

 

 

 

멧돼지와 고라니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비용을 들여 철망울타리를 해야 했다(2012. 4)

 

 

 

고라니가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줏대를 덧대고 끈을 엮어 울타리를 보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