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하고 전업농(?) 으로 일하고 있다.
경제 원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작년에 600여평의 땅을 경작해서 얻은 수입은 농산물 판매 수입이 150만원인데 농산물 판매는
대부분 인심 사납게 동생과 처가 식구들에게 판매해서 얻은 수입이다.
농사를 짓는데 투입된 자본금(?)은 150만원인데 오가는 데 소모되는 기름값이 50만원
장비를 아웃소싱(?)해서 밭을 가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종자, 비료, 멀칭용 비닐, 모종 등을 구입하는 데 소요된 금액이
100만원 정도여서 투입된 자본금이 150만원이다.
판매한 농산물을 제외하고 우리집에서 자가소비한 것(가족들과 친지과 나눈 것 포함)을 시장에서 구입한다고 할 때
300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해서 농사를 지어서 얻은 총 수입이 450만원이다.
우리 부부가 농사 일에 투입한 시간을 가지고 수익금을 나누면 시간당 2200원의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급 2200원의 일을 한 셈이다.
최저임금의 1/2이 안되는 수준이다.
농사일을 하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땀을 흘려 일을 하는 것이다.
첫째는 시간을 보낼 일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매일같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일을 하면서 6kg의 체중을 줄일 수가 있었고, 혈압과 혈당치가 내려 가는 등 건강 증진의 효과가 있었다.
(겨울 농한기 동안 거의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세번째로는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고추나 김장 채소의 경우 농약도 친다.
물론 치는 횟수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절반밖에 안되기는 하지만.
옥수수, 콩, 고구마, 감자 등은 거의 농약을 치지 않는 무농약 재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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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데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병충해보다 짐승의 피해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농사를 짓는 데 가장 신경이 쓰이는 존재다.
고라니는 고구마, 콩, 배추와 무 등의 잎을 먹는다.
예초기로 벌초를 한 것처럼 가지런히 먹는다.
그래도 고라니가 먹은 것은 남는 것이 있고, 먹는 시기에 따라서는 재생할 시간이 있다.
가장 무지막지한 녀석은 멧돼지다.
멧돼지는 돼지라서 그런지 욕심이 많아서 주인 몫을 남겨주지 않는다.
멧돼지가 한번 다녀 가면 옥수수, 고구마, 땅콩 등은 주인이 걷어 갈 것이 남지를 않는다.
몇달 동안 농사를 지은 것이 하룻밤에 멧돼지 식사용으로 헌납되고 만다.
몇년전만 해도 멧돼지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인근 지역에 골프장이 들어 서면서부터 멧돼지 피해가 늘기 시작했다.
물론 골프장이 전국 어디서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멧돼지의 천적이 사라져 개체수가 늘어났는 데 산림이 우거져서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것도 멧돼지가 밭으로 내려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멧돼지의 피해를 막는 법은 울타리를 치는 방법밖에 없다.
재작년에 이웃 밭의 어는 분은 하우스를 짓고 밭에 와서 잤지만 옥수수를 지키지 못했다.
개를 묶어 두기도 했지만 멧돼지는 개가 묶여 있는 것을 알아서 바로 앞에까지 와서 땅콩을 다 파먹었다.
작년에 제2 농장(?)에 울타리를 했다.
파이프를 박은 1.2m 높이의 콩크리트 말뚝을 3m 간격으로 박고 철망 울타리를 하였다.
300평을 하는 데 190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울타리 설치를 몇 집이 어울려서 도급을 주었는 데 그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올해는 제1 농장(?)의 울타리를 해야 하는 데 이곳은 면적이 좀 넓어서 작년처럼 하면 3백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야 한다.
1년 농사 지은 비용이 다들어 가는 셈이다.
아내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궁리를 거듭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내가 기술이 없다 보니 자력으로 하기는 어렵고....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조금은 덜 튼튼하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울타리를 칠 예정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허탈해지는 것은 짐승의 피해만이 아니다.
재작년에 제1 농장에 고추를 재배했는 데 수확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잘 관찰해 보니 우리 말고 누군가가 고추를 따간 것이다.
맏물 고추는 조금 축이 갔지만 가장 많은 수확량이 나오는 두물 고추에서는 절반 가량이 축났다.
세물까지 알지 못하는 누구와 수확을 나누다 보니 전체 수확량의 30% 정도의 손실을 보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 옆의 밭에서 재배한 분은 열심히 고추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이 아주 빈약했다고 한다.
손을 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추 뿐이 아니다.
달래나 두룹 등은 예전에는 재배를 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난 것을 채취해다 먹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임자가 없었던 먹거리다.
그런데 요즈음은 임자가 있다.
두룹나무는 농가에서 울타리에 심어서 재배를 하고, 달래는 밭 주변에 심어서 재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싹쓸이 해가니 주인은 거둘 것이 없게 된다.
밭 주위에 울타리를 친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울타리를 치지 않으면 참깨나 들깨, 고추밖에는 재배할 수가 없다.
옥수수, 고구마, 땅콩, 콩 등은 재배를 단념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많은 비용을 들여 울타리를 쳐야 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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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멧돼지에게 피해를 당한 땅콩밭.
사진2. 멧돼지에게 피해를 당한 옥수수 밭
사진3. 울타리를 친 제2 농장 모습. 1m에 23,000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고라니가 뜯어 먹은 콩, 떡잎만 남았다.
2013. 4. 2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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