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는 홍천 서석은 한강 상류 중산간 지역이라 봄이 늦게 온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이 전국 최저 기온을 기록하여 뉴스에 뜬 날도 있다.
수은주가 -30도를 조금 앞두고 멈추었다.
지구 온난화니, 기후 변화니 해서 소동을 벌리고 있는 데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래서인지 봄도 늦게 왔다.
원래 어린이 날이 지나야 호박이나 고추 등의 모종을 심는 지역인데
올해는 봄이 늦게 와서 어린이 날을 훨씬 지나서야 고추와 호박, 고구마 등의 모종을 심었다.
또, 감자를 쪼개 심는 것도 예년보다 늦었다.
모종을 심은 후에도 저온을 기록하는 날이 많아 농작물의 생육이 늦엇다.
6월 1일 새벽이 유난히 추웠다.
추위에 잠을 깨어 걷어 찼던 이불을 다시 끌어다 덮고
보일러의 온도를 높히고 잠이 들었다.
승용차에 문제가 생겨서 직장 근처에 있는 카센터에 차를 점검하러 갔더니
차를 고치러 온 농사꾼이 골짜기에 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골짜기마다 다 내린 것은 아니지만 서리가 온 골짜기가 있고
고추, 고구마, 감자 등 농작믈이 냉해를 입었다고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보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인 내면에서 근무하는 후배인 광로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곳은 얼음이 얼었다고 했다.
차 유리에 덮힌 성에를 걷어 내고 차를 움직일 수가 있었다고 한다.
내 생전 양력 6월 1일에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은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6월 9일 장날에는 때아닌 고추, 고구마 등의 모종이 장에 많이 나왔다.
냉해를 입은 곳에 보식을 하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심은 농작물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4월 말에 밑거름을 주고 밭을 갈고<이웃 농민에게 부탁해서> 비닐을 씌우는 멀칭을 하고
옥수수의 씨를 파종하고, 감자를 심었다.
5월 10일을 전후해서 고추와 고구마, 호박, 가지 등의 모종을 사다 심고
케일, 치커리, 피망, 아삭이 고추, 겨자채, 방울 토마토, 오이 등의 모종을 몇포기씩 심었다.
또, 치커리와 상추, 잎을 먹는 들깨 등의 씨앗도 조금씩 파종을 하였다.
5월말-6월초부터는 모종을 심은 채소부터 수확이 시작되었다.
6월 말이 되자 더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씨를 뿌린 치커리, 쑥갓, 들깨 등을 수확하게 되었다.
각종 쌈채를 비롯하여 심지 않은 야생으로 난 방가지풀(씀바귀라고 하는 지방도 있음)까지
내 식탁에 오르게 된다.
7월이 되면서 과채류인 풋고추와 피망 등이 수확되고 호박과 오이가 목록에 추가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다 소비할 수가 없다.
주말에 집으로 가져 오지만 집에서도 다 먹을 수가 없다.
호박과 오이, 치커리와 들깻잎, 양상추, 쑥갓, 풋고추 등을 몇몇 여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받는 사람들마다 좋와한다.
8월에는 찰옥수수를 몇접 생산하여 동생과 처가집에 보내 주었다.
8월이 되며 들깻잎과 가지, 풋고추 등이 우리 식구들이 미처 소비하지 못할 정도로풍성하게 생산된다.
8월 20일 경에는 고추와 깻잎 등을 선교단체 후배들의 공동체에 나누어주기도 하였다.
주말에 집에 오면 일할 또 다른 농장(?) 이 있다.
이곳에는 옥수수와 땅콩, 고구마, 참깨, 마늘 등을 심었다.
일부는 수확을 하였고 일부는 결실을 하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8월 15일 경에는 무씨를 파종하고 20일 경에는 배추 모종을 사다 심었다.
가꾸는 눙작물의 종류를 헤아려 보니 40여 종류나 되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우리 가족이 먹을만큼, 남으면 이웃이나 친척들과 나눌만큼 심는다.
다품종 소량 재배라 품이 많이 든다.
아내가 좋와하지 않는다면 혼자서는 이 일을 못할 것이다.
작년에 영농활동을 한 것을 결산하여 보았다.
수확물을 돈을 주고 산다면 100만원 쯤 되는 것으로 얼추 계산되었다.
그런데 이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씨앗, 모종, 비료값과 경작지까지 오가는 휘발유값
등 비용과 일한 시간에 대한 인건비를 계산하니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밑지는 활동이다.
이 일을 하며 농부들의 노고를 실감하게 된다.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멀칭을 하였어도 고랑과 농작물 옆에서는 계속 잡초가 자란다.
뽑아내고 열흘도 못되어 도로 마찬가지가 된다.
잡초를 전멸시킬 생각은 하지 않지만 농작물과 경쟁에서 밀리게 할 정도로 정리하는 것도 힘에 버겁다.
8월이 다가면서 잡초의 생장이 둔화되기 시작한다. 잡초와의 싸움도 이제 막을 내려가고 있다.
땅위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즐겁다.
일을 하며 땀을 흘리면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내가 힘들여 가꾼 소산을 누리는 기쁨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가장 근접한 일이 농사일이리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나는 감사하는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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