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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이야기

(나이 먹은 것은) 뱉어 버리면 되는 데....

 

큰 손녀 하은이는 지난 11월에 세돌을 지났다.

이야기 듣기를 좋와해서 우리 집에만 오면 책을 가지고 와서 무릎에 앉아서 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얘기를 해주면서 줄거리를 물어 보면 대답을 잘한다.

 

그런데 애들은 가끔 어른도 깜짝 놀라게 하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아주 어린이다운 발상에서 나온 말이기에 어른들이 웃게 만들며 즐거움을 주곤 한다.

 

지난 10월 엄마를 떨어져 우리집에 왔을 때 이야기다.

식구들이 모두 밖에를 나가고 집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인데 책을 읽어 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집사람이 다른 일에 바빠서 '할머니는 나이를 먹어서 작은 글씨가 잘 안보여서 책을 읽어 줄 수가 없다;고 말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은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뱉어 버리면 되는 데..."

아마 어린 마음에 먹은 나이를 뱉어 버리면 젊어져서 자기 요구를 들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뜻으로 말을 한 것 같다.

 

먹은 나이를 뱉어 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라는 것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고, 한번 먹으면 뱉어 버릴 수가 없는 것이고....

손녀의 말 한마디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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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린이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이다울 때 더 귀여운 법이다.

그렇지만 가끔 가다가 아주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해서 어른들을 감탄시키기도 하고

정신을 버쩍 들게도 한다.

 

위의 일이 있을 때였다.

주말에 집에를 왔는 데 큰 딸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은이가 큰 고모를 보고 한마디를 한다.

"고모 시집가"

큰 딸이 무어라 대답하자 다시 한 마디를 한다.

"빨리 가"

그러자 큰 딸이 무어라 대답하고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한마디 한다.

"급해! 빨리가"

이 소리를 듣고 큰 딸과 나는 한참을 웃었다.

큰 딸이 요즈음 결혼 연령의 평균치를 상회하게 되었으니 빨리 시집을 가야 할 나이고, 시집 갈 일이 급하긴 급한데

세살짜리 조카에게 독촉을 받은 것이다.

손녀의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는 말이다.

아마 어른들이 빨리 시집을 보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기억하였다가 적당한 때 한마디 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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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하은과 래은

 

큰 손녀와 둘째 손녀(래은)가 같이 와 있었다.

9월에 돌이 지난 둘째 손녀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흉내를 아주 잘낸다.

컴퓨터 앞에 앉게 해달라고 해서 앉게 해주면 마우스를 굴려 가며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는 흉내를 그럴싸 하게 낸다.

집사람이 쓰는 화장대 앞에서는 화장하는 흉내를 내고, 핸드폰을 들면 전화받는 흉내를 낸다.

 

하루는 식구들이 TV를 보고 있는 데 올림픽 금메달을 딴 장미란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료화면으로 장미란 선수가 역기를 드는 모습이 나오자 래은이는 베개를 번쩍 들어 올리며 장미란 선수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다음부터 베개를 가져다 주고 "장미란"을 외치면 베개를 들어 올려 식구들을 즐겁게 하였다.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우리는 늙어 간다.

아이들의 키와 몸과 지혜가 자라는만큼 우리에게는 무엇인가 쇠퇴가 일어나고 있다.

먹은 나이를 뱉을 수도 없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수밖에.....

우리는 늙어 갈지라도 손주들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조부모가 된 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2008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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