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인 '60년대 중후반으로 기억된다.
'사격장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나와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을 슬프게 만들었다
두 영화 모두 가난한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였는 데 국민 대다수가 가난했던 시절이라 이들 영화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공감을 가져 와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이중 '사격장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는 전방지역에서 살며 사격장의 모습과 고철을 수집하고 사고 파는 모습을 보고 자란 필자에게는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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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6월초 우리집은 양양군 현북면에서 양구군 남면으로 이사를 했다.
양구가 어머니 고향이고 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친이 광덕초등학교로 발령이 나셨기 때문에 양구군 남면 가오작리에서 살게 되었다.
가오작리에서 학교를 가려면 부대 정문 앞(지금은 2사단 신병교육대)을 지나야 했다.
위병소가 바로 도로 가에 있어 장교가 탄 찝차가 지나갈 때마다 초병은 큰 소리를 외치며 총을 들고 인사를 했다.
부대 정문앞 도로 건너에는 사격장이 있었다. 용배사격장이라는 간판이 서있었는 데 아마 용기 백배하라는 뜻에서
용배(勇倍) 사격장이라 이름 붙인 것이리라.
하교 시간에 가끔씩 사격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길게 사선을 만들고 개울 건너 산비탈에 과녘판을 세워놓았다.
사격을 하는 곳과 과녘 사이에는 논과 개울이 있었다.
사격 연습을 할 때면 군인들이 출입 통제를 하였다.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동네 아이들이 납을 캐러 간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을 따라 갔다. 납을 캐는 곳은 사격장이었다.
과녘판이 세워져 있는 뒤의 산비탈(사격을 많이 하여 풀이 자라지 않고 맨땅이 드러나 있음)에서 흩어진 탄환을 줏었다.
이것을 모아서 불에 녹이면 은백색이 나는 납이 녹아 나왔고, 이것을 굳혀서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나는 집에 와서 납을 캔 이야기를 했더니 부모님이 화를 내시며 다시는 사격장 근처에 가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이상한 쇠붙이가 있으면 가까이 가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고, 누가 만지면 멀리 떨어져 있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셨다. 그후 나는 사격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줏어온 탄환이나 흩어진 납 부스러기에서 납을 녹여 내어 굳히는 모습이나 줏어온 고철을 분류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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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하며 군인들이 사격 연습을 하는 모습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사격이 끝나고 나면 군인들이 기합(얼차려) 받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도로위로 차가 다니고 민간인들이나 어린이들이 다녀도 개의치 않고 군인들에게 기합을 주었다.
아마 사격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일 것이다.
드물게는 군인들을 총으로 구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 군대란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되었다.
당시는 휴전이 되고 수복된지 몇년이 지나지 않았고 양구가 격전지라 많은 고철이 수집되었다.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가면 군인들이 유선통신에 사용했던 버려진 전화선을 줏을 수 있었다.
피복이 된 전화선을 불에 태우면 피복이 타고 구리선만 남았는 데 이것을 뭉쳐서 팔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훈련이 끝나면 마을 아이들은 전화선을 줏으러 다녔다.
어른들은 땅을 파고 땅속에 묻힌 고철을 캐내었다.
산에 가면 미처 수거하지 못한 포탄들이 이곳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산불이라도 나면 폭탄 터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이들 포탄이나 탄피도 수거되어 고철로 팔려 갔다.
작년에 양구 동면에 있는 고철 수집상에서 포탄이 폭발하여 결혼을 앞둔 총각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보도된 일이 있었다.
폭발물로 인한 사고도 발생하였다.
'58년 이웃에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류탄이 폭발하여 두 어린이가 폭사한 일이 발생하였다.
한 어린이가 수류탄을 줏어 왔는 데 쉬는 시간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에 놀러 나간 후 두 어린이가 호기심이서 수류탄을 만지다가 폭발하여 모두 사망한 사고였다.
우리 반의 병훈이는 오른 손 검지 손가락만 남고 네 손가락 모두가 없었는 데 어려서 외삼촌과 같이 폭발물을 만지다가 폭발하여 외삼촌은 사망하고 병훈이는 네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후 병훈이는 왼손과 두번째 손가락이 남은 오른 손으로 새끼도 꼬고 못하는 일이 없는 농사꾼이 되었는 데 지금은 수원에서 산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릴 때 헤어진 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중3때 양구중학교에서 관내 초등학생들의 축구 경기가 있었는 데 광덕초등학교 골키퍼였던 성환이의 활약이 돋보였었다.
축구 경기가 있은 며칠 후 교통호에서 놀던 성환이와 몇몇 친구들이 포탄을 만지다가 폭발하여 여섯명인가가 모두 폭사하는 사고가 나 군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해마다 군부대에서는 폭발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했다.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장교가 폭발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강의를 하였고, 폭발 장면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운동장 한 쪽에는 포탄이 전시되어 있고, 폭발물 사고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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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춘천으로 이사를 온 후 더 이상 사격장과는 멀어졌다.
고2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때 교장선생님의 외아들이 방산초등학교에 다녔는 데 폭발물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간 일이 있다. 후배인 황군은 오른 팔이 잘려 나가는 사고를 당하였다.
건강보험이 없던 시절이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교장선생님은 퇴직을 하셨고, 그후 보험 설계사를 하다가 장애인이 된 아들과 함께 소를 기르며 힘들게 생활한다고 했다.
사모님이 어머니와 친분이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가끔 다니러 오셨는 데 20여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소식이 두절되어 장애인이 된 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알 수 없다.
중2 때 이사를 와서 고등학교에 들어 올 때까지 2년간 남면 창리 마산이라는 마을에서 생활하였다.
우리집에 세들어 살던 철수는 나와는 동갑이었지만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군부대 연탄공장에서 일을 하였는 데 박봉이었고, 술을 좋와해서 다섯식구는 아주 어렵게 생활하였다.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우리집이 춘천으로 이사를 온 후 철수는 고철을 수집하다가 포탄을 줏어 왔는 데 이것을 분해하다가 폭발하여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양구로 이사를 가던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같은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선배가 불발된 조명탄을 만지다가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고가 났었다.
중1 때는 같은 마을에 사는 3년 후배인 남수가 포탄을 만지다가 터졌는 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6.25가 남긴 상처는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필자는 엄하신 부모님의 단속과 겁이 많은 성격 때문에 사격장 근처에 가지 않았고, 포탄을 보면 피했고, 취급하는 가까이에는 가지 않았고, 고철을 수집해야 할 정도로 생활이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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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는 주인공인 어린이가 가난 때문에 고철을 수집하러 갔다가 사격장에서 폭발물 사고를 당한 이야기인데 필자가 자라며 겪은 위와 같은 경험 때문에 공감을 일으켜 심금을 울렸다.
고철로 포탄을 수집하여 분해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홍수에 떠내려 오거나 묻혀 있는 지뢰를 잘못 건드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고는 발생 빈도는 비록 감소하였지만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6.25가 남긴 또 하나의 상처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후유증이다.
201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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