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일생은 그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 그 만남이 나이가 어렸을 때일수록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 이웃, 직장에서 상하급자와 동료, 사업상 만나는 사람 들… 우리의 일생은 이러한 수많은 만남 속에서 이어져 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 개인의 오늘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만남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본인의 천부적인 자질과 의지와 노력이 덧붙여져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만남들 중에서 스승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이나 행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오늘의 ‘나’가 존재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만남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만난 많은 만남 중에서 스승이신 한대성교수님과의 만남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의 삶의 모습에 큰 영향을 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까닭은 내가 살아 가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가르쳐 주셨을 뿐 아니라 선생님의 제자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1. 선생님과의 만남
제가 처음으로 선생님을 만난 것은 1학년 1학기 일반화학 시간에서입니다.
저는 농화학과 입학생이라 전공과 관련되는 기초교과이기 때문에 열의를 가지고 수강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화학의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하여 주셨으며 과제를 많이 내주셨고 철저히 점검하여 주셨습니다.
리포트를 제출하면 선생님께서는 'Excellent, very good, good, fair' 등으로 평가를 하여 돌려 주셨습니다.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선생님과 똑같은 방법으로 Excellent, fair 등으로 평가하여 돌려 주며 선생님께 배운 방법을 모방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1학년이던 ‘69학년도는 삼선개헌의 반대로 대학가가 소용돌이쳤던 해인 데 1학기 학사 일정을 단축하여 조기방학을 하였고, 이 여름방학은 석달이 넘게 계속되었고 10월 중순이 다되어서야 2학기 개강을 하였습니다. 긴 1학기 방학동안 선생님이 추천하여 주신 일반화학 원서를 선생님께 질문을 하여 가며 완독하였고 이것은 영어로 전공서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뒤 학년이 올라가며 선생님께 수강한 전공과목으로는 농약화학이 기억이 나는 데 자세한 것은 다 잊었지만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약으로 인한 피해와 병으로 인한 피해를 따져서 병으로 인한 피해가 약해보다 클 경우에 약을 사용한다’는 말씀은 그 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주 써먹은 말이 되어 있습니다.
화학교사 자격증으로 중고교에서 28년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나에게 선생님께 배운 화학의 기초는 저의 평생 직업의 지식 기반이 되고 있으며 삶의 수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신 스승이신 것입니다.
2. 선생님의 제자 사랑
제가 학부과정을 이수하고 대학원에를 진학하였는 데 까닭은 학문을 하겠다는 원대한 뜻보다는 9월에 군입대 예정이었고 병역 미필이라 마땅히 취직할 곳도 없고 하여 입대할 때까지의 시간 공백도 줄이고 군에서 제대한 후에도 의지할 곳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학년 후배들에게 일반화학의 연습문제를 풀어 주고, 리포트를 검사하는 권한을 주셨는 데 제가 우쭐한 기분으로 후배들 앞에 섰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학생들 앞에 섰으니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 안지났을 무렵으로 기억되는 데 1학년 Y모군이 학교에를 나오지 않는다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Y군을 학교에 나오도록 설득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Y군의 집을 방문하였고 방에서 칩거하고 있는 Y군에게 선배로써 할 수 있는 설득을 하였는 데 Y군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하였습니다. 결국 설득에 실패를 하고 와서 선생님께 보고를 하였고 선생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Y군을 선생님 앞으로 데리고 오라는 지엄하신 명령(?)을 하셨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기 싫은 녀석은 내버려 두지 대학생이나 되는 데 초등학생이나 중고교생처럼 집으로 데리러 가기까지 하느냐고 투덜대며 Y군을 모시러(?) Y군의 집을 불이나게 왔다 갔다 하였고 데리고 오지 못할 때마다 선생님의 독촉을 받으며 삼고초려(?) 끝에 Y군을 선생님 앞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나 선생님의 방에서 밀담(?)을 나누었던 Y군은 학교에를 출석하였고 그 뒤 졸업을 하였습니다. 이는 Y군이 선생님의 제자 사랑 정신에 감화되었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직에 처음 발을 딛던 해에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출석을 하지 않는 J라는 제자를 학교에서 5km나 되는 곳을 자전거를 타고 7번이나 찾아 갔던 것은 선생님께서 학교 생활에 부적응 하였던 Y군에게 기울이셨던 제자 사랑의 모습을 보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졸업을 한 제자들에게도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주십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농화학과에서 선생님께 배운 모든 동문들이 공감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다른 과보다 응집력이 강하고 과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은 이러한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교직에 종사하는 동문들이 과학작품 제작 실험 등으로 科의 협조가 필요할 때 교수님들과 대학원생 후배들이 자신의 일처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실험에 협조하여 주는 것 등은 스승님들의 제자 사랑이 학생 시절뿐 아니라 졸업 후에까지 이어지는 좋은 예일 것입니다.
3. 선생님의 정년에 즈음하여
선생님께서는 지난 40여년간 강원대학교에 재직하시면서 남다른 제자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셨고, 학문적인 성취를 이룩하셨으며 교무처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학교 발전에 헌신하셨습니다. 그리고, 환경 보호를 위한 시민 운동 등에도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역류할 수 없어서 이제 정년을 맞이하게 되셨습니다. 선생님에게 정년은 停年이 아니고 定年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도 우리의 스승으로 농화학과의 1회 대선배로써 母科의 구심점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관심과 활동 영역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관심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대성 교수님!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기초만을 단순히 가르쳐 주신 것은 아니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식에 더하여 제자를 사랑하는 정신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제자에게는 졸업 후에도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를 보여 주셨습니다.
특히 교직에 종사하는 저에게 선생님께서 보여 주신 스승으로서의 모습은 제가 배우고 닮아 가려는 師道의 모범이 되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선생님께 가르치심을 받은 모든 제자들에게 큰 스승이 되어 주셨습니다.
비록 정년을 맞으시지만 선생님께서는 영원히 우리의 큰 스승이 되셔서 가르치심을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199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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