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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묵상의 글

"하나님께서 준비하셨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 

(여호와 이레 - 하니님께서 준비하셨다)

 

1983학년도 교원 인사이동에서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희망했던 정선군 사북중학교가 아닌 고한여자 중학교로 발령이 난 것이다.

사북의 교장선생님이 횡성 갑천고(필자의 근무학교)에서 함께 근무하였고,

교감선생님이 중3때 담임선생님이어서 미리 의논을 하고 인사 내신을 한 것인데 교육청의 관내 발령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면 관계상 복잡한 과정을 모두 밝힐 수는 없고 ‘82학년도에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문제였다.

상담교사를 각 학교에 분산 배치한다는 군 교육청 인사 방침 때문에 고한여중으로 가게 되었다.

사북의 교장선생님이 교육청에 강력 항의를 했지만 발령을 변경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우선 주거가 문제였다.

사북에서는 교장선생님 사모님이 내가 올 것에 대비해서 집까지 보아 두셨다고 했지만 고한은 생소하니 집부터 구해야 했다.

고한의 교장선생님은 주거난이 심해서 집을 구하기가 어려우니 집이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입주하라고 했다.

월세를 살게 되면 적지 않은 방세를 내야 되기 때문에 전세를 구하기로 했다.

집을 보러 다니는 데 역에 가까운 곳에 전세를 준다고 써붙인 집이 있었다.

임대차 계약이니 하는 말조차 몰랐던 때였고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지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

200만원(당시 6개월 분 봉급에 해당)을 치르고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를 하러 이장에게 갔는 데 이장이 그집이 어떤 집인지 알고 들어 왔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더니 내가 전세 입주한 집에 대해 설명을 했다.

집주인의 친정 아버지가 사업을 하느라 저당을 잡혔는 데 부채를 갚지 못해 채권자가 집을 비우라는 명도소송 중이라고 했다.

먼저 입주자는 전세금을 떼이게 되지 전세를 놓는다는 광고를 써붙이고 입주 희망자가 오면 옆에 앉아 있다가 주인 여자가 받은 돈을 챙겨서 빠져 나가곤 했다고 했다.

벌써 몇 번째 이런 식의 폭탄돌리기가 이루어졌는 데 우리가 거기에 걸려 들었다는 것이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고한감리교회로 교회를 정했다.

교우들은 집 문제를 염려하여 주었다.

주위에서는 빨리 전세를 놓는다는 광고를 붙여서 돈을 받아서 빠져나가라고 권하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심사숙고를 하고 결정을 했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빠져 나가는 그런 행동은 하지 말자.

젊은 데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 손해 본 돈은 나중에 회복할 수 있다라고......

5월이 되자 법원에서 우편물이 왔다. 저당을 잡힌 집이기 때문에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자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까지 입주자가 세집이었는 데 두집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빠져 나가고 나만 최후의 희생자가 되게 되었다(다음 번으로 입주한 입주자도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다.)

영월 지방법원에 가서 법률 상담을 해보니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소송을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소송을 하려면 집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같은 교회 교우네 집에 월세로 집을 옮겼다.

소송을 하려고 하니 집주인의 인적 사항을 알 수가 없었다.

탄광에 근무하는 집주인의 봉급을 차압해야 하는 데 탄광의 업주 인적 사항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춘천에 갔다가 열차를 타고 고한으로 가는 데 어떤 젊은 사람이 내게 와서 인사를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후배라고 했다.

지역 의료보험조합에 근무한다고 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니 협조해 주겠다고 한다.

집주인의 인적사항과 회사 대표의 인적 사항을 알려 주었다.

전세금 반환소송과 함께 봉급 차압도 신청을 해서 가을에 승소를 했다.

그러는 동안에 주인 여자는 다른 사건으로 인한 변호사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되었다.

봉급의 50%를 차압하게 되었을 때 집주인이 나를 찾아왔다.

아내는 수감이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데 50%(당시 금액으로 15만원)를 나에게 주고 나면 생활이 어려우니 10만원씩 갚겠다고 했다.

마음이 약한 나는 그러라고 하면서 서류에 서명을 했다.

10만원씩 5개월간 전세금을 받았을 때 집주인이 사표를 내고 어디론가 잠적해버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같은 시기에 춘천으로 발령을 받아 고한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150만원을 떼이게 되었다.

춘천에 와서 5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아내가 아파트가 분양되는 것이 있는 데 신청을 하자고 한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이 알려주었다고 한다.

직장 조합아파트인데 조합원들에게 분양을 하다가 몇채가 남았는 데 공개분양을 하는 것이 번거롭고 하여 개별분양을 한다고 했다.

문제는 계약금이었다.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준비를 시작했을 때라 적금을 깰 수는 없었다.

출근을 하여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니 동료교사가 선뜻 5백만원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이 돈으로 우선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하였다.

다음부터는 중도금을 지불하여 야 하는 데 준비된 돈으로는 태부족이었다.

그런데 전에 갑천에 근무할 때 목사님 사모님이 아내에게 양말 장사를 하는 분을 소개해 주었다.

아내가 중간도매상을 하게 되었는 데 수입이 괜챦았다.

 

춘천 KBS에서 중학생 퀴즈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 데 교육청에서 과학과 출제위원으로 추천을 하여 주어서  방송국 퀴즈프로그램 문제를 출제하게 되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매주 출제료가 들어 왔다.

생각외의 수입 덕분에 한번도 연체를 하지 않고 중도금을 지불하고 입주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때문에 고통을 받았는 데 집으로 갚아주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자금을 준비해서 집을 마련했다면 몇 년은 더 걸려야 했다.

당시 아파트 분양 경쟁률은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직장 조합의 아파트가 몇 개가 남은 것 중에서 쉽게 분양을 받을 수가 있었다.

준비된 돈이 태부족하였는 데 별도의 수입이 보탬이 되어서 큰 어려움이 없이 대금을 지불하도록 하신 것이다.

신기한 것은 남은 잔금을 장기 대출로 전환을 한 후 별도의 수입이 끊어지게 된 것이다.

중학생 퀴즈도 프로그램의 개편으로 더 이상 방영되지 않았고, 아내의 장사도 잘되지 않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당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았지만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 내 자신에게 떳떳한 것이다.

내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떠넘기지 않겠다.

믿는 사람으로 양심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손해를 보았는 데 하나님께서는 같은 것으로 몇 배나 갚아주신 것이다.

“여호와 이레(하나님께서 준비하셨다)”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