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00년 6월 20일 의약분쟁으로 의사들이 파업을 예고하여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었을 때 어느 토론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래의 글은 독자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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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병원의 파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할 때 자신이나 보호자가 느끼게 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격한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 것이다.
내 자신 어렸을 때인 60년대에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못하였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춘천의 성골룸반의원이다.
그곳에서는 값싸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몇 시간을 기다려 몇 분간 진료를 받았지만 그 병원이 있기에 어려운 시절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그곳에서 일하시던 수녀님이 양로원의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내가 근무하던 직장을 방문하셨을 때 나는 수녀님께 30년 전의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들 드린 일이 있다.
대학 다닐 때 눈이 아파 안과에 갔다가 진료비가 모자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되돌아 설 때 의사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 뒤 의료보험이 생기고 아직 병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의료 혜택을 많이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 예전의 의사를 생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를 누리는 특권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 경제적인 지위에서 일반 국민들보다 평균 이상이겠지만 적어도 한 세대 전보다는 의사, 약사 모두 경제적인 부와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의약분업은 그 목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정적으로 문제를 대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사람의 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문적 지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적 재산에 대한 대가의 지불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만약 어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는 데 투약도 하지 않고 쉬라는 처방을 내리고 진료비를 받는다면 대부분은 이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약을 투약하고 여기서 대부분 의료 수가를 충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의약 분업으로 병원 경영의 중요한 축을 이루던 병원투약으로 인한 수입이 격감된 상황에서 의사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의사들이 제기한 문제를 단순히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갈 것이 아니고 그들의 주장에 근거가 있는 것을 찾아서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작년에 교사들의 정년을 3년을 한꺼번에 단축하였다.
그 전에 촌지 문제 등으로 교사집단을 매도한 후 정년을 단축하였다.
정년의 단축에 대하여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할 수도 있지만 고령교사 = 무능교사로 캠페인을 벌리고 교사들의 정년을 단축한 결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에게서 과연 질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일까?
우리가 의사들의 파업과 그간의 행동에 대하여 비판할 수 있다.
물론, 환자를 볼모로 잡은 행동을 칭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집단을 매도하고 난도질하고 그들에게 경제적인 유인을 포기시키고 무한 봉사만을 요구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허준과 같은 의사를 페스탈로찌같은 스승을 대망한다.
그러나, 이것은 헌신적인 개인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제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프면 어차피 의사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물론, 파업이 주는 불편은 크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최소한 의사들의 사기를 꺾지 않고 그들에게서 질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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