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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장, 시평, 논문

회갑을 맞이하는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회갑을 맞이하는 제자들에게

 

여러분을 만난지가 벌써 5년이 되어 갑니다.

세월이 나이에 비례하는 속도로 흘러간다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20176월 여러분들을 36년만에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반가왔습니다.

1978년 여러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여러분들은 고1의 학생이었고 나는 20대 후반의 젊은 교사였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모두를 변화시켰지만 그때 맺어진 인연을 기억해 준 여러분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러 가며 오랜만에 만나는 마음에 설레이기도 하였고, 만났을 때는 반가왔습니다.

경숙이 차를 타고 허남훈 선생님과 같이 춘천으로 오는 길에 여러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에 다닐 때 여러분들의 처지를 좀 더 이해하지 못하였고

여러분들의 처지에서 생각을 해주고 공감을 해주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부여받은 임무를 최소한으로 수행하였을 뿐, 반성하여 보면 훌륭한 선생이 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를 기억해준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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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을 만난 후 다시 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년이 호랑이 해 임인년이 됩니다.

나도 호랑이 띠인데 이번 임인년은 나에게는 일곱 번째 맞이하는 호랑이 해가 됩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의 나이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여러분들 중 다수가 올해 회갑을 맞이한다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회갑이 지나간 친구들도 있고 내년에 맞이할 친구들도 있지만 다수가 올해(2022)에 회갑을 맞게 되지요.

일본에서 신라시대 대구 지방의 호적이 발견되었는 데 100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00여명 중 60세 이상은 4명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마을에서 환갑이 지난 어른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1960년 당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53세 정도였다고 합니다. 1970년에도 60세에 미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80세에 도달하였고 100세 시대라는 말은 허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여러분들 시대에 평균수명은 90세를 넘을 것이고 이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30년이 넘게 남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회갑을 맞는 여러분들은 앞으로 30년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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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생활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많이 듣고 읽고 하였을 것입니다.

중복되는 이야기지만 여러분보다 조금 앞서 인생을 살고 있는 선배의 입장에서 몇마디 하고자 합니다.

15년전 쯤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문병하러 갔다가 선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선배님이 나를 불러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퇴직후의 생활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고.

그때는 그말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선배의 조언이 옳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여러분들 중 다수는 이미 1차 직장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직장이나 자영업으로 전환을 하였거나 하고 있을 것입니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해 이미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경우가 가장 빠른 경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많은 조언들 중 가장 중요시하는 것 몇가지만 간단히 말하고자 합니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여기에서 거론하지 못한 사항이 추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가 건강입니다. 건강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정답은 없습니다.

마음 다스리기와 먹는 음식, 적당한 운동, 좋은 인간관계 등을 건강유지의 최선의 방안으로 꼽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가 배우자와의 원만한 관계입니다.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고 양육하다가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대부분의 경우 자식들이 결혼을 하거나 장성하여 독립하여 나가게 됩니다.

자식들이 떠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둘이 남게 됩니다.

독립하여 나간 자식들은 그들의 삶이 있는 것이고 그후의 삶은 오로지 두사람의 몫인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여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 번째가 경제입니다.

노후 생활 조언을 보면 젊은 시절 일차 직장보다 보수는 낮더라도 일거리가 있다는 것에 만족하라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일, 틈새를 찾으라는 조언을 합니다.

나는 2015년부터 3년간 네이버의 자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인터넷 관련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퇴직을 하기 직전 약간의 농토를 매입하여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소득은 별로 없지만 일터가 있다는 데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처한 상황에 따라 여건이 다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좋고, 굳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종교활동 등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단 초조한 마음이나 단번에 많은 것을 성취하려는 마음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는 친구와 사회적 관계망입니다.

가족이나 친족과 마찬가지로 친구는 평생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관계망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퇴직 후에도 끝까지 남는 것은 어린 시절의 친구들입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사귄 친구나 동료들은 퇴직하고 사회의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관계가 멀어지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끝까지 나와 함께 하는 친구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자들의 경우는 처한 곳에서 쉽게 친구를 사귀지만 남자들은 어린 시절의 친구 외에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종교생활을 한다면 소속한 종교 공동체에서 주는 소속감이 있을 것입니다.

가족과 친족, 친구, 마을 공동체, 종교 공동체 등에서 좋은 관계망을 유지하는 것이 노후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추가해야 할 많은 사항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처한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양한 것들이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3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 시간들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고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회갑을 맞는 여러분들에게 행복한 앞날이 전개되기를 기원합니다.

 

긴 글을 읽어 주어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