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뉴스가 있다.
크게 다친 환자를 받는 병원이 없거나 대형병원에 갔는데도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반대 소식도 들린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환자들이 회복했다는 소식이다.
4년 전 경주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지난해 총상을 입으며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 의료 인력이 사고 현장에서 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직접 이송했다.
경주 리조트에서는 외상 전문의가 처치하며 이송했고 귀순 병사는 주한미군 의무부대 ‘더스트 오프팀’이 병사를 옮겼다.
필자가 일하는 울산권역외상센터에는 울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고를 당한 중증외상 환자 상당수가 이송된다. 경규혁 울산대병원 교수
이송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위험한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정적이던 환자도 이송 중 상태가 악화되고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응급실에 오기도 한다.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신체 여러 부위를 다친 중증외상 환자들을 여러 진료과가 동시에 상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 현장에서 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직접 이송하는 비율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다.
하지만 거리 문제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전문 의료진이 출동해 직접 환자를 이송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닥터헬기’다. 닥터헬기 활용이 늘면서 더 많은 중증외상 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하기 전부터 전문 의료진의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계는 있다. 야간비행이 어렵고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사고 현장에는 헬기장이 없다. 제3의 장소에서 환자를 다시 옮겨 실어야 하는데 이 방식을 대도시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항공 이송 체계에도 보완이 필요하다.
보완하는 방법은 도로 이송이다. 일본은 ‘닥터카’ 시스템을 이미 오래전부터 구축했다.
의료진과 소방구급대가 현장에서 협력한다.
시간과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아 항상 출동할 수 있고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올 때도 의료진의 공백 시간을 없앨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적합한 이송 체계다.
특히 환자가 처음 이송된 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결과를 재빠르게 권역외상센터에 넘겨 의료진을 미리 준비시킬 수 있다.
울산권역외상센터는 전문의와 간호사가 함께 출동하는 닥터카를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인근 도시까지 출동 범위를 넓히며 도로 위에서도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나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닥터카를 치료 영역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많은 중증외상 환자가 병원 도착 전이나 이송 도중 사망한다. 닥터헬기와 닥터카를 서로 보완해 씨줄과 날줄로 엮어야 한다. 살아서 병원에 도착한 환자만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은 환자를 살리는 길은 병원 밖에도 있다. 도로 이송의 가치를 조명하고 지원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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