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시사 iN의 고 오윤현 기자가 쓴 막국수 기행이다.
필자와 오윤현 기자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윤현 기자는 필자의 제자이다.
오기자와는 양구중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오기자의 집은 양구 남면 구암리였다고 한다.
필자의 외가도 구암리인지라 이모댁에 자주 갔었다. 초등학생이던 오기자는 그곳에서 필자를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기자는 양구읍에 나와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퇴근할 때 초등학교 후문쪽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생이 나를 보면 공손히 인사를 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초등학생이 나를 보면 항상 인사를 하니 그 학생의 모습이 나에게 각인이 되었다.
다음해 중학교 입학생 중에 오윤현이가 있었다.
내가 본 중학생 오윤현은 그리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수업태도는 좋왔고,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양구에서 가르친 수백명의 제자들 중에서 오윤현이는 내 기억 속에 깊이 남는 제자였다.
오윤현이 3학년이 될 때 필자는 양구를 떠났다.
그후 33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오니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내가 전화를 받자 자신을 오윤현이라고 했다.
여러 곳에 물어서 나를 찾았다고 했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오윤현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시사 iN 기자로 일한다고 했다.
당시 필자는 시사 iN을 정기구독하지 않았다.
시사저널이라는 잡지에서 삼성관련 기사 삭제 때문에 반발한 기자들 일부가 나와서 시사 iN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교무실의 동료가 구독하는 시사 iN을 몇번 읽은 적은 있었다.
그래서 오기자에게 말했다. "많이 힘들지?" 그러자 오기자는 "네, 많이 힘듭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정기구독할꼐"라고 말했다.
오기자와의 인연으로 그때부터 시사 iN의 정기구독자가 되었다.
가끔 전화를 해서 오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촌평을 해주기도 하고, 기사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오기자의 막국수집 답사 기사였다.
필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한번도 강원도 밖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적이 없이 지금까지 강원도민으로 살아왔다.
또 오윤현 기자와 같은 양구 출신이라 막국수에 대한 추억이 있다.
또 막국수는 내가 좋와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윤현 기자가 쓴 "소문난 막국수 집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라는 기사를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오기자가 소개한 막국수 집 중에는 필자도 가본 곳이 여러곳이 있어 그 막국수 집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중 어떤 막국수 집은 도시민의 입맛에 맞게 맛을 변화시켜서 예전의 맛과 달라졌다고 했다.
그후 오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 데 2011년이 되어 어느때부터인가 오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실리지를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
2011년 11월 무렵이었는 데 오기자의 부음이 전해졌다.
암으로 만 50세를 채우지 못하고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 갑자기 막국수에 대한 생각이 나며 오기자의 막국수 집 답사기 기사가 생각이 났다.
구글검색을 하여 기사를 찾아 이곳에 올린다.
작년에 정기구독 연장 관계로 통화를 하다가 오기자와의 인연으로 시사 iN을 구독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더니 오윤현 기자의 아내가
잡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통화를 했다.
유자녀들이 잘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 속이 뿌듯하여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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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막국수 집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여름철 대표 음식으로 떠오른 막국수. 그러나 메밀 향 나는 면과 시원한 육수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소문난 막국수 집의 특별한 맛을 차근차근 음미해보았다.
그러나 청정 강원도에서는 역시 ‘슬로푸드’가 제격이다. 한여름에는 그중에서도 메밀을 빻고, 주무르고, 치대고, (가늘게) 뽑고, 삶아서 차게 먹는 막국수가 상수다. 맛이 시원하고 구뜰한 데다 가격도 착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원산 막국수라고 해서 모두 감칠맛이 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시장 냉면보다 더 달고 질겨서 조갈이 이는 진짜 ‘막 만든’ 막국수도 적지 않다. 다행히 강원도 구석구석에는 담백하고 구수한 막국수집이 꽤 많다.
❶ 트위터 추천 막국수 집 춘천 유포리막국수(@no1seok), 소양댐 밑 3대 막국수:명가막국수·샘밭막국수·유포리막국수(@JuHyoung_Cha), 춘천 봉진막국수(@Zedenist), 춘천 새술막막국수(@aura4me), 춘천 연산골막국수·철원막국수·양구 광치막국수·속초 실로암메밀국수·평창 진부 두일막국수(@merryidea), 인제 다들림(@imdrwell), 고성 화진포 박포수가든(@stuff200), 고성동루골막국수(@zeus_007), 속초 실로암막국수(@kimhyun009), 강원도 3대 막국수:춘천 유포리막국수·남부막국수·고성 백촌막국수(@masterkiton), 양구 3대 막국수:도촌막국수·광치막국수·월운막국수(@c0mpagna), 횡성 청룡막국수(@zeus_007) 홍천 새술막막국수(@ondalking98), 양양 동해메밀국수(@JHWindow), 강릉 송정해변막국수 (@2stepping_stone), 주문진 삼교리막국수(@Cheeriolo), 경포 송정막국수(@anzinn), 장평메밀막국수·진부 고바우식당(@SeanandSean), 봉평 현대막국수(@SeoHyungseok), 원주 남경막국수(@iiyoonii), 횡성 한성막국수·광암막국수(@sookeem). ❷ 만화 <식객>에 소개된 막국수 집 홍천 친절막국수·장원막국수, 양양 단양면옥·입암리막국수·동해막국수, 주문진 대동면옥, 평창 방림메밀막국수·남경식당(트위터와 중복되는 백촌막국수 등은 제외했음). ❸ 강원도 사람들이 추천한 막국수 집 양양 송월메밀국수·송원메밀국수, 인제 남북면옥·서호순모밀국수, 횡성 우천막국수, 춘천 부안막국수. |
그중 트위터 사용자들이 추천한 30여 곳과 만화 <식객>에 소개된 10여 곳, 기자의 강원도 지인들이 소개해준 6곳을 모아봤다(오른쪽 명단 참조).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추려보니 유포리막국수(춘천)·도촌막국수(양구)·남북면옥(인제)·백촌막국수(고성)·단양면옥(양양)·동해면옥(주문진)·현대막국수(평창 봉평)·장원막국수(홍천)가 꼽혔다. 과연, 이들 막국수 집의 면발과 육수 맛은 입소문만큼 특별할까. 군침을 삼키며 막국수 순례에 나선다(이하 음식에 대한 평은 어려서부터 막국수를 먹었지만 비교적 미각이 둔한 기자와, 후각·미각이 제법 예민한 전주 출신의 백승기·이정현 기자의 입맛을 합한 것임을 밝힌다).
ⓒ시사IN 백승기 막국수는 평양냉면처럼 메밀가루로 만들거나, 메밀가루에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 뽑아낸다. 왼쪽은 전분이 10% 남짓 섞인 춘천 유포리막국수의 담백한 메밀 면. 오른쪽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동치미 국물이다. |
‘옛 맛’ 생생한 유포리막국수 첫 행선지는 소양댐 아래 유포리막국수. 자동차가 막 국도에서 벗어날 무렵 언뜻 부드러운 면발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떠올랐다. 꿀꺽. 얼마 만에 맛보는 ‘춘천 막국수’던가. 좁은 수로를 건너 과수원 옆을 지나자 드디어 유포리막국수 간판이 보인다. 소문난 집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마당에서부터 면 삶는 향이 은은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맑은 동치미 국물을 내민다. 시장기를 가셔내라는 뜻으로 알고 한 국자 떠서 혀끝으로 살살 건드려보니, 오호 슴슴하면서 제법 선뜻한 맛이다. 뒷맛도 시원했다.
곧이어 메밀 면을 양념장·참깨·김 가루로 비빈 뒤 우물거려보니 예상과 달리 매콤한 맛이 아니라 간간짭짤하다. 마른 찰흙 색의 면은 찰기가 적당해서 식감이 좋았다. 비빈 면 위에 동치미 국물을 붓고, 식초·겨자를 뿌린 뒤 면을 후루룩 빨아올리니 지친 몸이 깨어나는 듯했다. 대를 이어 ‘40년 유포리막국수’를 지키고 있는 여주인은 “옛 맛이 살아 있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비결은 따로 없다. 짭조름한 장과 슴슴하면서 산뜻한 동치미 국물 덕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백승기 칼칼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도촌막국수. |
ⓒ시사IN 백승기 인제 남북면옥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막국수(아래)의 면을 뽑고 삶는다(위). |
맑은 동치미 국물을 붓고 양념장을 살짝 풀어 면 맛부터 음미해봤다. 오, 툭툭 끊긴 면이 입안을 동글동글 구르며 풍미를 돋운다. 이어서 입속에 착 감기는 구수한 메밀 향. 몇 젓가락을 더 먹고 나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온몸이 향긋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은 여주인이 “다른 집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다”라고 자랑한 편육을 바쁜 일정 때문에 한 점도 못 먹어보고 떠나야 했다는 것.
ⓒ시사IN 백승기 백촌막국수의 구수한 면과 삼삼한 동치미 국물. |
동행한 기자들이 면과 동치미를 가리키며 슬쩍슬쩍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실제 동치미는 무만 따로 모짝모짝 먹어도 웬만한 과일 부럽지 않았다. 담백하고 구수한 면은 이 집만의 별식이라 할 매콤달큰한 이북식 명태무침(식해)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두 음식이 어울리며 어찌나 복잡한 맛을 내는지, 마치 두 음식이 입속에서 마술을 부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백촌막국수를 떠나면서 아쉽게 뒤를 돌아보았다. 오로지 편육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시사IN 백승기 송월메밀국수의 두부(맨 위)와 메밀국수(위). |
두툼한 두부는 담백하면서 고소했다. 그 위에 들기름과 간장·참깨가루·고춧가루로 무친 부추를 얹어 입안에 넣자 다양한 미향이 입맛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메밀국수는 두부를 먹은 탓인지 남북면옥이나 백촌막국수보다는 개성이 덜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면을 뒤덮은 김 가루와 참깨가루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달콤새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식객이라면 의외로 배 두드리며 즐겁게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사IN 백승기 대동면옥의 편육(위)과 회비빔막국수(아래). |
가자미식해는 백촌막국수의 명태무침과 맛과 식감이 비슷했다. 면발은 냉면과 국수의 중간쯤 됐는데, 입속에서 툭툭 끊어진 뒤 탱글탱글 돌아다녔다. 간장보다 엷고 커피보다 진한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그 위에 겨자와 식초를 넣고 비비자 알알하고 매옴한 맛이 구미를 당겼다. 그렇다면 맛은? ★ 다섯 개 중에 세 개 네 개 사이?
무뚝무뚝 잘라 삶아낸 편육은 씹기에 쫀득쫀득 말랑말랑했고, 뒷맛이 꽤 고소했다. 거기에 가자미식해와 마늘을 곁들여 씹으니 달콤하고 알싸하고 오묘한 맛이 소용돌이쳤다. 씹을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새록새록. 누군가 굳이 ‘대동면옥의 편육과 막국수 중에서 어느 편을 들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편육에 한 표!
ⓒ시사IN 백승기 현대막국수의 매콤한 메밀전병과 막국수. |
특이하게도 이 집 막국수에는 양배추·상추 채가 들어갔다. 양념은 톡 쏘는 듯 강했고, 고춧가루 냄새가 비교적 진했다. 슥슥 비벼서 한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면이 부드럽게 끊기며 입속을 뒹굴었다. 육수는 새콤달콤한 동치미.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시원했다. 주인 최창길씨는 “과일·야채 등으로 만든 육수라 해장국보다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김치를 메밀전에 잘게 썰어넣고 둘둘 말아 부치는 메밀전병도 한 입 베어 먹어보았다. 빨갛고 새콤매콤한 소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푸릇푸릇하고 매콤한 소가 잡채·두부와 함께 들어 있었다. 피도 좀 두꺼운 듯싶었다. 그러나 주인 최씨는 “우리 집 메밀전병은 신선한 맛이 자랑이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소를 바꾸는 덕이다”라며, 자긍심이 대단했다. 실제로 몇 번 더 곱씹어보니, 과연 메밀의 담백함과 신선한 매콤함이 꽤 잘 어울렸다.
ⓒ시사IN 백승기 장원막국수의 면은 신선한 메밀가루로만 만든다. |
과연, 100% 신선한 메밀가루로 만들었다는 면은 부드럽고 담백했다. 은은한 메밀 향도 비교적 더 풍부했다. 사골 육수를 붓고 양념장과 식초·겨자를 풀고 먹어보니, 매콤하면서 고소한 향이 슬쩍슬쩍 코끝을 스쳤다. 툭툭 끊긴 면은 마치 간질이듯 입속을 뒹굴고….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자, 주인 이경희씨가 빈 그릇에 면 삶은 뜨끈한 물을 부어 마시면 좋다고 일러준다. 고소하고 매콤한 양념 향과 은은한 메밀 향이 뒤섞인 국물을 ‘원샷’하니 막국수 순례로 생긴 피로가 훌쩍 날아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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