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은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의 고수이시다.
웬만한 난제는 이 방법으로 모두 해결해 오셨다.
대통령님이 겪으신 큰 난제의 하나가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이는 선거에 대한 정당성을 흔들만큼 큰 사안이었다.
그런데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NLL을 들먹이고 나와서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30년간의 기록을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규칙도 깼고, 노무현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박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하나 때문에 NLL 대화록 공개자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고 시끌시끌하는 과정에 댓글 사건은 스르르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이때 대통령님의 충성스러운 신민들은 노무현 일당을 NLL을 팔아먹으려 한 좌빨로 몰아붙이며 맹공격하며 총폭탄이 된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박대통령은 행복하시게도 30%대의 콩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이들은 젖먹이 아기가 무조건 엄마 편이듯 어떤 일이 생기든 흔들리지 않고 대통령님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한다.
대통령님은 이들의 힘을 잘 활용하신다.
세월호 사건은 대통령님이 겪으신 큰 시련이시다.
국가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무능한가를 극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충직한 신하들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려는 세력을 좌경세력으로 몰아붙이거나 보상금이나 챙기려는 파렴치한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진영논리로 몰고 가서 대통령님에게 미치는 책임론과 국가 기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며 해결하였다.
위안부 문제 역시 차도살인지계의 고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미국의 압력으로 불가역적으로 일본의 책임을 더 이상 묻지 못하게 일본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된 해결안이었다.
물론 일본의 진일보한 사과 표명이 있었지만 진정성 없는 말장난에 속은 것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결국 돈 몇푼에 위안부 문제를 일본의 의도대로 해결해 주고 말았다.
대통령에게 비판이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대통령님은 차도살인지계를 구사하고 계시다.
정신대 할머니들은 돕는 정대협의 간부진이 좌빨들의 아내나 가족이라는 찌라시가 도는 것이 그렇다.
이것도 전가의 보도인 이념의 칼을 수구들의 손에 쥐어 줌으로 정신대 위안부 문제도 이념간의 대결을 유발시켜 해결하는 좌겅에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를 응징해야 한다는 것은 극히 일부 종북들을 빼고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항이다.
어느 수준에서 이를 해결해야 하는가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민주국가라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북한은 이에 화답하듯 우리측 근로자들은 거의 맨몸으로 쫓아내었고 모든 대화 채널을 끊었다.
또 공단지역을 군사지역으로 선포하였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셈법이 얼마나 단순한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흘러들어간 자금이 핵무기 제조와 미사일 개발에 씌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는 경제난 때문에 도저히 경쟁이 안되니 체제 유지를 위해, 그들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에 매달리는 자들이다.
전국민이 굶어 죽어도 핵을 만들 자들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돈이 없어도 핵을 만들었다.
또 핵무기 연구는 김일성의 집권시기인 '50년대 중반부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진대 김대중 노무현의 지원금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단순한 논리를 말이라고 해대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김정은이 전에 개성공단을 가지고 위협을 할 때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그때 시사 iN의 보도에 의하면 북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나 일본이 그 대안이라고 했다.
북한은 중국이나 타국으로 인력송출을 할 것이다. 그리고 외화를 벌어들일 것이다.
일본 그자들이 믿을만한 존재가 못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북일수교니 어쩌니 해서 슬며시 개성공단의 시설을 옮기거나 대체할만한 공단을 북에 건설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북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만큼 이번 사태에 입으로만 떠들고 실질적으로는 뒷구멍으로 지원을 할 것이다.
이들이 개성공단을 이어 갈 가능성이 아주 크다.
북한이 당장은 돈줄이 마르겠지만 그렇다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EU가 경제 제재를 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조하지 않는 한 제재의 효과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을 좀 더 압박하여 열을 받은 김정은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북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모든 책임은 북한이 떠맡게 되는 데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침으로
결국 실효도 거두지 못하며 폐쇄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뒤집어 쓰게 되었다.
대통령님은 차도살인지계의 고수이고 대가이시지만 이번 선택은 김정은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고
그로 인한 피해까지 떠 앉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이번 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침묵하는 다중에게 안보위기를 고조시킴으로 두달후의 총선에 승리를 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공단 폐쇄로 인한 비판도 결국 색깔론과 편가르기 싸움으로 비껴가게 될 것이다.
좀 더 인내하고 기다려서 북한이 꺼내게 해야 할 카드를 미리 꺼내 씀으로 북의 차도살인지계에 고수이신 대통령님이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의 착각일까? 차라리 착각이라면 좋겠다.
2016년 2월 12일 한겨레 커뮤니티 토론방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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