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岩 張 錫 大
山紫水明하고 젊은 날의 情趣가 물씬 풍기는 春川은 나의 배움의 고향이요,
끈끈한 友情이깃던 마음의 고향이다. 그러기에 몸 따라 마음 따라 그 곳에
들리고 安貧樂道라 할까, 生活의 雅趣로 삼는 낚시하러 갈 때면 으레 湖畔의
도시 春川을 택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나 [춘천닭갈비]와 [춘천막국수]란 간판
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뇌리에서 반짝이는 섬광은 춘천을 밝혀 준다.
그럴 때마다 춘천을 애모(愛慕)하며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닭갈비를 뜯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춘천닭갈비를 먹을 때마다 三國誌에서 읽은 계륵
(鷄肋)이란 句節이 떠오른다. 볼품없는 닭갈비보다 실제로는 통통하게 살찐
닭다리를 더 많이 주면서 어찌하여 춘천닭갈비라고 이름 붙쳤을까 하고 말이다.
위(魏)나라 조조가 촉(蜀)나라 유현덕에게 쫓겨 어느 관성에 진을 치고 건곤일척
(乾坤一擲)의 작전에 돌입 하고 있었다. 마침 저녁이 되어 조조는 취사병이 갖다
준 닭갈비를 뜯고 있을 때, 장수 [하후돈]이 들어와서 "오늘 밤 경계령은 무엇으로
정 할까요"라고 물으니, 닭갈비를 씹고 있던 조조는 무의식중에 그저 "계륵계륵"
하고만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하후돈]은 진지마다 돌아다니며 "오늘밤
경계령은 [계륵 계륵]이다 하며 하달한다. 역시 하달 받은 대부분의 장수들은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조조만큼이나 꾀가 많고 박식한 장수[양수]만은 서둘러
자기 진영의 부하들에게 철수 준비의 명령을 내린다. 이를 본 [하우돈]이 그
까닭을 물은 즉 [양수]는 鷄肋(닭갈비) 이란 것은 맛은 있으나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이니 이곳을 철수하라는 君主의 "경계령"이라고
닭갈비의 뜻을 풀이한다.
이를 볼 때 볼품없고 먹음직스럽지도 않은 닭갈비를 하필이면 <춘천닭갈비라고
이름 지었을까. 차라리 춘천닭다리 라고 하면 어떨지. 아무튼 춘천닭갈비 라고
하면 그 옛날 청순한 젊음을 불태우고 온갖 애환들이 서린 춘천이 향수에 젖게
된다. 그 토록 노란 은행나무들이 옹기종기 선 학교 마당, 흰 테 두른 까만 모자의
주인공에 자꾸 빠져드니 이를 어찌 하랴. 그 때 그 시절을 돌려받을 수 없을까.
똑딱 똑딱 황혼길 재촉하는 시계불알이 얄밉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