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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훈장의 뒤돌아 보기

고3 진급을 앞둔 옛 춘중 3학년 2반 제자들에게

00군에게

 

 

여러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지도 벌써 3년째가 되었구나.

 

그간 연락을 주고 받았거나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학생들도 있고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은 경우도 있지만

전혀 소식을 알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구나.

여러분들이 그 간 자기의 맡은 바 위치에서 열심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하고 있었을 줄 믿는다.

더우기 지금 고3이 되어 취업이나 진학 등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많은 갈등이 있는 친구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춘천에서 8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지역만기가 되어 양구중학교로 전임되어 근무하고 있다.

고3이 된 여러분께 옛날의 담임으로써 도움이 될 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여러분들이 나가야 할 진로를 확실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졸업을 앞두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졸업을 하고 사회에나가 방황한다면 본인은 물론 가정적으로도 큰 손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나이에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정하고 그 길을 향해 노력해 가는 삶을 살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실업계 고교에 다니고 있거나 또는 진학을 포기하고 실사회에 나갈 계획이라면 여기에 맞는 준비를,

진학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와 과를 정하여 놓고 그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여 나아가야지,

원서쓰는 마지막 날까지도 학교와 과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다.

 

두 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져 있으나 그 시간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살아나갈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금강석이나 흑연은 같은 탄소로 이루어진 동소체이지만 원자의 배열상태에 따라 금강석과 흑연의 차이가 나듯이 여러분의 일생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간을 값있게 보내며 낭비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세 번째로는 "물" 에서 많은 교훈을 배워달라는 것이다. 물은 쉽게 뜨거워지거나 식지 않으며 많은 물질을 잘 녹이며, 어느 그릇에 담든지 담기고 뜨거우면 수증기로 차거우면 얼음으로 상온에서는 액체상태의 물로 존재한다.

또, 흐르다 막히면 우회하여 흐르지만 목적한 바다를 향하여 흘러간다. 물은 유연하고 약한 것 같지만 바위도 뚫는 강인함이 있다.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지만 결코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여러분들도 이 물과 같이 어떠한 상황에도 적응하되 여러분의 본래의 인성은 변하지 않는 순수함을 간직하여 주기를 바란다.

 

모든 선생님들이, 선배들이나 친척들이 부모님이 지금 여러분들이 고3이니 인생의 특별한 시기에 있으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한가지 목표를 향하여 여러분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여 주기를 당부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고 이제는 그런 소리에 환멸조차 느끼기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나도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의 선배나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당부한 그 범주 안에서 밖에는 할 말이 없구나.

압력을 구하는 공식을 잘 알고 있겠지? 힘을 받는 면의 넓이가 좁을수록 큰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레이저 광선의 원리도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금년 한 해 여러분들의 모든 에너지와 역량을 한 곳, 여러분들이 목적으로 한 학교의 과나 목적한 직장의 취업을 위해 집중하여 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일년간 최선을 다한다면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기대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꿈 많은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폭 넓은 독서를 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지내야 하는 데 오직 입시라는 무거운 짐 속에 눌려 가장 빛나는 황금시기를 보내야 하는 여러분들의 실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데미안이라는 글에 나오듯이 새가 알에서 나오려면 알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 하듯이 여러분들이 자라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참고 인내하는 아픔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현실에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만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되지 못한.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현실을 남아답게 정면돌파하여.

그리하여 여러분들이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는 현재보다 낫도록 만들어라.

 

 

끝으로 책임질 줄 아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자신이 한 행동은 반드시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약속은 어떤일이 있어도 꼭 지키고, 내가 타인에게 한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꼭 생각해

가며 행동하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의 앞날에 바라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1993. 3. 26 

 

위의 편지는 춘천중학교에서 1990년에 담임했던 3학년 2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임.

 

 

 

1990년 춘천중 3학년 2반 졸업반 사진. 교복 자율화 시절이라 자유복장을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