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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훈장의 뒤돌아 보기

돈을 주고 산 교사 자격증으로 교단에 선 가짜 교사들의 뒷이야기

유신정권이 종말을 향해 달리던 '78년의 일이었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한 기능직 공무원이 교사자격증을 위조하여 팔아서 이 자격증을 소지한 100명 이상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건이 적발되었다.

당시 필자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작은 시골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경로가 다양하였다.

정통코스가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졸업하는 것이고, 다음이 일반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교직과정(4년간 20학점 이상의 교육학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었다. 그밖에 검정고시를 거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과 예체능이나 공업 분야에서 소정의 자격을 갖추면 주는 실기교사 자격증이 있었다.

또 중등교사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교육대학을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가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중등자격증을 주는 전형검정이라는(명칭이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음)제도도 있었다.

교사자격 검정고시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었는 데 합격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검정고시 합격자는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출신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필자의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사범대학이나 일반대학 교직과정 출신자에게는 문교부장관이, 검정고시 합격자에게는 교육감이 자격증 수여자였다.

 

경상북도 교육위원회(지금의 도교육청)에 근무하던 한 기능직 공무원이 '70년부터 몇년 동안에 걸쳐 교육감 직인을 도용하여 자격증을 위조하여 팔았고 이 자격증으로 100명 이상이 교사로 채용되어 근무하였다.

당시는 베이붐 세대가 중고등학교에 몰리던 때로 중등교사가 부족하여 시골지역은 자격증만 있으면 거의 합격되었다.

이 사건이 적발되어 크게 보도되었고 가짜 자격증으로 교단에 섰던 교사들은 모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의법처리 되었다.

일선 학교에도 불똥이 튀어 교원자격증들을 모두 걷어 들여 전수조사를 했다.

 

교무실에서 동료교사들끼리 "주선생 혹시 가짜가 아니야?"라고 하면 주선생은 "아무래도 김선생이 가짜 같아"라고 농을 주고 받았다.

자격증을 위조해서 장당 50-100만원('79년 당시 초임교사 월 평균 급여가 15만원 정도로 기억)에 팔았던 기능직 공무원과 행정책임자들, 가짜 자격증을 구입하여 교단에 섰던 교사들이 의법처리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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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있는 것은 가짜 자격증을 가지고 교단에 섰던 가짜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주간지에 가짜 교사 파동의 후일담이 실렸다.

100명이 넘는 가짜 교사들이 적발되어 교단을 떠났는 데 이들에 대한 학부모들과 제자들의 평판이다.

이 평판은 엇갈리게 나왔다고 한다.

첫번째 부류는 그야말로 가짜교사다웠다는 평가다.

수업을 엉망으로 하고, 학생들 지도도 제대로 못하고 구타 욕설 등을 다반사로 하는 경우였다.

역시 가짜는 가짜답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번째 부류는 동료나 제자들이나 학부모들이 가짜교사라는 데 충격을 받은 경우다.

"아니 어떻게 그 선생님이 가짜란 말인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도 잘하고, 학생지도도 잘하고, 인품도 훌륭하고....

주위에서 가짜교사였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80년대 초 가짜 교사자격증으로 22년간 경상북도 지역에서 교단에 섰다가 적발된 분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이분은 보통학교(일제때의 명칭으로 지금의 초등학교)만 졸업을 했는 데 나이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의 교원자격증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한다(주인이 분실한 것을 줏었다고 함)

그는 이 자격증(국어)으로 교사발령을 받아 근무하다가 교감까지 승진하였다(당시에는 시험을 보아서 교감 승진을 함)

시험을 보아 승진을 하였으니 일정수준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79년 공무원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같은 인물 두명이 교사로 근무하고 있어 적발이 되었다고 한다.

 

'80년대 초인가 가짜 의사가 적발된 사건이 보도되었다.

이분은 6.25때 위생병으로 근무를 하며 군의관을 도와 부상자를 치료하였다고 한다.

군의관을 도와 수술을 보조하였을 것이고 부상병들이 밀어닥쳐 일손이 부족하면 간단한 수술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눈썰미가 좋은 그는 어깨너머로 의술을 배웠고, 우연한 기회에 동명이인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북한으로 간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분의 명의로 의사면허증을 발급받아 병원을 개업하여 환자를 진료하였다고 한다.

부산 어느 지역에서 병원을 개업하여 진료활동을 했는 데 나중에 지역 의사회장도 하였고, 모 의과대학에 외래교수 직함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멈추었으면 가짜 행각이 평생을 갔을 터인데 이분이 너무 욕심을 내었다고 한다.

어느 의료계 전문대학에 교수를 하려고 교수 채용에 서류를 내었다고 한다.

서류 심사과정에서 적발되어 가짜 행각은 끝나게 되었다.

주민등록이 전산화되기 전이라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80년대 말의 사건인데 어느 제약회사에서 유기물 합성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을 연구실장으로 영입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력서를 제출받았는 데 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분의 허위학력이 탄로가 났다고 한다.

유기물 합성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연구실장으로 발탁이 되었지만 거느리게 될 연구원들 중에는 박사도 있어 공고 화공과 졸업의 학력으로는 이들을 통솔하기가 곤란하다고 생각하여 학력을 위조하였다고 한다.

 

위에서 가짜의 예를 들었는 데 가짜에도 진짜 못지 않은 실력과 능력을 가진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가짜 부품이 말썽이 되는 데 가짜 부품을 사용해도 대개의 경우 당장은 기계가 작동이 된다.

가짜 휘발유를 넣어도 차는 가고, 순정부품이 아닌 위조 부품을 써도 기계는 작동을 한다.

문제는 가짜는 품질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앞에서 말한 가짜 교사의 경우에도 진짜 교사보다 수업이나 학생지도에서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경우도 있었다.

가짜 의사가 지역 의사회 회장까지 역임했고 대학의 외래교수 직함까지 가졌고(실제 수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의료계 전문대학의 교수 응모까지 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약회사 연구실장에 발탁될 정도로 전문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고졸 학력에 컴프렉스를 가진 분도 실력으로 말하면 박사급 못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는 가짜는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격증을 가졌다고 이것이 곧 실력을 인증하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은  그 분야에 요구되는 일정 기준 이상의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가짜는 이러한 능력을 갖추지도 못하고 그 분야의 일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피해는 가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대상들이 입게 되는 것이다.

가짜 부품으로 작동되는 기계는 언제 고장을 일으키거나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가짜가 나타날까? 

그 분야의 일을 하는 데 요구되는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그 분야에 종사하게 될 때 이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가짜가 되는 이들은 이득을 얻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제도를 기만하고 그에게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중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